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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1.04 21:08 수정 : 2007.11.04 21:19

‘비젼케어서비스’의 대표인 안과의사 김동해(43)씨가 30일 마사이족 청년한테 안과질환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한국엔지오 ‘비전케어서비스’ 제3세계 안과 봉사

“케냐 현지병원 사정 열악해 수술 못해줄때 안타까워”

“니나 앙갈리아 비쥬리.”(잘 보인다) “하쿠나 우춘구.”(아프지 않다)

마사이족인 올레 시얄라 할아버지는 자원봉사자 설경희(30)씨의 질문에 밝게 웃으며 스와힐리어로 대답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그는 “의사들이 와서 눈을 고쳐줘 좋다”고 했다. 유목 생활을 하는 그는 이틀을 꼬박 걸어 지난달 30일 프리아이캠프(Free Eye Camp)에 도착해 수술을 받았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6시간 거리인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다시 자동차로 3시간을 더 달려야 도착하는 케냐 카자도 지역. 한국에서 온 안과의사 4명, 간호사 4명, 검안사 1명 등 자원봉사자 16명이 지난달 29일 이 오지에 프리아이캠프를 열고 닷새 동안 마사이족의 눈을 돌봤다.

기후가 무척 건조한 이 곳의 평원에는 듬성듬성 마른 풀과 붉은 흙만 보였다. 이 지역에 사는 마사이족은 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가축의 분비물에 그대로 노출돼 눈병을 많이 앓고 있지만, 제대로 된 치료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마슈루 몰로쿠아 할머니는 “그동안 눈이 보이지 않아 물을 길러 갈 수도 없고 장작도 구할 수 없었다”며 “도립 병원에 가서 눈에 넣는 약만 한번 처방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마사이족인 올레 시얄라 할아버지
프리아이캠프를 기획한 안과의사 김동해(43)씨는 “마사이족은 소똥과 진흙을 뭉쳐 만든 집 안에서 불을 피우는데, 환기가 안돼 안질환이 쉽게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도’ 크기 만한 지역 5개를 맡고 있는 현지 병원의 안과 의사가 1명 뿐”이라며 “실명 원인의 50%를 차지하지만 현지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백내장을 치료해 주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멀리서 찾아온 마사이족 모자를 의료팀이 돕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다. 선천성 백내장을 앓고 있는 소판(2)은 나이 탓에 전신마취를 해야 수술이 가능했지만, 현지 병원에는 그럴 만한 시설이 없어 돌려보내야 했다. 안과의사 김성균(39)씨는 “현지 사정으로 수술을 해주지 못하는 게 제일 안타깝다”며 “나이로비에 있는 큰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추천서를 써주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간호사 송혜림(25)씨도 “수술실도 물이 잘 안나와 비커에 물을 받아 사용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증류수를 수술에 써야 했다”고 말했다.


일주일 휴가를 내고 프리아이캠프에 참여한 회사원 홍성현(36)씨는 “자원봉사를 한 것은 처음이지만, 수술을 마치고 나온 할아버지가 주변 사람들과 ‘뭐가 보이냐’, ‘잘 보인다’는 말을 나누며 웃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내 구호단체인 ‘비젼케어서비스’(vcs2020.org)는 2001년부터 제3세계 지역을 돌며 30차례 캠프를 열어 1만6천여명의 눈을 치료하고 2380명에게 개안 수술을 해줬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에스시(SC)제일은행의 후원으로 아프리카를 처음 찾은 이번 캠프에서는 900여명이 치료받고 31명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카자도(케냐)/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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