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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6 19:20 수정 : 2018.11.19 21:22

[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이제훈 회장

이제훈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회장은 <중앙일보> 편집국장과 사장을 지냈다. 언론계 현직에 있을 때와 견줘 현재 한국 언론 저널리즘의 질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이렇게 답했다. “나아진 것 같지 않아요. 특히 언론의 필터링 기능이 많이 나빠졌어요. 디지털 때문일 겁니다. 사회적 이슈를 제대로 잡아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그런 열의가 덜 느껴집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국내외 100만명 어린이를 돌보고 있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역사는 70년 전인 1948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난민구호 운동을 펼치던 미국인 클라크 목사가 기독교아동복리회(CCF) 한국지부를 만들어 구세군후생학원, 혜천원, 절제소녀관 등 3개 시설의 400명에게 재정 지원을 했다. 지부는 1986년 민간 기구인 한국어린이재단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국이 빈곤을 벗어나면서 시시에프가 지원을 종결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외국 원조가 모태였던 재단은 1995년부터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등 다른 나라 어린이들도 지원하고 있다. 2010년부터 재단을 이끌고 있는 이제훈 회장을 5일 서울 무교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재단은 지난해 후원금 1485억원을 모아 국내 76만명, 국외 33만명을 지원했다. 개인 후원자는 47만명을 넘었고 기업과 개인 후원액이 비슷한 수준이란다. 2010년엔 후원자가 12만6천명, 후원액이 660억원이었다. 이 회장 취임 이후 후원자가 4배 가까이 늘었다. “재단이 10년 전까지는 정부 위탁 사업을 많이 했어요. 후원자를 늘릴 필요성이 크지 않았던 거죠. 95년부터 2009년 사이 14년간 후원자가 3만명 늘었더군요. 저는 재단이 정부 의존 체제에서 벗어나려면 후원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봤어요.”

어떻게 늘렸을까? “재단 존재를 알리는 사업 광고를 많이 했죠. ‘어린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놀이의 가치를 다시 보자’와 같이 재단이 추구하는 가치를 담은 광고를 많이 했어요. 후원자 네트워크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었죠.” 아울러 “재단이 70년 동안 쌓아놓은 이미지 덕이 컸다”는 말도 했다. “후원자들은 내가 낸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기를 바라죠. 사업 투명성이 가장 중요해요. 재단은 70년 동안 ‘금전 스캔들’이 없었어요.” 그는 재작년에 재단이 삼일회계법인에서 주는 ‘삼일투명경영대상’도 받았다고 강조했다. “저는 재단 최고경영자지만 재단의 공개입찰에 관여하지 않아요. 실무자들 책임 아래 진행합니다. 이런 점도 신뢰를 높이는 요인이겠죠.”

1948년 미국 기독교단체 원조 모태
86년부터 자립 ‘어린이재단’ 재탄생
‘창립 70돌’ 국내외 100만여명 지원
“사업 투명성으로 후원자 신뢰 높아”

‘북한 어린이 돕기’ 별도 사업도 계획
“가진이들 ‘더불어 사는 정신’ 지녀야”

그는 1965년 <중앙일보> 공채 2기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이 신문사 사장까지 지냈다. 2004년 퇴직한 뒤엔 통역 봉사단체인 한국비비비(BBB) 운동과, 한국자원봉사단체 협의회를 이끌었고 만 70살 되던 해에 재단 회장을 맡았다. ‘제2의 인생’ 키워드가 나눔과 봉사인 셈이다. <중앙일보>에 있을 땐 삼성 비서실에서 3년 이상 일하기도 했다. 나라를 위해선 우선 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모두가 똑같이 사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는 현실에선 가능하지 않아요.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기 때문이죠. 대신 각자 열심히 살고 나눠야 합니다. 많이 가진 분들이 나눔과 봉사로 더불어 사는 정신을 발휘해야 우리 사회가 제대로 갈 수 있어요.”

재단은 ‘어린이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펼치고 있다. 2011년 아동복지연구소를 만들어 연구원 8명을 두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올해 아동옹호센터 8곳을 새로 만들었고 지난 대선과 올해 지방선거 때는 아동정책 공약 제언을 주요 후보자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그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선 부모가 자녀에게 놀 시간을 줘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출산율 저하로 아이들이 외롭게 자라요. 사회성도 떨어지고 남을 배려하는 훈련도 못 받죠. 또 종일 놀지도 못하고 학원에 있어야 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이번주(9일)에도 서울시와 함께 어린이 놀이터 국제심포지엄을 합니다. 재단 취지에 공감해 여러 자치 단체들이 같이 일을 하자고 합니다.” 이런 시도가 공부로 자식이 성공하길 바라는 부모 마음을 이길 수 있을까? “캠페인을 장기적으로 해야죠. 그렇게 하면 생각이 바뀔 수 있겠죠. 방탄소년단을 보세요. 놀이가 아이들 성장에 굉장히 중요해요.”

재단의 국외 지원 사업비는 꾸준히 늘어 지금은 200억원 정도다. “후원자들이 국외 24개 나라의 2만5천명 어린이와 결연을 맺었어요. 학교를 세우고 환경 개선하는 데도 쓰죠. 후원자 조사를 보면 14% 정도가 국외 아동을 돕겠다고 해요. 한국이 완전한 선진국이 된다고 가정하고 궁극적으로 해외 지원 사업비 비중을 30%까지 늘릴 생각입니다. 지금은 12%입니다.”

재단은 2001년부터 북한 어린이 지원 사업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주 평양을 방문해 사업 모니터링을 하고 왔다. “북쪽에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시설 지원을 요청하더군요. 지금은 제재 때문에 어려우니 기다려달라고 했어요. 북 지원이 가능해지면 후원자 의사를 물어 북쪽 아이들도 따로 지원할 생각입니다.”

이 회장의 제안으로 재단 직원들은 한 달에 한번 평일 점심 시간에 재단 주변 거리 청소를 한다. 보통 30명의 직원이 참여한단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20%까지 갔던 자원봉사 참여율이 요즘 19%로 조금 식은 것 같아요. 이렇게 된 데는 정부나 지자체가 자원봉사 단체를 지원하면서 활동에 개입하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민간 주도로 해야죠.” 후원 문의 1588-1940.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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