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7.25 20:17
수정 : 2016.07.2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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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보장을 요구하는 기초수급 어르신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청와대에 전할 도끼상소를 낭독하고 있다. 도끼상소는 도끼를 들고 가서 왕에게 드리는 상소로서, ‘내 말이 틀리다면 도끼로 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목숨을 걸고 하는 상소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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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기초연금 지급으로 인해
지난해 노인빈곤율 4.4%p 하락
20대 국회에 기초연금법 개정안 봇물
①기초연금 30만원으로 올려야
②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 감액 폐지
③줬다뺏는 기초연금 문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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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보장을 요구하는 기초수급 어르신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청와대에 전할 도끼상소를 낭독하고 있다. 도끼상소는 도끼를 들고 가서 왕에게 드리는 상소로서, ‘내 말이 틀리다면 도끼로 내 머리를 쳐 달라’는 뜻으로 목숨을 걸고 하는 상소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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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살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을 주는 기초연금 제도가 25일로 시행 2년을 맞았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고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노인빈곤율 하락 효과를 강조하면서 아직은 제도 안착에 주력할 때라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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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율 하락 얼마나?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노후소득 보장 제도다. 소득과 재산을 고려해 계산하는 소득인정액이 독거노인은 월 100만원, 부부 노인가구는 월 160만원을 넘지 않으면 받는다. 2014년 7월25일 424만명의 노인에게 처음 지급된 이후, 수급자가 조금씩 늘어 올해 2월 기준으로는 454만명이 받았다.
노후소득이 변변치 않은 노인들의 현금소득을 늘려준 것이어서, 노인빈곤율을 다소나마 떨어뜨린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임완섭 연구위원의 ‘기초연금의 빈곤 감소효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기초연금을 받았을 때와 받지 않았을 때를 가정해 분석한 노인 상대 빈곤율(중위소득 50% 미만)은 각각 47.6%와 52.0%로 나타났다. 기초연금 지급으로 빈곤율이 4.4%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기초연금의 전신인 기초노령연금(최대 수령액 약 9만9천원)만 지급된 2013년에는 연금 지급에 따른 빈곤율 하락 효과가 1.6%포인트에 불과했다. 기초연금이 노인빈곤 해소에 좀더 효과가 컸다는 뜻이다. 임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급여가 노인의 소득수준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며 “다만 노인복지 증진을 실현했다고 볼 수 있는 소비지출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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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원으로 인상 등 입법안 봇물 시행 2년밖에 안 됐지만 기초연금은 제도 시행 초기부터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모든 노인에게 한달 20만원을 준다고 약속하면서 도입된 것인데,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소득하위 70% 노인에게만, 그것도 20만원 균등 지급이 아닌 국민연금 가입기간 등과 연계해 차등지급된 탓이다.
‘가장 가난한’ 노인들인 기초생활수급 노인이 사실상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이들의 경우,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지만 다음달 20일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원래 받아야 할 금액에서 20만원을 뺀 돈만 받는다. 기초연금으로 받은 20만원이 소득인정액에 산정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줬다 뺏는 기초연금’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다.
지난달 국회에는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고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삭감을 없애는 한편,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지급 때 소득인정액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하는 기초연금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같은 당 정춘숙 의원)이 제출됐다. 기초연금액 인상안은 국민연금이 아직 제구실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돼 나왔다.
여소야대 정국이 조성되면서 야당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국회 심의를 통과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관문은 재정 문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국비+지방비) 결과를 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전혜숙 의원안(기초연금액 30만원 인상)은 연평균 7조2090억원, 정춘숙 의원안(기초생활수급 노인 36만~37만명에 대한 기초연금 혜택)은 연평균 1조377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제도가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법개정에 나서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태도다. 신욱수 보건복지부 기초연금과장은 “지난 3월 기준으로 보면 노인의 66.5%가 기초연금을 받았다. 소득인정액 기준의 경계선에 있는 분들은 대상자에서 한번 탈락하고 나면 다시 조건을 충족했더라도 잘 모르고 신청 안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며 “수급 희망 노인을 대상으로 신청을 적극 안내하는 이력관리 제도를 통해 제도 안착에 좀더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2014년 기초연금 시행이 당시 임박한 지방선거를 의식해 졸속으로 이루어지면서 몇가지 ‘불편한 진실’을 안고 출발했다”며 “그중에서도 기초연금 도입으로 대부분 노인의 현금소득이 늘었는데 가장 가난한 노인들(기초생활수급 노인)만 제자리인 탓에 오히려 노인 내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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