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6.08.08 15:37
수정 : 2016.08.15 09:37
연세대 남석인 교수팀 보고서
1916명 중 5.4% “자살 생각 해봤다”
주관적 계층인식, 스트레스가
노인의 자살충동에 영향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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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인 두 명이 거리의 보도블록을 비집고 나오는 잡풀을 뽑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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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20명중 1명꼴로 최근 1년간 자살충동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노인의 86%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중간 이하의 낮은 계층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주관적 인식이 스트레스와 자살충동에 영향을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 실린 ‘노인의 계층인식이 자살충동에 미치는 영향과 스트레스와 주관적 건강인식의 이중매개효과’ 보고서(연세대 남석인 교수팀)를 보면, 65살 이상 노인 1916명 중 103명(5.4%)이 지난 1년간 자살충동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12년 한국의료패널 기본조사 및 성인가구원대상 부가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남석인 교수는 “20명중 1명 이상은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자살충동이 극소수 예외적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것이 아닌, 상당 수준의 보편적 문제로 봐야 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노인들은 또 사회적 지위를 10칸으로 구분할 경우, 86.3%가 스스로를 밑에서 1~5칸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주관적 계층인식’을 조사한 것으로, 객관적 지표에 견줘 보다 건강과 심리상태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지표로 꼽힌다. 보고서는 “영국 노인의 주관적 계층인식 연구결과(2008년)를 보면 남성 노인의 36.0%, 여성 노인의 38.4%만이 자신의 위치를 5칸 이하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또 조사 대상자의 14.4%가 고위험 스트레스 집단(스트레스 척도 평균 2.4점 이상)에 해당하고, 16.1%가 자신의 건강상태를 ‘매우 나쁨’ 혹은 ‘나쁨’으로 응답했다.
보고서는 “노인의 주관적 계층인식이 낮을수록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스트레스 수준이 높을수록 스스로 건강이 나쁘다고 생각하게 되며, 자살 충동의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고서는 “노인의 주관적 계층인식을 향상하기 위한 적극적 소득보전 방안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통계청의 ‘2014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노인의 자살은 전체 인구 대비 1.4~2.9배 높은 것으로 집계된다.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률은 27.3명인데 비해, 60대는 37.5명, 70대는 57.6명, 80대 이상은 78.6명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한국 노인의 자살사망률은 12년째 1위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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