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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19 20:38 수정 : 2016.08.19 20:45

정은주
사회에디터석 사회정책팀 기자

“정말 왜 이러나 싶어요.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고.”

“그냥 사랑하게 하면 될 텐데….”

“서울시 청년수당과 정부 구직수당은 다르다”는 보도 참고자료를 연일 내고 있는 고용노동부를 두고 서울시를 취재하는 최우리 기자와 지난 18일에 나눈 카카오톡 대화입니다. 집안의 반대로 더 애절해진 연인처럼, 고용부가 맞불을 놓으면서 청년수당은 그 존재가치를 더 빛내고 있습니다.

고용부는 지난 11일 오후 2시께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장관 브리핑 알림: 12일 오전 11시20분.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취업지원 협력 방안’ 관련.” 언론브리핑은 통상적으로 일주일 전에 예고하는데, 예정에 없던 브리핑 계획을 긴급하게 알린 것입니다. 12일 이기권 장관은 청년희망재단이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 사업에 참가하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최대 60만원의 현금을 지원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른바 ‘구직수당’입니다. 청년에게 현금을 지원하면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고 청년수당을 때리던 정부의 스텝이 꼬이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정부는 오래전부터 구직자에게 현금을 지급해왔습니다. 저소득층과 청년(18~34살), 중장년의 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취성패에 참여해 취업 상담을 받으면 ‘참여수당’(20만~25만원)을, 직업훈련을 받으면 ‘훈련수당’(월 40만원, 최대 6개월)을 줬습니다. 취업을 포기했던 이들이 집 밖으로 나와 일자리를 찾도록 ‘당근’을 제시한 것이지요. 이 취성패 사업에 올해만 35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갑니다. 여기에 추가로 청년구직자의 경우 정장을 빌리거나 증명사진을 촬영하는 비용도 청년희망재단이 지원하기로 한 겁니다. 면접 볼 때 평균 6만원이 드는데, 이 비용이 부담스러워 면접을 포기하는 청년이 있기 때문이라고 고용부는 설명합니다.

속사정을 살펴보면, 청년수당이 바로 구직수당 탄생의 비밀입니다. 서울시가 지난 3일 청년 2831명에게 월 5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면서, 취성패의 교육·훈련을 포기하고 서울시의 청년수당을 신청한 사람이 35명이나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취성패에 참여하는 청년이 약 19만명(2015년 말 기준)이라서 많은 인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부의 취업지원 정책을 이끌어온 고용부가 상처를 입은 셈이지요. 그래서 고용부는 왜 취성패를 중단하고 청년수당을 선택했는지 그 원인을 파악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해 9월부터 취성패에 참여한 스물다섯살 ㄱ씨. 진로·취업 상담을 받고 직업훈련 과정도 밟았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습니다. 프로그램 막바지인 ‘취업 알선 단계’에 머물러 있는데, 정부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서울시는 일자리를 찾는 6개월 동안 월 50만원을 준다고 합니다. ㄱ씨는 서울시의 청년수당으로 갈아탔습니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고용부는 취업 알선 단계에 ‘당근’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합니다. 그러나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면 청년수당을 ‘도덕적 해이’라고 몰아붙였던 입장과 모순돼 비판을 받을 게 뻔합니다. 그래서 손을 내민 곳이 청년희망재단입니다. 청년희망재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해 조성한 ‘청년희망펀드’(약 1400억원)를 운영합니다. 지난 8일 고용부와 재단은 구직수당을 본격 논의합니다. 재단은 면접정장 대여비, 교통비, 숙박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내부 검토했는데 이를 취성패와 연계하기로 10일에 결정했고 12일 사업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언론브리핑을 11일에야 긴급히 알릴 수밖에 없었죠.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저는 일단 생각합니다. 최악의 실업난에서 고통받는 청년들을 위해 다양하고 창의적인 정책 실험이 필요하니까요. 기존 방식만 ‘정답’이라고 우기며 새로운 실험에 훼방 놓지 말고, 그냥 사랑하게 놔두세요, 제발.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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