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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08.30 16:00 수정 : 2016.08.31 09:06

유길상 고용정보원장 보고서
4차 산업혁명 2가지 시나리오
일자리·여가 늘어나는 노동보조형
로봇이 사람 대신하는 노동대체형
“기존 사회보험 체계 붕괴 가능성
…기본소득 등 안전망 강화 요구”

인공지능혁명, 즉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보조하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더 많아질까, 아니면 블루칼라뿐 아니라 전문직 일자리까지 대거 사라지게 될까? 이런 결과가 사회보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30일 보건복지부 주최 ‘사회보장위원회 민간위원 워크숍’에서 유길상 한국고용정보원 원장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과 사회보장’ 보고서를 보면,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와 사회보장에 미칠 영향이 낙관론과 비관론의 두가지 시나리오로 제시돼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고차원적 판단기능까지 수행하고, 기술 융합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혁신을 창출하는 기술혁명 단계를 말한다. 국내에선 지난 3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 간 바둑 대결 이후,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우선 유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에 미칠 영향을 낙관론과 비관론으로 나눴다. 낙관론은 인공지능을 활용하게 되면,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와 직업이 생길 것으로 보는 쪽이다. 과학기술이 ‘노동보조형’으로 발전해, 인간과 상호 보완하는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제조업에서도 정보기술(IT) 인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향후 10년간 독일 제조업에서 39만명의 고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또 800개 직업의 2000가지 작업 중에서 인공지능 대체가 가능한 직무는 약 45%에 그친다는 연구분석 결과(매킨지·2015년)도 나와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전방위로 소멸될 것이라는 ‘노동대체형’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인공지능이 저임금, 단순반복형 일자리는 물론이고 사무직 일자리와 전문직 일자리까지 대체하게 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다보스포럼(WEF)에서는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의 영향으로 세계적으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지고 200만개가 창출돼 결과적으로 510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 사라지는 일자리의 3분의 2가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발생하며,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전세계 7살 어린이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직업을 갖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이 노동보조형으로 진행되면 유토피아, 노동대체형으로 진행될 경우엔 디스토피아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미래 사회구성원들이 겪게 될 사회보장의 변화도 이에 맞춰 예측해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는 첫번째 시나리오에 따르면, 육체적으로 힘든 노동은 인공지능 로봇이 대신하고 사람은 보다 창의적이고 감성을 교류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성장과 고용, 복지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근로시간 단축이나 저녁이 있는 삶 등을 가능하게 만드는 한편, 사회보장에 대한 부담도 줄이게 될 것이다.

디스토피아가 올 것이란 비관적 시나리오는 이렇다. 4차 산업혁명이 노동대체형으로 진행되면서, 전문직 일자리를 포함해 일자리가 전방위로 사라지게 되면 대량실업으로 복지재정이 더 필요한 상황을 맞게 되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납세자는 크게 줄어든다. 사회보장 제도를 지속 가능하도록하는 근간이 사라지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미 3차 산업혁명기에도 고용없는 성장과 상시적 고용불안 등 새로운 사회적 위험 요인이 등장한 바 있는데, 4차 산업혁명기에는 이런 부작용이 훨씬 더 심화가 될 것이란 우려가 뒤따른다.

유 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시장 기능에만 맡겨둘 경우, ‘디스토피아’로 갈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기계와 사람이 연결되어서 일과 사적 생활의 경계가 무너지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경계도 무의미해지는 등 유연성과 이동성이 노동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업은 더 유연한 노동시장을 찾아 투자할 것이며, 고용형태는 더 다양해지고 노동시장의 양극화도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존 사회보험 제도의 붕괴 우려도 제기된다. 유 원장은 “기존의 노동관계법과 사회보장 제도가 2차 산업혁명기의 생산직 정규직 근로자 보호를 위해 발전해온 것이어서 3차 산업혁명기에도 맞지 않아 사각지대가 심각한데, 전통적 고용형태가 예외적 존재가 될 가능성이 높은 4차 산업혁명기에는 더 맞지 않을 우려가 크다”며 “전통적 사회보험 붕괴 가능성이 높아지고 사회보험 사각지대가 넓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나 실업부조, 청년수당 등 공적부조에 의한 사회안전망 강화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기에는 고용형태의 다양화, 프리랜서 등 프로젝트 기반의 도급 고용 증가,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을 하는 1인 기업의 증가, 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증가 등이 예상되기 때문에 기존 사회보험 제도로 보호하기 어려운 계층이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유토피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디스토피아를 벗어나려면 노동보조적 기술혁신이 이루어지도록 과학기술 발전과 윤리문제를 연계하고 한편으로는 사회안전망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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