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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0 05:00 수정 : 2017.09.20 08:53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인 권지숙(35·가명)씨가 사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반지하 집. 휑한 방 한구석에 놓인 낡은 제습기가 ‘웅웅’ 소리를 내며 실내의 습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주거빈곤에 멍드는 아이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한국도시연구소 공동기획

만 19살 이하 아동(어린이·청소년) 10명 가운데 1명꼴인 94만명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열악한 집에서 생활하거나 지하나 옥상, 고시원에 사는 등 주거빈곤 상태에 내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일부 자치구는 그 정도가 심해 어린이·청소년 5명 중 1명꼴로 열악한 주거환경에 노출돼 있었다.

통계청 조사 결과 10명중 1명꼴
최저기준 미달에 지하·옥탑까지
열악한 주거환경탓 천식·우울증…
서울 일부 자치구는 20% 넘기도
“어린이·청소년 배려 주거정책을”

19일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통계청 통계개발원 자료(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최저주거기준 미달과 지하·옥상 가구 중 아동 가구 분석)를 보면,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사는 만 19살 이하 어린이·청소년은 78만9121명이었다. 여기에 ‘최저기준은 웃돌지만 지하와 옥상’에 사는 경우(6만8천명)와 쪽방이나 고시원 같은 ‘집 아닌 집’(비주택)에 사는 경우(8만7천명)를 더한 전체 주거빈곤 규모는 94만4천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어린이·청소년의 9.7% 규모로, 2010년 한국도시연구소가 분석한 129만명(11.9%)에서 34만명이 줄었지만 여전히 어린이·청소년 10명 중 1명꼴로 주거빈곤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공식 자료로 어린이·청소년 주거빈곤의 현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거빈곤인 집은 좁고(3인 가구는 36㎡ 미만인 방 1개, 4인 가구는 43㎡ 미만에 방 2개 이하), 제대로 씻기 어려우며(전용 수세식 화장실이나 목욕시설 미비), 빛이 잘 들지 않고 곰팡이가 슨다(지하나 반지하). 아이들은 성장기인데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 어른보다 주거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알레르기나 천식 같은 신체적 질병과 우울증이나 분노, 과잉행동 같은 정신적 질병에 노출되기도 쉽다.

하지만 어린이·청소년을 우선 배려하는 서구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에서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별도 주거정책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주거 분야 국정과제에서도 노인과 청년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어린이·청소년은 빠졌다.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이달 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할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도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별도 대책은 없었다.

주거빈곤 어린이·청소년 비율을 17개 시·도별로 보면 서울(14.2%), 제주(13.0%), 강원(11.2%), 인천(10.5%) 차례로 나와 지하방·옥탑방이 집중된 서울의 어린이·청소년 주거빈곤 문제가 특히 심한 것으로 나왔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금천구(21.4%), 중랑구(21.1%), 중구(20.8%), 강북구(20.7%), 종로·관악구(20.0%)가 20% 이상이었다. 이들 지역에 사는 19살 이하 어린이·청소년은 5명 중 1명꼴로 열악한 환경의 집에서 사는 것이다. 박광온 의원은 “주거는 국민 복지의 최저선이고, 특히 어린이·청소년에겐 성장의 토대다. 어린이·청소년 주거빈곤에 대한 국가통계를 관리하면서 별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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