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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3 16:20 수정 : 2017.10.23 19:05

한국은 왜 경제 규모에 견줘 복지 수준이 낮을까?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보면 2017년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복지에 쓰는 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여전히 꼴찌에 가깝다. 파이부터 늘려야 한다는 성장만능주의, 자본보다 허약한 노동, 정부에 대한 높은 불신과 낮은 조세부담, 친복지적인 계급정당의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혀왔다.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한 또 하나의 핵심 요인이 있는데, 바로 ‘위임민주주의 체제’다. 한국의 많은 사회보장 관련 법률을 보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한 결정권한이 이처럼 시행령 등의 이름으로 행정부처 공무원들에게 위임돼 있으며, 이런 상황이 획기적인 복지발전의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이신용 경상대 교수는 저서 <사회보장법과 의회>에서 “사회보장 급여 대상자의 범위, 급여 수급 조건, 급여 범위 및 수준, 재원 마련 방안 등과 같은 핵심 사항에 대한 규정이 행정부에 지나치게 위임된 체제에선 어떤 정부가 집권해도 사회복지지출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예산과 운영의 ‘실질적 디테일’을 틀어쥐고 있는 행정부, 특히 경제부처가 위임입법을 근거로 통제하는 상황에선 복지제도의 구조적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숱한 입법사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행정부가 국회보다 더 잘 안다”, “법에 모든 사항을 담을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앞세워 이뤄져온 이런 인식과 법적 관행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는 의회유보의 원칙에도 위배된다. 또한 시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요사항은 시민이 결정하거나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민주주의 원칙을 거스르는 ‘반복지의 덫’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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