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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9 04:59 수정 : 2018.12.19 08:39

경기 남양주의 한 요양병원. 한국에서는 아프면 ‘이중의 고통’이 뒤따른다. 일할 수가 없어 소득이 줄어드는데 의료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공청회

2040년 삶의 질 지수 세계 10위
‘사람 중심 보편적 사회보장’ 목표

질병탓 일하지 못할 때 현금 지원
건보법 개정 없이도 시행 가능

경기 남양주의 한 요양병원. 한국에서는 아프면 ‘이중의 고통’이 뒤따른다. 일할 수가 없어 소득이 줄어드는데 의료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질병으로 인한 빈곤을 막으려면, 상병수당을 도입해야 바람직한 건강보장제도가 완성된다.”(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보편적 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려면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8일 사회보장위원회(위원장 이낙연 국무총리) 주최로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차 사회보장기본계획 공청회’에서 보건·복지 전문가들은 ‘상병수당’(질병수당)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상병수당’은 질병이나 부상 등으로 치료를 받느라 일하지 못할 때 건강보험이나 정부 재정 등으로 개인에게 현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운영하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아프면 ‘이중의 고통’이 뒤따른다. 암이나 심·뇌혈관 질환 등을 앓게 되면, 일할 수가 없어 소득이 줄어드는데 의료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서다. 현재는 질병·부상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 때만 소득을 보전받을 수 있다. 상병수당은 한국이 아직 도입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하나다. 국민건강보험법 50조(부가급여)에 상병수당이 명시되어 있어, 법 개정 없이도 도입이 가능하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사회보장기본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2차 기본계획은 2019~2023년 시행되는 사회보장제도의 나침반 구실을 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의뢰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만든 사회보장기본계획 재설계안이 발표됐다. 2040년까지 내다보고 사회보장제도의 비전과 목표를 새롭게 수립한 결과다.

연구를 총괄한 노대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이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힘든 노동이 빈곤 탈출을 약속하지 못하고, 복지마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등 지금 한국 사회의 위기는 총체적”이라고 진단했다.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해서다. 연구진은 자영업자·실업자·비정규직 등 모든 시민을 아우르는 ‘사람 중심의 보편적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해 경제협력개발기구 ‘삶의 질’ 지수를 29위(2017년)에서 10위(2040년)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40년 고용률 75%(2017년 62%), 상대빈곤율 10%(2015년 16%), 건강수명 78살(2016년 73살) 등의 세부 목표도 제시했다.

이 밖에 여러 제안도 나왔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2%(2015년)에 이른다. 중위소득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득으로 생활하는 만 65살 이상 빈곤 노인이 10명 중 4명꼴이다. 구인회 서울대 교수는 “현재 40만~50만가구의 빈곤 노인층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인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주장했다. 부양의무자인 자녀·배우자 등에게 일정액 이상의 소득이 있으면 생계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저소득 노인과 중증장애인에 한해서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사회보장 강화를 뒷받침할 재원 마련을 위해 사회보장세 신설, 보험료 인상 등을 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논의도 오갔다.

하지만 정부 최종안에 이런 내용이 얼마나 담길지는 미지수다. 상병수당에 대해 이날 정경실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건강보험의 의료서비스가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병수당이 먼저 도입된 측면이 있다”며 “재정 문제를 포함해 건강보험이나 산재, 민간보험과의 관계 등 전반적인 틀에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보장위원회 관계자는 “사회보장위원회 심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내년 초에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보장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 각 부처 장관과 학자·시민단체 대표 등이 위원을 맡고 있으며, 주요 사회보장정책을 심의·조정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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