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0 05:59
수정 : 2018.12.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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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채에 맞아 깨진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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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끌고가 머리 밀치며 넘어뜨려”
코치가 항의하는 학부모에게 욕설
학부모·학생, 작년 2월 진성서 접수
전북체육회, 이달에야 자격정지 징계
해당 코치 지금도 학생 계속 가르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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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 채에 맞아 깨진 헬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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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심석희’는 진행 중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맞았다”는 국가대표 심석희(21) 선수의 증언처럼 아직도 스포츠 현장 곳곳에 선수 폭력이 만연해 있음이 드러났다. 아이를 ‘볼모’로 잡힌 학부모는 멍든 자국을 보고 울고, 항변 한번 해볼 수 없는 처지에 두번 울었다. 운동선수에 대한 폭력 불감증은 정말 뿌리가 깊었다.
전북 지역의 쇼트트랙 초·중학교 학생 9명이 코치로부터 폭행과 폭언을 일상적으로 들었고, 일부는 선수 생활을 포기한 일이 뒤늦게 밝혀졌다. 전북체육회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물의를 일으킨 한아무개 코치에게 최근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 대한체육회는 폭력과 성폭력, 승부조작, 편파판정 등과 관련해 1년 이상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지도자는 영구히 등록을 받지 않는다. 사실상 영구제명을 한 셈이다.
학부모들이 낸 진정서를 보면 지도자의 선수 폭력은 당장 형사범으로 처벌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다. 2016년 10~12월 이뤄진 상황은 이렇다. “빙상 훈련 중 스케이팅이 처진다는 이유로 아이스하키 채로 머리를 내리쳐 고가의 헬멧이 깨졌다.”(중학 남자 선수) “지상훈련 중 숫자를 잘 못 센다며 밀실로 끌고가 머리를 밀치며 계속 넘어뜨렸다. 비명소리를 들은 친구들이 물어봐 나중에 비밀이라며 얘기했다.”(중학 여자 선수) “훈련 중 잘 못한다는 이유로 아이스하키 채로 머리를 맞았다. 헬멧을 쓰지 않아 머리에 혹이 났고, 충격으로 운동하기가 힘들었다.”(초등 남자 선수) “아이스하키 채로 머리를 내리쳐 헬멧이 박살이 났다. 파편이 빙상장에 떨어져 다른 선수들이 대신 주웠다.”(초등 남자 선수)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엉덩이와 허벅지에 심하게 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당한 한 아이의 어머니는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 다른 어머니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헬멧이 깨진 학생 선수는 결국 운동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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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17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의 항소심 2차 공판에 출석해 폭행 피해 사실 진술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조 전 코치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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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나 폭력죄에 해당하는 코치의 폭언과 폭행에 대응할 수 없는 것은 약자인 학부모의 처지 때문이다. 아이한테 큰 상처를 준 코치를 부모가 찾아가 따져 물으면 “××, 욕한 건 인정합니다. 억울하면 신고하면 될 거 아닙니까. 나한테 얘를 맡기면서 ××…” 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한다. ‘갑’의 권력이 커지면서 “하기 싫으면 장비 빼서 나가라” “신고하려면 해라” “뒈지게 때리겠다” 등등의 발언을 서슴없이 했다.
해당 코치의 폭력 행위가 고발된 시점은 지난해 2월이었다. 참다못한 초·중학교 학생 선수 9명과 학부모 9명은 서명과 날인을 한 진정서를 대한체육회에 접수했다. 하지만 1차 심의 기관인 전북체육회는 1년10개월이 지난 이달에야 최종 징계 결정을 내렸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피해 상황이 구체적이어서 접수 시점부터 여러 차례 신속한 처리를 요구했다. 징계 주체에 대한 규정 해석의 차이도 있어 결정까지 시간이 지체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폭력 물의로 징계 심의 중인 상태에서도 코치는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는 현재 성남빙상경기연맹 소속이다. 빙상계에서는 폭력 물의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결정권자인 감독은 특별한 검증 절차 없이 소속 강사로 채용했다. 이달 6일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무자격자임에도 여전히 코칭을 하고 있는 것 또한 규정 위반이다.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는 “징계 처분 7일 이내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 재심 요청을 해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징계 효력은 정지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류태호 고려대 교수는 “선수 폭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 후진성의 일면이다.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인 안정감을 위해서라도 지도자는 선수를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의 지도자·선수를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이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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