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30 19:22
수정 : 2019.06.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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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간첩조작 피해자인 김원중 치바상과대학 교수는 6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김종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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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피해자’ 김원중 치바상대 교수
문 대통령 27일 오사카 동포 간담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첫 공식 사과”
1975년 서울대 대학원 유학시절 ‘구속’
7년 옥살이…2012년 재심 무죄 판결에도
양승태 대법원 ‘소멸시효 단축’ 배상 무산
“손해배상·특별영주권 문제도 해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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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간첩조작 피해자인 김원중 치바상과대학 교수는 6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사진 김종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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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표현이긴 하지만 진짜로 감개무량하다. 재일동포 간첩조작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한 말씀을 듣고는 감격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지난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휴게실에서 만난 김원중(68) 일본 치바상과대학 교수는 이 말을 하면서 또다시 울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저녁 일본 오사카에서 가진 동포들과의 만찬간담회에서 “독재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재일동포 조작간첩 피해자 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여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사과했다.
김 교수는 일본 호세이대 경제학과 선배였던 재일동포 정승연(81)씨의 간첩조작 사건 재심 재판을 보기 위해 며칠 전 귀국해 서울에서 간담회 뉴스를 봤다. 정씨는 1973년 국군보안사(국가안보지원사령부의 전신)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돼 고초를 겪었으며, 지난 27일 서울고법에서 재심 결과 무죄 판결을 받았다.
“군사독재권력이 130여명의 재일동포들에게 가한 국가범죄 행위에 대해 국가 차원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저희가 오래 전부터 요구해 왔지만,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까 그동안 회의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동포 간담회에 재일한국인양심수동우회 이철 회장 등 피해자 몇분이 초청받았을 때만 해도 그냥 악수나 한번 하고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대통령 말씀 내용을 들어 보니까 우리의 뜻을 100퍼센트 담아준 역사적인 메시지더라. 깜짝 놀랐다. 문 대통령과 그동안 저희를 도와준 인권단체, 변호사 및 언론에 감사한다.”
재일동포 2세였던 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에 유학왔다가 1975년 10월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의 전신)에 의해 간첩으로 조작돼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1982년 석방됐다. 이듬해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모교인 호세이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치고 늦은 나이에 지바 상과대 교수가 됐다. 김 교수는 2012년 3월 서울고법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또다시 피해를 봤다. 양승태 대법원이 2013년 12월 느닷없이 재심 손해배상 소멸시효를 기존의 5년에서 형사보상 확정일로부터 6개월로 대폭 단축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불과 며칠 차이로 손해배상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말도 안 된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과거사 피해자들이 대법원의 독단적인 소멸시효 단축 때문에 배상을 못 받고 있다. 사회 정의를 세우기 위해 특별법으로 해서라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 재일동포 양심수들의 특별영주권 문제도 이번 대통령 말씀을 계기로 풀렸으면 한다. 재일동포 양심수들은 국가폭력에 의해 죄도 없이 복역하는 바람에 일본에 제때 돌아가지 못했고, 그 때문에 특별영주권을 박탈당한 채 일반영주권으로 생활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이 국가의 잘못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한만큼 일본 정부도 전향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영구적인 특별영주권은 출입국 때 일본 국민과 같은 대우를 받지만, 3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일반영주권은 출입국 때 외국인처럼 지문과 사진을 촬영해야 하는 등 성가신 일이 많다. 일본 법무성은 그동안 재심 무죄 만으로는 특별영주권을 줄 수 없고, 한국 정부의 성의있는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요구해왔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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