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0.29 18:00 수정 : 2019.10.30 02:35

소태영 경기남부 하나센터장이 28일 경기도 평택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평택/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박병수 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탈북자 지원’ 소태영 경기남부 하나센터장
‘탈북 모자’ 사건, 사회복지망·지원체계 모두 구멍
똑같은 사건 재발 막으려 ‘탈북민 관리’ 전수조사 중
전반적으론 탈북민 경제적 상황 계속 나아지고 있다

남한 입국 탈북자 수,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줄어
대부분 입국 때까지 험난한 과정 거쳐 트라우마 많다
남한 사회 선입견 바뀌어야 정착 과정 더 순조로울 것

소태영 경기남부 하나센터장이 28일 경기도 평택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평택/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탈북자 3만명’ 시대가 된 지 3년이 됐다. 그러나 국내 정착 과정에서 탈북자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 얼마 전에는 탈북자 모자가 우리 사회의 무관심 속에 고립된 채 굶어 죽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탈북자들의 실태는 어떻고 이들의 고충은 뭔지, 우리는 이들의 적응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경기남부지역 거주 탈북자들의 사회 적응을 현장에서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경기남부 하나센터 소태영(55) 센터장을 지난 28일 만났다. 소 센터장은 탈북 모자 사망사건에 대해 “우리 사회복지망과 북한이탈주민 지원 체계에서 모두 구멍이 뚫린 사건”이라며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복지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이 대거 입국하기 시작한 게 벌써 20년이 됐지만, 우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은 여전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모두 힘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경기남부 하나센터 사무실에서 2시간가량 이뤄졌다.

―탈북자를 지칭하는 말로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등 여러 용어가 있는데.

“초기에는 귀순자란 용어를 쓰다가 1990년대 이후 북에서 남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탈북자라는 용어가 정착됐다. 2000년대 중반 탈북자라는 말의 어감이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뜻에서 ‘새로운 터전에 온 사람’이란 의미로 새터민이란 용어가 쓰였는데, 탈북자들이 거부감을 보여 사라졌다. 법률적 공식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다.”

―탈북자들이 남한에 오는 동기나 배경, 인적 구성 등에서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나?

“과거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주로 배고픔을 참지 못해 남한으로 왔다. 옆에서 굶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고 필사적으로 탈출한 사람들이다. 지금은 경제적 이유 말고도 가족과의 재결합, 가족 단위 입국, 자녀 교육, 남한 사회 동경 등 여러 동기가 작용한다. 인구 면에서도 과거엔 대부분 남자였다. 초창기 접경지역 군인 등의 탈북이 많았기 때문인데, 지금은 여성이 70~80%를 넘는다. 이는 여성에 대한 북한 정권의 통제가 남성보다 더 느슨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50~60%로 대다수다. 젊은 사람들이 아무래도 적극적이기 때문에 나온 현상 같다. 60대 이상도 4~5% 정도 된다. 이분들은 고령이어서 건강도 안 좋고 적응력도 떨어져 더 지원이 필요한 분들이다.”

―최근엔 탈북자들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북한이탈주민은 2000년대 들어 급속히 늘어 한해에 3천명까지 입국했으나, 2012년 김정은 정권 등장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지금은 연 1천명 정도 수준이다. 지금 (남한 사회의) 탈북 인원은 모두 3만2천여명이다. 감소의 정확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 다만 이제 남한에 올 사람들은 거의 다 왔다거나 북-중 국경 경비가 강화됐다, 남한에 가더라도 적응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라는 등의 얘기가 있다.”

―남한 사회가 낯설 수밖에 없는 탈북자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3만2천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일괄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탈북 동기나 배경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다. 남한 국민도 각자 처한 어려움이나 상황이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도 개별적으로 맞춤형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큰 범위로 일반화하자면 이들이 탈북하는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육체적 스트레스가 큰 것 같다. 지금 오시는 분들은 북한에서 곧바로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체로 중국이나 제3국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체류하다 남한에 온다. 이 과정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고초를 겪는다.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심리적 안정이 중요한 것 같다. 하나센터에 있는 심리상담사들이 많은 도움을 준다. 그다음은 취업 등 경제적인 문제다. 아직 남한 사람들의 편견이나 선입견이 남아 있어 이들이 취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취업 지원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 밖에 생소한 생활환경 등은 초기 정착자들에게 어려운 문제다.”

―취업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할 텐데.

“대부분 기술이 없어서 더 문제다. 북한이탈주민에게 기술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이 있다. 그래서 남자들은 중장비도 배우고 용접도 배운다. 그런데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자격증을 따도 숙련공이 되려면 일정 기간 현장에서 일을 배워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거친 현장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 내가 접촉한 20대 북한이탈주민은 중장비 자격증을 땄는데 현장에서 ‘왜 그렇게 손이 더디냐’고 험한 말로 고함치고 하는 것을 몇번 겪더니 그만두더라. 내가 ‘일이 숙달될 때까지만 고생하면 된다’고 설득했는데도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고 자존심이 상한 모양인지 말을 듣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런 분들을 어떻게 다시 취업시키고 지원할지 등이 여전히 숙제다.”

―아직 우리 사회에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는 것 같다. 통일부 산하 하나재단의 2018년 실태조사를 보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 또는 무시당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0명 중 2명꼴이었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나?

“선입견이나 편견은 상호적인 것 같다. 여기 하나센터에서 북한이탈주민과 지역 주민이 함께 하는 사업으로 ‘텃밭 가꾸기’ 사업을 한다. 텃밭을 가꾸며 남북 주민이 교류도 하고 친분도 나누고 서로 돕는 기회를 만든다는 취지다. 나중에 친해지니까 북한이탈주민 한분이 남쪽 사람들에 대해 ‘깍쟁이이고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었다고 하더라. 남한 사람들이 자기들처럼 속에 있는 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나고 보니 지금은 남쪽 사람들이 나름 예의 차원에서 그러는 측면이 있다고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다. 남한 사람처럼 이들도 선입견이 있는 것이다. 서로 어울려야 해소할 수 있다. 하나센터도 그런 점에서 남쪽 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않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은 자신들이 편견에 시달린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예컨대 북한이탈주민들이 아르바이트나 이런 것을 구할 때 북한 출신이란 것을 숨기고 조선족이라고 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게 취업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조선족보다 북한이탈주민에게 더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또 북한에서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 쏘고 그럴 때 남한 사람들은 ‘쟤들 왜 저래’ 하면서 안 좋은 소리를 한다. 그러면 북한이탈주민들은 그게 자기 탓이 아닌데도 위축된다고 말한다.”

소태영 경기남부 하나센터장이 28일 경기 평택시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평택/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일 수 있지만 탈북자들은 일을 잘 못 한다, 시간관념이 없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실제로는 어떤가?

“과거 몇몇 북한이탈주민을 보고 일반화해서 한 얘기들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열심히 한다. 엊그제 화성에서 기업체 사장을 만났는데, 그분이 ‘직원 중에 북한이탈주민 3명이 있는데 일을 아주 잘한다. 그래서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를 쓸 필요가 없다’고 얘기하더라. 그런 사례는 적지 않다. 반면에 어렵게 취업을 시키면 한 3일 다니다가 슬그머니 그만두고,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고, 그래서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그런 사례도 물론 있다. 한두 사람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일률적으로 얘기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삶의 기본적인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여기 올 때 나름대로 책임감과 의지, 적극성 이런 것을 가진 분들이 열심히 하고 잘 적응해 정착하는 것 같다. 북한에서 어떤 일을 했고, 학력은 어떻고, 출신 성분은 어떻고, 이런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여기 와서 하기 나름이다.”

―얼마 전 탈북 모자가 굶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 사건으로 탈북자의 실태 파악이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비극적인 사건이다. 그 여성분이 10년 전에 국내에 들어왔는데, 이혼확인서를 제출하지 못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복지제도상의 허점이다. 또 이분이 애초 서울 관악구에 살다가 경남 통영으로 이사했고, 남편과 함께 중국으로 나갔다가 다시 귀국했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센터나 경찰서 신변보호관하고도 연결이 끊긴 것 같다. 북한이탈주민 지원에서도 구멍이 뚫렸다. 지금 통일부에서 하나센터 등을 상대로 북한이탈주민 관리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우리 국민도 어려운데 탈북자에게만 혜택이 많이 간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떻게 보나?

“탈북 모자 사망사건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의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나재단의 실태조사를 보면 2018년 고용률이 전년보다 3.5% 늘어 60.4%까지 높아졌고 월평균 임금도 11만2천원 늘어 189만9천원이 됐다. 이런 점이 그런 불만의 배경 중 하나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아직 객관적 지표상으로 봐도 북한이탈주민의 상황이 일반 국민 평균보다 못한 건 사실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약자이고 소수자다. 멀리 이질적이고 낯선 곳에서 고립돼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이들에 대한 지원이나 정책적 배려를 비용으로만 보지 말고 미래 통일을 대비한 투자로 넓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탈북자 지원과 관련해 개선해야 할 점은 뭐가 있나?

“정부 지원은 그동안 여러차례 개선됐다. 정착금으로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700만~3200만원을 지원하고 그 밖에 주거비 지원, 직업훈련 지원, 취업장려금 지원, 의료 지원, 금융 지원 등이 나름대로 이뤄지고 있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를 두곤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많은 제도적 지원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이런 제도적 지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어떻게 주민들과 잘 어우러져 사느냐다. 같이 어울려야 편견과 차별도 없애고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게 북한이탈주민의 성공적인 지역 정착에 핵심 역할을 한다. 그래서 북한이탈주민과 지역 주민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게 중요하다. 우리 하나센터 사업도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이 우리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기다리고 지켜봐주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suh@hani.co.kr

소태영 경기남부 하나센터장은 누구?

2004년 용천역 사고 때 구호활동 하면서 북한과 첫 인연

소태영 경기남부 하나센터장은 2004년 북한 용천역 폭발 사고 때 평택와이엠시에이(YMCA) 총무 자격으로 남포항에 구호물자를 싣고 가면서 북한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그는 “처음에 갈 때는 겁이 났다. 그런데 1주일 거기서 북한 사람들과 지내면서 ‘아, 이 사람들도 우리와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통일자전거 보내기’ 운동을 하는 등 대북지원 사업에 적극 나섰으나,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악화로 모두 중단했다.

소 센터장은 “아쉬움이 컸는데 2010년 통일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경기남부지역 북한이탈주민을 지원하는 하나센터를 평택에 설립하는데, 맡아주지 않겠느냐’는 요청을 해왔다. 두말없이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국 25개 하나센터를 대표하는 전국하나센터협회장도 맡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은 국내에 들어오면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거친 뒤 통일부 하나원에서 3개월간 국내 적응 교육을 받는다. 그 뒤 원하는 지역에 정착하게 되는데, 하나센터는 각 지역에서 이들의 정착 지원 업무를 맡고 있다. 소 센터장은 “법적 지원 기간은 5년이지만, 그 기간이 지났더라도 도움을 요청하면 가능한 범위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말했다.

경기남부 하나센터는 센터장과 상담사를 포함해 직원 13명이 화성, 오산, 평택, 안성 등 4개 시에 거주하는 북한이탈주민 2650명을 지원하고 있다. 소 센터장은 “전국 25개 하나센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지역에 공단이 많아 취업이 다른 곳보다 비교적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논설위원의 직격인터뷰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