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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2 16:49 수정 : 2005.01.02 16:49

인디스쿨 운영진들이 서울의 한 카페에 모여 사이트 운영 방안 및 방학 중 연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희망 일구는 교사 모임을 찾아서
2.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

2년차 새내기인 경기 남양주 광릉초등학교 홍정은(25) 교사. 선배들의 귀띔과 다독임이 무엇보다 절실한 그에게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indischool.com)은 언제든지 맘 편하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다. 교단일기 게시판이나 자유토크 게시판에 들어가 교사로서의 고민을 속시원하게 털어놓기도 하고,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한바탕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러면 얼굴도 모르는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맞장구도 쳐 주고 따뜻한 위로의 말도 건넨다.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다른 교사들이 자료실에 올려놓은 수업·학급경영 아이디어도 든든한 밑천이다. 대부분 하루이틀 전에 실제로 교실에서 해 본 “팔딱팔딱 뛰는” 자료들이어서 큰 도움이 된다. 지난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자료실에서 종이로 크리스마스 트리와 눈 결정을 만드는 방법을 내려받아 반 아이들과 함께 ‘깜짝 이벤트’를 펼쳤다. 아이들과 멋진 추억을 만든 뒤에는 곧바로 자유토크 게시판에 아이들의 작품 사진과 함께 활용 후기를 올렸다. 홍 교사는 “인디스쿨에 드나들다 보면 ‘나도 저런 수업 한번 하고 싶다’거나 ‘나도 저런 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며 “회원들의 열정적인 모습을 지켜보면서 늘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자판으로 수다떨고
교육 정보 주고받고
정이 쑥쑥 쌓여요
오프라인 연수도 성황

인디스쿨에는 홍 교사와 같은 열성 팬들이 참 많다. 한때 회원들 사이에서 ‘인디 폐인’(인디스쿨에 중독된 사람)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다. 인디스쿨의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문을 연 지 이제 4년을 갓 넘겼지만 총 방문자수가 벌써 529만여명에 이른다. 학기 중에는 하루에 1만1000~1만5000명이 다녀간다. 회원도 4만1900여명에 이른다. 인디스쿨 운영자인 경기 고양 상탄초등학교 박병건(35) 교사는 “서로 단절된 채 살아가기 쉬운 초등학교 교사들이 전국 단위의 커뮤니티를 형성해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사례는 인디스쿨이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디스쿨에 대한 교사들의 애정을 잘 보여 주는 사건 한 가지. 지난해 9월 그동안 인디스쿨에 무료로 서버와 회선을 제공해 주던 업체의 경영난으로 사이트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그러자 인디스쿨을 살려야 한다는 글들이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누군가 “우리 스스로 서버를 사들이고 회선을 유지하자”는 제안을 하자 일주일 만에 689만원의 ‘인디스쿨 독립자금’이 걷혔다. 박 교사는 “그 뒤로 지금까지 여러 기업에서 제휴나 후원 제안을 해왔지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운영회비만으로 인디스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교사 커뮤니티 사이트인 인디스쿨이 이렇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많은 교사들은 인디스쿨의 인기 비결은 ‘정보’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디스쿨 회원인 서울 송파초등학교 정유진(28) 교사는 “자료를 찾기 위해 사람이 모이는 여느 교육 정보 사이트와는 달리, 인디스쿨은 사람이 모이다 보니 그에 따라 자료가 쌓여 간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태릉초등학교 연진숙(43) 교사는 “예를 들면, 가장 방대한 교육 정보가 쌓여 있다는 에듀넷의 경우, 자료를 찾으러 가긴 하지만 대화를 하러 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기관이나 헌신적인 개인 운영자 한 사람이 모아 놓은 자료를 일방적으로 퍼 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들이 누구나 자기가 가진 자료와 생각을 올려 서로 기꺼이 나누는 따스한 공간이라는 점이 인디스쿨의 가장 큰 매력이라는 얘기다.

인디스쿨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온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금까지 모두 18번의 오프라인 연수를 진행했다. 인디스쿨 연수는 요술풍선 만들기, 교실놀이, 교실요가, 아동미술, 플래시 노래방 만들기, 학급 문집 만들기 등 일선 교사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현장감 있는 내용들로 채워진다. 이 때문에 연수 때마다 신청자가 몰려 2~3일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디스쿨이 이렇게 전국 교사들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커뮤니티로 발전하기까지는 운영진의 헌신적인 노력이 큰 구실을 했다. 22명의 교사들로 구성된 핵심 운영진은 서버 관리에서부터 홈페이지 게시물 관리, 오프라인 연수 기획 및 준비에 이르기까지 인디스쿨이 살아 움직이는 데 필요한 모든 일들을 도맡아 하고 있다. 박병건 교사는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개인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헌신적인 운영진과 열띤 참여로 화답해 주는 전국의 많은 교사들을 보면서 공교육의 희망을 본다”며 “모래알처럼 서로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매개로 서로 나누면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바람직한 초등교사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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