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2 17:47
수정 : 2005.01.02 17:47
동화책을 먹는 치과의사
세상의 부모들이 책 읽을 기회가 왔다. 마침 새해다. 지난해 내내 아이들은 힘내라고, 우리가 있지 않으냐고, 부모들을 응원했다. 그들로부터 받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으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줄 때다.
〈동화책을 먹는 치과의사〉는 그런 부모들의 새해 결심을 돕는 책이다. 아이들이 책의 파도에 묻혀 행복한 비명을 지를 때까지, 어린이책에 대한 관심을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를 북돋는 책이다.
어린이책을 만만하게 여겨왔다면 이번 기회에 한수 배우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은이는 “때맞춰 밥 한 끼를 먹이는 일보다, 때맞춰 책 한 권을 읽히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단단히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이런 이야기를 꽁꽁 힘주어 말하는 지은이의 사연이 있다. 치과의사를 때려치우고 20년 동안이나 어린이책에 삶을 바친 사람이다. 아동문학 전문 출판사 ‘푸른책들’과 아동문학 전문지 〈동화읽는 가족〉의 발행인이자,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시간여행’ 등 5편의 동시가 실려 있는 시인이기도 하다.
〈동화책을 …〉에는 지은이의 어린이책 사랑이 그대로 녹아 있다. 어린이책을 만드는 출판동네 안팎의 이야기를 담거나(1부 책읽는 가족이 되자), 어린이책을 범주별로 묶어 비평한 칼럼(2부 마음을 움직이는 책을 찾아서) 등은 이 세계에 진지한 더듬이를 내미는 일의 가볍지 않은 의미를 말한다.
여기서 지은이는 “아이들로 하여금 책을 실컷 먹게 하고, 맘껏 꿈꾸게 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있는 사랑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책읽기는 무엇보다 즐거움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며 추천도서 목록 따위에 기대지 말라고 충고한다. “책읽기의 즐거움은 다독과 난독에 있으니, 아무 책이나 닥치는 대로 읽을 아이들의 권리를 함부로 박탈하지 말고, 이미 빼앗았다면 반드시 돌려줘라”고 잔소리한다. “책을 소유하는 즐거움을 터득하기 시작한 아이는 몇살에 몇천만원을 모았다는 아이보다 훨씬 부자”라며 부모의 허영에 일침을 놓기도 한다.
어린이책 세계에 대한 ‘사전교양’을 마친 다음에야, 지은이는 좋은 동화책·그림책·논픽션·동시집을 소개하고, 15명의 동화작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세계를 들춰 보여준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풀어가는 360여쪽의 책에 어림잡아 300권 이상의 어린이책들이 등장한다. 어린이책에 대한 깊고 넓은 이해에 ‘현혹’돼 또다시 이 책을 추천목록서쯤으로 여기지 말라고, 그렇게 잔소리부터 늘어놓았나 보다.
비평집이자 독서교육 지침서인 이 책을 다부지게 읽어내려간 부모가 할 일은 딱 한가지다. 아이의 손을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제 세상은 아이가 골라집는 책 속에 있다. 2005년 희망으로 가는 길이 함께 열린다. 힘내라, 아이들아. 우리들이 있잖니. 학부모, 신형건 지음. -푸른책들/1만5000원.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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