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
창조와 반성이 인간의 본질 |
을유년 새해를 생명철학으로 밝히고 싶다. 인간의 진실된 행복은 정신적 교감과 같은 내면적 체험에서 온다 하더라도, 우리가 알수 있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객관화된 삶에 한정된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표현된 삶 속에서 생명 활동과 그 창조성에 주목하고 이를 가장 근원적 실재로 파악하고자 하는 철학사조를 학계에서는 생명철학 또는 생철학이라 부른다. 서양 근대의 생철학을 대변하는 딜타이나 베르그송에 따르면, 생명 현상의 본질은 순수지속(실재하는 시간)과 끝없는 생성 작용에 기초한다. 그래서 생명 현상을 이해하려면 직관과 내관의 방법이나 객관화된 표현에 대한 이해가 요청된다. 생철학자들에게는 참된 인식은 오로지 생명을 이해할 때만 가능하다. 그들이 체계철학을 대표하는 칸트를 비판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칸트는 우리의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선천적인 형식과 범주가 무엇인지 밝혀 주었지만, 정작 그것들의 연원은 해명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하필이면 왜 그런 형식과 범주에 따라 사물을 구성하고 인식해야 하는지 답하지는 못하고 있다.
사실 본능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력은 하등생물일수록 뛰어나고, 고등생물일수록 떨어진다. 이것은 지난해 연말의 참혹한 동남아 대지진에서도 드러났다. 해일로 스리랑카 해안에서만 수 만 명의 희생자가 발생했지만, 정작 인근 국립 야생동물원에서는 토끼 한 마리 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 현상에는 동물의 다른 종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또 다른 탁월성이 있다. 인간은 사물과 본능을 넘어서 만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등동물에게 자연은 생존과 먹이사슬 이상의 것이 아니지만, 인간은 오늘날 과학의 발전이 말해 주듯이 자연을 합리적 이해의 대상으로 정립하기도 하고, 미적 환희를 통해 자연과 직접적인 만남을 창조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그렇게 세계를 이해하고 있다고 객관화시켜 기록한다. 여기에 창조와 반성을 종합하는 인간 생명의 숭엄함이 있다. 이렇게 객관화 된 삶의 총체가 현실이라면, 이 현실이 시간축을 타고 이동하면서 역사로 탄생한다. 이제 우리도 다사다난했던 지난 갑신년을 역사로 창조하면서, 을유년 미래와 새롭게 만나기로 하자. 대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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