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659호 - 따지지 말고 깎지 말고 현찰 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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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품, 예술 대중화에 약인가 독인가 |
① 예술은 왜 필요한가 / 시사로 따라잡기 - 난이도 수준- 고등
최근 미술계의 화두는 단연 잇따르고 있는 ‘가짜그림 사건’이다. 이중섭·박수근·천경자 등 국내 유명 화가들의 그림 100여점을 위조한 미술품 위조 조직이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얼마나 위조 기술이 세밀했던지 전문가들도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 가짜들의 시가를 더하면 1천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고인이 된 저명한 화가의 아들이 가지고 있던 작품들도 검찰 수사 결과 모두 가짜로 판명나 당사자가 반발하고 있다.
사람들이 진짜 예술품, 즉 진품에 목말라 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면 진짜와 가짜의 진정한 차이를 굳이 구별해내야 할까. 그냥 가짜든 진짜든 예술품을 즐기는 이들이 감동을 받으면 되는 것 아닐까.
진품의 가치는 먼저 그 ‘유일무이성’에서 찾을 수 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오는 희소성이다. 발터 벤야민은 1935년에 쓴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이런 현상을 ‘아우라’로 설명했다. ‘아우라’란 예술작품이 향유하는 역사적 유일성과 진품성에서 느껴지는 ‘고유한 분위기’나 ‘후광’ 같은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완벽한 복제라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한 가지 요소가 빠져 있다. 그 요소는 시간과 공간에서 예술작품이 갖는 유일무이한 현존성, 다시 말해 예술작품이 위치하고 있는 장소에서 그 예술작품이 지니는 일회적 현존성이다.” 그는 예술작품의 기술적 복제 가능성의 시대에서 예술작품의 아우라는 위축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아우라의 붕괴가 예술 전반의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량 복제는 ‘대중 예술’을 불러왔다. 기득권 집단으로 똘똘뭉친 소수만이 비밀스럽게 향유하던 예술의 영역의 거의 사라진 시대가 온 것이다. ‘예술의 민주화’ 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프랑스 대혁명의 영향으로 화가들은 역사화와 대형그림만을 그리던 관행을 버리고 초상화·정물화·풍경화 등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했다. 신흥세력인 부르조아 계층의 취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진의 발명과 인쇄술의 진보는 이런 경향을 전계층, 전지역으로 확대시키는 구실을 했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철학시험에 나온 바 있는 ‘예술작품의 복제는 그 작품에 해를 끼치는 일인가?’라는 논제는 이런 점에서 여러모로 고민할 대목이 많다.
진짜 가짜 시비가 한창이지만, 미술시장에는 돈바람이 몰아치고 있다고 한다.(<한겨레21> 659호 표지기사 참조) 미술작품을 투자상품으로 여기는 현상이 중산층에까지 번지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진위 여부를 따지는 사건들은 끊이지 않을 것 같다.
<한겨레21>659호 - 따지지 말고 깎지 말고 현찰 박치기
<한겨레21>659호 - 따지지 말고 깎지 말고 현찰 박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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