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내 못채운 답지 뒷날 재작성 ‘만점’

인천소재 고교서 학부모들 항의

인천의 한 고등학교가 학기말고사 도중 시험을 망친 학생에게 답안지를 다시 작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9일 인천 ㅂ고와 학부모·학생들에 따르면, 이 학교 ㄱ교사는 지난해 12월21일 학기말고사 2학년 5반 문학시험 감독에 나섰다가 이 반 ㅇ(18)군이 시험 종료 뒤에도 계속 답안지를 작성하는 것을 적발해 제지했으나 불응하자 ㅇ군의 답안지를 수거했다. 당시 ㅇ군은 오엠아르 답안지에 전체 32문항 중 19문항만 표시한 상태였고, 검정 펜을 써야 하는 원칙을 어기고 빨강 펜으로 기록해 그대로 성적을 매기면 ㅇ점 처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후 ㅇ군과 학부모는 “시험감독 교사가 감독을 불성실하게 한 탓에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자 학교 쪽은 이 문제를 시험감독 교사에게 떠넘겼다. 시험감독 교사는 오엠아르 답안지에 빨강 펜으로 기록한 19문제만 인정했다가 답안지가 아닌 시험지에 적어놓은 답도 인정하기로 하고 이를 답안지에 옮겨 적어넣도록 허용했다고 학교 쪽은 밝혔다.

그러나 ㅇ군의 성적이 만점으로 처리된 데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항의하자 학교 쪽은 학교장 주재로 성적관리위원회를 소집해 24~28일 4일간 논의 끝에 시험지에 적어놓은 답안을 옮겨 적은 답안지를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학교 쪽은 “감독교사가 시험 시간을 적게 주고, 시험 중 지나치게 감독행위를 하는 바람에 시험을 방해해 ㅇ군이 충분한 응시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동료 학생들한테서 받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학교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독 ㅇ군이 감독교사의 시험 방해로 피해를 봤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억지”라며 반발하고 있다. ㅇ군의 학교 성적은 전교 1, 2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쪽은 답안이 적힌 시험지를 시험이 끝난 즉시 교과담당, 담임교사를 거쳐 학년부장 교사가 보관했고, 시험 다음날인 22일 답안지에 옮겨 적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인천지부는 “ㅇ군이 직접 시험지를 보관하고 있다가 24일 답안지에 옮겨 적었다고 같은 반 학생들이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하며 “이번 사건은 공부 잘하는 학생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조직적으로 성적을 부풀리는 부정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20일 부정을 묵인해준 혐의로 학교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하고 교육인적자원부에 감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번 처리를 위해 4일간 성적관리위원회를 여는 등 논란 끝에 교사들이 투표로 해당 학생의 성적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재로선 결정을 번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김영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