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3 21:20
수정 : 2005.01.23 21:20
할아버지 손은 약손/한수연/영언문화사
우리 겨레의 삶 속에는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민간 치료법이 많았다. 어린아이가 배가 아프면 어머니나 할머니가 배를 정성으로 문질러 주면 낫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요즘은 조금만 아파도 어머니의 정성보다는 병원으로 가니까 이런 사랑의 기적을 느끼는 아이들이 많지 않아 아쉽다. 병은 사랑으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더러 어머니나 할머니의 약손 같은 사랑이 깃든 손으로 치료하는 의사,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과 외경심을 갖고 의술을 펼치는 의사들이 있어 기쁘다. 이런 사랑의 의술, 사랑의 의사로 불리는 의사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분이 장기려 박사다.
장 박사는 1911년 평안북도 용천에서 태어나 민족교육을 열심히 했던 의성학교에 이어 경성의대를 졸업하여 의사가 되었다. 1943년 최초로 간암 환자를 수술하여 유명해졌고, 1946년 김일성대학 의대 교수로 추천되었으나 사양하다가 교회에 나갈 수 있다는 조건을 걸고 교수가 되었다. 1950년 국군을 따라 부산으로 피난 와서 육군병원에 근무하면서 ‘복음병원’이라는 무료 병원을 열었다. 이때부터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서 있는 의사, 끊임없이 봉사하는 의사의 길을 걸었다. 부산대와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내면서 우리나라의 첫 의료보험조합인 청십자의료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청십자병원을 세워 아픈 사람들을 사랑의 손으로 치료했다. 이런 봉사로 크고 작은 상을 많이 받았지만 그에게 가장 큰 상은 우리 겨레가 그분의 삶을 기억하고, 봉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분과 같은 사랑의 약손으로 사랑의 의술을 펼치면서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따르는 의사들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주이야기체가 많고, 주인공 삶이 감동을 주기 때문에 초등학교 4~5학년 정도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1992년 출판된 뒤 잠시 절판되기도 했으나 출판사를 바꿔서 계속 나오고 있고,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입소문이 반갑다. 이 책을 읽은 어린이들이 장기려 박사의 삶을 마음에 담고, 조금이라도 사랑의 약손을 기억하면 좋겠다. 이주영/서울 송파초등학교 교사
jyl0301@hanaf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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