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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1 20:13 수정 : 2019.04.01 20:17

왕용샘의 학교도서관에서 생긴 일

지난 3월22일 독서토론 수업에서 학생들과 <내 생애 단 한번>을 읽은 뒤 소감을 나누고 있다. 황왕용 교사 제공
독서토론 수업을 준비할 땐 두가지가 걱정됩니다. 아이들의 침묵과 책을 안 읽고 오는 것. 강원 가정중학교 한지희 선생님께서도 이런 고민을 하다 ‘둥글게 책 읽기’라는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둥글게 책 읽기는 말 그대로 학생들이 원 모양으로 둥글게 앉아 진행합니다. 미리 책을 읽어오지 않습니다. 사전에 교사가 둥글게 책 읽기에 적합한 책을 선정해 발췌독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이 독서토론 수업 모형은 5단계로 나뉩니다. 첫번째는 준비 단계로 학생들이 잠시 눈을 감고 호흡함으로써 다른 곳에 가 있는 생각이나 마음을 지금, 현재 위치에 집중하도록 해줍니다. 그리고 누구나 입을 열 수 있도록 몸풀기 게임을 합니다. ‘지금 뭐 하세요?’라는 게임이 반응이 좋습니다.

한 친구를 지정해 시작점을 만들고 어떤 행동을 하게 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친구가 “지금 뭐 하세요?”라고 물으면, 현재 하는 동작 이외의 것을 하고 있다는 엉뚱한 대답을 합니다. 예를 들어 책 읽는 친구는 “춤추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겁니다. 그 답변을 들은 친구는 춤을 춰야 합니다. 오른쪽 친구는 춤추는 친구에게 같은 방식으로 질문을 합니다. 질문과 행동이 둥글게 한 바퀴를 돌고 나면, 교실 속 무거운 분위기는 걷히게 되지요.

두번째는 마음 열기 단계입니다. 공통 질문에 답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저녁 식사에 누구를 초대하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에 선생님이 먼저 답변을 하고, 왼쪽으로 돌며 답을 들어봅니다. 학생들은 길게 답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간혹 진솔한 대답에 눈물 흘리는 친구가 있긴 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모든 이야기와 대답은 사진 속 코끼리에게 하는 것”이라고 사전에 지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이야기를 교실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않는다고 약속하지요.

세번째는 책 소개 및 이야깃거리 전달입니다. 사진 속 수업에서 소개한 책은 장영희 선생님의 <내 생애 단 한번>(샘터)이라는 책입니다. 장 선생님과 책에 대한 소개를 한 뒤, 97쪽 ‘눈먼 소년이 어떻게 돕는가?’에 나온 내용을 알려줍니다. ‘핵폭발이 일어나고, 10명 중 6명을 살릴 수 있는 동굴이 있다. 모두들 살아야 할 사연이 있다’로 시작하는 딜레마 토론이 나와 있는데, 학생들에게 이 질문을 그대로 해봅니다.

네번째 단계에서 둥글게 앉은 채 토론 결과를 발표합니다. 동굴에 들어갈 대상자를 한명씩 호명하면서 모둠별로 그 사람을 살렸는지 죽였는지 손을 들게 합니다. 가장 많이 버림받은 사람은 눈먼 소년, 정치가 차례입니다. 학생들이 결정하는 가장 큰 기준 가운데 하나는 효용성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살아서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문제였지요.

마지막 단계로 학생들에게 책을 읽힙니다. 수필 내용을 요약해 두명당 한장을 나눠줍니다. 읽고 싶은 만큼 읽은 뒤 오른쪽 친구에게 차례를 넘깁니다. 두명당 한장,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읽는 방법은 집중력을 높여줍니다. 이때 아이들은 해당 책을 통해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는 가치와 덕목을 깨닫게 됩니다.

토론 내용과 책이 만나 묘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50분 수업이 부족해 아이들 쉬는 시간 3분을 빼앗기도 하지요. 그런데 거의 대부분 학생이 책을 마저 읽고 가고 싶다며 자리를 뜨지 않습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그 책은 학교도서관 서가에서 몇달 동안 보이지 않습니다.

황왕용
광양백운고등학교 사서교사
<학교도서관 활용 수업: 중·고등>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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