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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8 19:42 수정 : 2019.04.08 19:51

창업동아리 가입 1년 만에
남세균 공기청정기 발명
경진대회 기술 부분서 대상

특허 내고 제품화도 준비
중학생들, 창업 꿈 부풀어
“환경오염 해방될 날 기대”

이수중 창업동아리 ‘이수두드림3’

이수두드림3 멤버들이 지난달 26일 이수중학교 회의실에서 남세균을 이용한 공기청정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정현, 문창현, 최민준. 김학준 선임기자
“한국의 일론 머스크가 되겠다.”

서울 이수중 창업동아리 ‘이수두드림3’의 세 멤버 문창현·문정현·최민준 학생의 당찬 꿈이다. 한때 몽상가란 별명을 가졌던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미국에서 전기자동차 선두주자인 ‘테슬라’와 민간 유인 우주선 사업을 추진하는 ‘스페이스엑스’ 등을 일군 발명가이자 기업가이다. 진공 튜브 속을 달리는 초음속 열차, 화성까지 가는 거대 로켓 등 그의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창현·정현 쌍둥이 형제와 민준 학생은 지난 1월 전국의 중고교 60팀이 참가해 재능을 겨룬 2018년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서 광합성 남세균을 이용한 공기정화장치를 출품해 기술창업 부분 대상을 받았다. 남세균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고 산소를 배출한다. 지구의 산소 공급원인 식물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이디어맨인 창현이는 “남세균이 번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필터 없이 남세균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만들 수 있으며, 전기 사용량이 적어 자원을 절약하는 친환경적이며, 부피가 작고 값도 싼 공기정화장치”라며 숨도 쉬지 않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초반에는 상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제품에 대한 현실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기능을 발굴하면서 대회 전날엔 대상을 탈 거란 부푼 꿈을 안고 잠을 잤다.”

지난 1월15일 열린 2018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에 마련된 부스에서 최민준(왼쪽부터), 문정현, 문창현 세 학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중고교 60팀 중 대상 4팀에 뽑혀

한동네 살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이들은 2학년 때인 지난해 초 동아리에 가입해 만 1년도 되지 않은 기간에 대상을 낚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세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나누었다. 창현이가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정현이는 이를 작품으로 만들어냈고, 민준이는 일정을 짜는 등 행정적인 일을 맡았다. 창현이는 애초 엽록체를 채취하여 칩 형태로 개발해 몸에 이식하면 햇빛만 쬐어도 포도당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산소와 식량 걱정이 없는 세상을 꿈꾼 것이다.

경진대회의 첫 단계인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YEEP)의 온라인 동아리 활동에서부터 신선한 아이디어로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멘토와 논의를 하면서 실용화에 문제가 드러나 같은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으로 방향을 틀었고,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오를 60팀에 선정됐다.

대회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을 때에야 남세균 정화장치에 대한 설계가 마무리됐다. 정현이가 곧이어 아크릴로 작업을 시작했는데, 경험 없이 처음 하는 일이라 어려움이 많았다. 아크릴이 반듯하게 잘리지 않았고, 판들을 붙이는 데도 시행착오를 겪다가 글루건을 이용해 가까스로 고정하는 데 성공했다. 장치를 보면 아크릴이 깨진 흔적도 보이고 글루가 덕지덕지 붙은 모습도 눈에 띈다.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곳에 맡겼더라면 깔끔했겠지만 학생으로서 그렇게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고, 창현·민준과 아이디어를 계속 교환하면서 작업을 이어가려면 먼 곳까지 왔다 갔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화장치의 위와 옆에는 노란색 등의 투명한 필름이 붙어 있는데 궁금해서 “무슨 작용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밋밋해 붙여봤다”고 한다.

피칭대회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최민준 학생. 교육부 제공

이들은 또 정화장치에 센서를 붙여 컴퓨터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공기가 얼마나 정화됐는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들어온 공기와 정화돼서 나간 공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비교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회에서 시연을 하던 중 모니터의 문제가 생기면서 작동이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창현이가 심사위원에게 회로를 보여주면서 설명을 잘해 위기는 넘겼다. 또 피칭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피칭은 심사위원, 참가 팀, 관람객들을 상대로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일종의 게임인데, 기술적인 문제로 프레젠테이션이 약간 지연돼 시간이 모자라 설명이 부족했지만, 질의응답 과정에서 대처를 잘해 무난히 넘어갔다.

세 학생은 “아이디어의 과학성에다 요즘 이산화탄소나 미세먼지 등 공기 오염이 국민의 최대 관심사가 된 게 대상을 탄 이유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가 만든 산소발생기가 시중에 나온 공기청정기와는 성능이 달라 효과도 더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소를 풍부하게 공급해 학생들 공부 효과를 높이고, 운전자의 졸음운전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미래 창업가들은 예상한다. 아직은 이론적인 단계인데 남세균과 식물 잎의 산소 발생량을 비교할 때 남세균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나뭇잎보다 훨씬 높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는 모습. 교육부 제공

회사 이름도 일찌감치 정해놔

이들은 벌써 창업가로 세상을 누비는 꿈에 들떠 있다. 특허를 내고 회사도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회사 이름도 정했다. 처음엔 ‘광합성 하는 사람들’로 했는데 이 말을 넣은 ‘피피(Pp) 바이오테크’로 바꿨다. 동아리 명함에도 있듯이 창현이는 CEO 겸 CTO(최고 기술 경영자), 정현이는 CMO(최고 마케팅 경영자), 민준이는 CFO(최고 재무 경영자)로 각자의 역할도 정해놨다. 경진대회를 하면서 관심도 높아져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사람도 나왔다. 아직 길은 멀지만 차근차근 진행할 생각이다. 이들은 올해 정화장치를 정밀화해 제품화하는 걸 제1 목표로 삼았다. 경진대회에도 또다시 나갈 생각이다. 지난번과 같은 아이템으로 다시 출전할 수는 없어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경진대회 대상과 함께 모든 게 순조롭기는 한데 올해 3학년이 된 학생들은 진로 고민이 생겼다. 정현이와 민준이는 집 근처의 일반고로 같이 진학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창현이는 다른 지역에 있는 영재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앞으로 관련 분야를 계속 공부를 할 예정이고, 석·박사까지도 내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으로 받았다고 끝난 게 아니에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려갈 거예요.” 세 벤처맨들은 손을 굳게 잡았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피칭대회에서 질의응답을 하는 문창현 학생.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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