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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9 21:17 수정 : 2019.04.09 21:19

초등 교실 속 젠더이야기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활동에 참여한 뒤부터 소속 교사들과 다양한 수업 모델을 연구하고 실행해왔다. 이번 5학년 국어 수업에는 친구의 고민을 듣고 상대를 배려하며 조언하는 내용이 있다. 친구들의 성과 관련된 고민을 소재로 수업해보기로 했다.

학생들에게는 다양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중 모둠 수에 맞춰 4가지 상황을 설정했다. 각 모둠에서는 상황별로 고민을 털어놓는 편지를 1통씩 읽고, 먼저 상황 분석을 한다. 분석 질문 1번은 잘못된 점 찾기, 2번은 친구들이 왜 이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답을 찾는 것이다. 그다음에는 고민 해결 방법을 의논하여 답장을 쓰고 발표를 한다.

수업 안내를 할 때, 학생들은 친구의 고민을 해결한다는 수업을 귀찮게 여기지 않고 호기심을 보였다. 긍정적인 반응을 칭찬하면서 “우리는 전문 상담사가 아니다. 모둠원들이 의견을 모아 최선을 다해 방법을 찾았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며 지나친 부담을 갖지 말도록 당부했다. 친구의 입장에서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학생들은 자신의 모둠에서 받은 고민 편지의 내용을 함께 읽었다. 그리고 고민하는 학생의 상황과 그 이유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학생들의 이야기에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고, 모두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지 등을 지켜보았다.

첫번째 차시 동안 학생들은 자신들이 받은 과제의 답을 찾았다. 그리고 두번째 차시에 발표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다른 모둠들이 조언한 고민은 우리 모둠의 것과 다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이 있을지 궁금해하는 눈빛이었다. 또 다른 모둠의 해결 방법을 듣고 덧붙일 말이 있으면 손 들고 해보기로 했다.

1번 고민은 이렇다. 4학년 2학기 때부터 이성 교제에 관심이 많아진 친구들이, 누가 누구를 좋아하는지에 대해 매일 이야기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나에게도 누구를 좋아하는지 캐묻는다. 심지어 “○○○ 좋아하지?”라고 제멋대로 짐작하여 말한다. 내가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학생들은 사례를 듣고 처음에는 웃었다. 실제로도 있는 일이고, 자신들도 장난으로 자주 그랬으니까. 하지만 상황 분석 내용을 들으면서는 웃음기가 가라앉았다.

잘못된 점은 사례에서 쉽게 찾아냈다. 핵심인 2번 질문의 답으로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른다” “나쁜 버릇이 고쳐지지 않아서일 것이다”를 발표했다. 배려하지 않았다? 나쁜 버릇? 다른 모둠에서 다시 설명해보게 했다. 바로 “싫다고 했는데 그 반응을 무시한 것”이 나쁜 버릇, 배려 없음에 해당한다. 학생들이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고민 해결 편지는, “친구야. 먼저 놀리지 말라고 이야기해. 그러면 친구도 이해하고 그만할 거야. 또 그러면 그때는 선생님께 말씀드려”로 정리되었다. 학교에서 늘 이야기하고 실행하는 방법이다.

2번 고민은 외모 강박이다. 화장을 강요하는 분위기, 서로 외모 평가하다 싸움이 나는 경우. 원인은 많은 사람이 외모에 관심이 많아서라고 도출했다. 고민 해결 답 중, “화장은 너의 자유라고 이야기해봐”라는 말이 있었다. 박수라도 나올 것 같은 반응이다. 말은 가볍게 하는 것 같지만 고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점점 더 집중하며, 다음 고민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한보영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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