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4.16 18:36 수정 : 2019.04.16 18:41

장난감 개봉기 영상으로 초등학생들의 스타가 된 캐리의 모습이다. 10대들의 유튜브 사용이 늘면서, 초등학생 희망직업 중에 유튜버가 5위를 기록했다. 유튜브 제공.

장난감 개봉기 영상으로 초등학생들의 스타가 된 캐리의 모습이다. 10대들의 유튜브 사용이 늘면서, 초등학생 희망직업 중에 유튜버가 5위를 기록했다. 유튜브 제공.
아이들의 고민 편지를 계속 열어봤다. 세 번째 편지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학생의 고민이다. 유튜브 계정을 만들어 영상을 올리는데, 구독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그런데 가끔 달리는 댓글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영상 내용을 평가하는 댓글은 그러려니 한다. 그러나 “운영자님은 크면 미인 유튜버가 되겠어요” “어느 초등학교 몇 학년이에요?” 같은 댓글이 불편한 것이다. 혹시 내가 어디 사는지 알아내면 어떡하죠?

유튜브 관련 내용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열띤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 결과로 찾아낸 원인은 “네티즌들은 그런 댓글 다는 걸 장난으로 생각한다” “유튜버가 기분이 나쁠지 생각하지 않았다”였다. 상대방의 생각을 배려해야 함을 점점 인식하는 것이 보인다. 학생 중 한 명은 “나도 유튜브 영상 만들고 싶은데 저런 일이 생기면 너무 싫을 것 같다”고 짝에게 말하고 있었다.

고민의 답으로 작성한 편지는 이렇다. “친구야, 괜찮아. 그런 악플에는 답을 할 필요가 없어. 악플 생각은 이제 그만해. 그래야 너의 마음이 편해지지. 악플은 신고하면 처리될 거야.”

그런데 “친구에게 달린 저 댓글들이 악플인가요?”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욕을 하지 않아서 악플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원래 수업의 초점은 악플 자체가 아니지만, 악플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볼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함께 생각해봤다. 악플보다는 잘못된 댓글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영상 내용과 관련 없는, 유튜버 개인 신상을 물어보고 외모를 평가하는 내용이니까. 그래서 최근에는 미성년자가 등장하는 동영상에 댓글을 달 수 없게 정책이 바뀌었음을 알려주었다. 아쉬우면서도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내가 즐기는 것에는 조심할 점도 이렇게나 많음을 알았기를 바란다.

마지막 고민은 단체 카톡방에 알 수 없는 링크를 올리는 친구가 있다는 내용이다. 링크 주소와 사진이 같이 뜨는데, 사진이 이상해서 클릭은 안 했다. 그러나 어떤 친구들은 또 올리라고 한다. 이것은 성폭력인지, 내가 카톡방에서 나가면 그걸로 해결되는 건지 질문하는 고민. 일부이겠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하필 수업을 하던 때가 몇몇 연예인의 비슷한 사건이 적발되던 시점이었다.

친구들이 카톡방에서 옳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원인으로는, ‘그게 잘못됐다는 것을 몰라서’ ‘그래도 되는 줄 알아서’ 등의 답을 내놓았다. 고민 편지에서는 “기분이 안 좋았지? 일단 링크 올리지 말라고 하고, 선생님께도 말씀드려”라는 답을 해주었다. 학생 입장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었다.

수업에서 해결해본 네 가지 고민, 과연 다른 사람들만의 이야기일까? 내가 댓글을 잘못 달면 타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카톡방에서 일어난 일은 꼭 성과 관련된 내용이 아니어도 또 다른 학교폭력일 수 있다. 타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보는 이번 수업이 학생들의 성 의식과 행동에 약간의 길잡이가 되었길 바란다.

이예원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