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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7 18:01 수정 : 2019.04.17 18:04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은희 대구교육감, 아시시 트리베디 IBO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장,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추진을 밝히며 손을 맞잡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논술·토론으로 수업, 평가하는 국제 교육과정
두 교육청이 한국어화 작업으로 국내 도입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병행해 교육 혁신”
“문제도 많은데 과도한 ‘띄우기’ 우려” 지적도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강은희 대구교육감, 아시시 트리베디 IBO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장, 이석문 제주교육감이 국제바칼로레아(IB) 한국어화 추진을 밝히며 손을 맞잡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제공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이 국제적인 교육과정인 ‘국제바칼로레아’(IB)를 한국어화해 들여오기로 했다. 교육과정 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은 가운데, 국제바칼로레아의 국내 도입이 여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린다.

제주도교육청과 대구시교육청은 1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바칼로레아 한국어화 추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제바칼로레아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교육재단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에서 개발·운영하는 교육과정 및 국제인증 프로그램으로, 개념 이해와 탐구 등의 교육방식과 논·서술형 평가 체제를 그 특징으로 한다. 전 세계 153국 5288곳 학교(올해 3월 기준)에서 국제바칼로레아를 운영하고 있으며, 75국 2000여개 대학이 국제바칼로레아 점수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한다.

그동안 교육계 일각에서는 입시 중심의 교육과 객관식 평가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교육 혁신’의 한 방법으로 국제바칼로레아 국내 도입을 주장해왔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온 제주·대구교육청이 이번에 한국어화 작업을 추진하기로 함으로써 처음으로 그 물꼬를 튼 셈이다. 국제학교 등 극소수 학교들이 국내에서도 국제바칼로레아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 학교는 국제바칼로레아 공식 언어(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가운데 하나인 영어를 써왔다.

기자회견에서 이석문 제주교육감과 강은희 대구교육감은 국제바칼로레아가 교육청 차원에서 우리나라 공교육에 도입된다는 의미를 앞세우며, 무엇보다 공교육의 기본 틀인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제바칼로레아는 어떤 정해진 콘텐츠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교수학습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2015 개정 교육과정 속에 녹여넣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제바칼로레아기구의 아시아태평양본부장인 아시시 트레베디는 “긴 시간 동안 꼼꼼히 검토한 결과 국제바칼로레아가 ‘창의융합’을 추구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병행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석문 교육감은 “국제바칼로레아 도입한다고 해서 우리 교육과정이 없어지는 게 아니다. <홍길동전>이나 백석의 시를 읽으면서도, 수업과 평가 방식을 기존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며, 공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자료 갈무리
국제바칼로레아의 국내 도입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져 온 부분은 대학 입시다. 국내에서 국제바칼로레아 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현재의 대입 전형에서 어떤 평가를 어떤 식으로 받아야 하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바칼로레아는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과정(PYP·Primary Years Programme), 중학교 과정(MYP·Middle Years Programme), 고등학교 과정(Diploma Progrramme) 등으로 운영단계가 나뉘는데,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은 외부평가를 통한 자격 인증 단계까지 거친다. 두 교육감은 “초등·중학교 단계는 국내 도입에 별다른 문제가 없고,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이수한 고등학교 단계 학생들 역시 수능 최저학력 기준과 관계없는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대입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디플로마 프로그램 이수한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평가 결과를 내신 성적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언급했다.

두 교육청은 올해 중으로 국제바칼로레아기구와 정식으로 협약을 맺고 국제바칼로레아를 도입하는 ‘후보학교’를 지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제바칼로레아 도입 학교는 ‘관심학교’, ‘후보학교’, ‘인증학교’ 등 단계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관심학교는 국제바칼로레아에 관심을 갖고 도입을 준비하는 학교, 후보학교는 국제바칼로레아기구의 컨설팅 등을 받으며 인증을 준비하는 학교다. 인증학교가 되면 국제바칼로레아 교육과정을 정식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5년 주기로 재인증 심사를 받는다.

제주교육청은 올해 읍면 지역에 ‘디플로마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1곳 지정해, 주변의 초등·중학교들도 국제바칼로레아를 도입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석문 교육감은 “국제바칼로레아 도입은 지역 및 사회적 격차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20곳 정도의 관심학교를 만들었던 대구교육청은 올해 후보학교 9곳 정도 지정할 계획이다. 강은희 교육감은 “이미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그룹을 만들어 국제바칼로레아 도입 연구를 해오고 있다. 관심학교, 후보학교의 교사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밝혔다. 두 교육청 모두 2021년까지 인증 작업을 완료하고, 2023년에는 ‘디플로마 프로그램’ 첫 졸업생을 배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자료 갈무리
이처럼 시도교육청 단위에서 국제바칼로레아 국내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공교육 체제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국제바칼로레아 도입이 누적된 공교육 체제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열쇠가 되리라는 과도한 기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범 운영 등은 장기적인 교육 혁신을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의 구실을 기대하며 전면 도입을 하거나 할 때는 뒤따라올 위험 요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전경원 참교육연구소장은 “국제바칼로레아에 과도하게 기대게 된다면, 혁신학교와 혁신교육 등 자생적으로 일어난 내재적인 역량이 성장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각 시도교육청이 너도나도 국제바칼로레아를 도입하려 나서는 등 과도한 ‘띄우기’ 움직임이 우려되는 이유”라고 짚었다. 예컨대 국제바칼로레아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교사는 국제바칼로레아기구에서 2년 과정의 연수를 받고 인증을 통과해야 하는데, 만약 국제바칼로레아가 일반학교 범주로까지 확대된다면 우리나라의 교원 양성 시스템 자체와 충돌하는 문제를 빚을 수도 있다. 학생들 입장에선 수시와 정시를 준비하면서 국제바칼로레아 교육과정까지 병행해야 하는 이중고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원래 취지와 달리 국제바칼로레아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또 하나의 길이 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구시교육청의 관계자는 “국제바칼로레아를 한국어로 들여온다고 해서, 이것으로 기존의 교육과정을 대체한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다만 일부 학교라도 국제바칼로레아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경험해보고,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 어떻게 교육을 혁신할 수 있을지 전체적인 방향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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