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23 08:20
수정 : 2019.04.23 19:41
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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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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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다르다’와 ‘틀리다’에 대한 구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차이에 대한 의미를 알려고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해가 지나면서 ‘틀리다’라고 익숙하게 써왔던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용하던 단어들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신경 쓰며 사용하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라는 뜻이고,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라는 뜻이다. 때때로 이 말을 구별해서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불편함을 느낀다. 말하는 입장보다는 청자의 입장에서 ‘틀리다’라는 표현을 듣게 되면 사람의 말과 행동 등이 잘못되었다고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른 뜻을 표현하는 단어를 왜 우리는 구별하지 않고 사용했던 것일까. 단어가 주는 영향에 대해서 예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틀리다’라는 말로 나뉘거나 옳지 않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5학년 사회 교과 인권 단원에서 ‘차이, 차별, 평등’이란 주제로 학생들과 생각을 나눴다. 수업 도입부에서는 교사가 말하는 내용을 모두 왼손으로 적어봤다.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구분 없이 왼손으로 내용을 적었을 때 누가 더 글자를 바르게 잘 적나 비교한 것이다. 역시나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활동이다. 교사는 활동 뒤 조건이 평등했는지 물어봤다. 대답은 당연히 ‘아니요’이다. 차이에 대한 인정 없이 같은 조건을 제시했을 때 차별받는 쪽이 생긴다는 것을 연결하고자 했다.
다음 활동은 학생들에게 “임산부 배려석이 필요하다” “노키즈 존 설치” “직장에서 요구하는 사원의 겉모습(외모, 성별)” “국가시험에서 여자와 남자의 시험을 나눠서 하자는 요구” 등 여러 상황을 보여주며 제시된 조건이나 상황이 차이, 차별, 평등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생각해봤다. 쉽게 해결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각각의 개념에 대해 정립해 나갔으며, 교사는 젠더와 관련하여 개념들을 접목시켜 수업을 마무리했다.
여전히 외모와 성별에 따라 직장 면접을 볼 때 차이를 인정받지 못하고 차별받거나, 공개적인 국가시험에 정당하게 합격해도 핀잔과 조롱을 받는 경우가 생긴다. 대부분 차이나 차별, 평등을 잘 다루지 못해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조의 언행을 기록한 <일득록>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는 ‘무물아’(無物我)라는 세 글자가 나오는데, 이 세 글자가 이번에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던 차이와 차별 수업의 핵심 내용이다. 무물아는 말 그대로 상대와 나의 구분이 없다는 뜻이다. 즉 존중과 다름을 기본 전제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황에 맞게 기회가 달리 주어지고, 그럼으로써 자신이 지닌 조건을 극복하거나 남과 나눌 수 있는 평등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정윤식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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