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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6 05:00 수정 : 2019.04.26 05:00

연세대, 삼성전자 채용 조건 내건
시스템반도체공학과 내년 모집
계약학과 전국 21곳 정원 440명

“맞춤형 인재 양성” 취지 앞세우나
“기업 입맛 맞는 인재 제작” 비판 높아

연세대가 삼성전자에 취업을 보장하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2021학년도부터 운영하겠다고 밝히자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취지이지만, 대학이 고등교육의 원칙을 훼손하며 “기업 주문형 인력양성소로 전락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인재 육성책’을 언급하고, 이를 구체화한 맥락에서 나온 결과여서 ‘산학협동’을 넘어 ‘산학종속’을 정부가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교육부와 연세대의 말을 종합하면, 연세대는 이번주 초 삼성전자와 손잡고 계약학과인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2021학년도부터 운영하겠다고 교육부에 신고했다. 첫 신입생은 내년 선발한다.

계약학과 제도는 ‘산업교육 진흥 및 산학연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에 근거해 산업체 수요에 의한 맞춤식 인재 양성 제도로 지난 2004년 도입됐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업체 등이 대학과 계약을 체결해 특정 분야 및 다양한 전문 산업인력 양성 및 활용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유형은 두 가지가 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채용을 보장하는 ‘채용조건형’과 산업체 직원의 재교육을 위한 ‘재교육형’이다. 채용조건형은 기업이 채용을 조건으로 학생에게 학자금을 주고, 지원 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입학 인원은 정원의 10% 이내의 정원외로 모집한다. 연세대의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채용조건형’에 해당한다.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8년 전국 대학 계약학과 설치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채용조건형은 21개 학과에 입학 정원은 440명이다. ‘삼성전자 100% 채용’을 조건으로 학생을 모집하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대표적인 채용조건형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는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과도 계약학과 신설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에서는 삼성전자나 에스케이(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업체들과 함께 계약학과 개설을 추진 중이지만, 내부에서는 “기업병설대학이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석박사 과정의 구체적 프로젝트를 통한 산학협동 방식이 아닌 학부생부터 취업을 전제로 한 학과 운영에 대해 ‘산학종속’이란 비판에 부닥친 것이다. 이런 방식이 대학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입학·취업·승진 과정에서 학력·학벌 차별을 막기 위한 법안이 발의될 만큼 심각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주요 대학이 이런 식의 계약을 맺는 것이 차별을 강화할 수도 있다.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특정 대학에만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고, 다른 대학들 졸업생의 취업길을 막아 차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기업에 종속되는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계약학과는 기업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주문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신자유주의의 흐름 속에서 대학의 기업 종속화 현상을 우려했다. 하지만 신고제로 운영되는 현재의 계약학과 제도에선 교육부가 개입할 여지도 마땅치 않다. 나아가 교육부가 대학의 기업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신고제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학과 고등교육 문제에 천착해온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어독문학과)도 “고등교육은 단지 경제발전뿐 아니라 한 사회가 전체적으로 성숙하기 위한 토양이 되어야 한다”며 “고등교육에 대해 이른바 민주·개혁 세력도 얼마나 철학과 인식이 부재한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양선아 최원형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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