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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07 09:32 수정 : 2019.05.07 20:51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수요집회에서 아이들이 위로의 메시지가 적힌 노란 나비를 매달고 있다. 김수진 교사 제공

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수요집회에서 아이들이 위로의 메시지가 적힌 노란 나비를 매달고 있다. 김수진 교사 제공
5학년 학생들과 3월 말부터 한 달 동안 ‘성평등 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인권 주제로 시작한 수업은 성차별 이슈로 이어졌고, 여러 성차별 중에서도 전쟁 중 여성 인권에 대해 더 집중적으로 배웠다.

전쟁 중 성폭력을 고발하며 여성들을 도운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와 산부인과 의사인 드니 무퀘게에 대해 알아본 뒤 일본군 성노예로 고통받은 할머니들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사회, 도덕, 국어, 실과, 미술, 창의적 체험활동까지 다양한 과목을 재구성해 진행한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의 마무리는 현장 체험학습이었다.

체험학습 장소로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를 선택했다. 전쟁과 여성 인권 박물관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떠올리며 생생한 자료들을 볼 수 있었다. 할머니들을 추모하는 기억관에서는 진지한 표정으로 벽돌에 적힌 할머니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가며 추모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노란 나비에 할머니들을 위한 각자의 소망을 적어 박물관 벽에 매달았다. 박물관 관람을 마친 뒤 우리는 수요집회 장소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집회 자유발언에서 읽을 발언문을 계속 읊조리며 걸어갔다. 1384차의 이번 집회에선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도 볼 수 있었다. 집회는 노래 ‘바위처럼’으로 시작했다. 함께 모여 구호를 외치고 아이들이 직접 쓴 발언문도 읽었다.

“저희는 학교에서 전시 중 성폭력과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저희와 비슷한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끔찍한 일을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린 소녀들의 일곱 빛깔 꿈을 검게 물들여버린 일본이 비열하고 잔인합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했다. 진지한 아이들의 표정이 어찌나 고맙던지. 교실에서만 이루어지던 수업을 학교 밖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끌어낸 보람이 있었다.

젠더 교육을 해보자며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를 만들고 달려온 지 벌써 3년째다. 그동안 200명 남짓한 아이들을 만났고, 우리의 수업 내용을 정리해 칼럼으로 싣기도 했다. 칼럼에 달린 악플을 보면 ‘정말 우리 교육이 문제가 있는 걸까’ 진지하게 고민도 했고, 1년 뒤가 아니라 10년, 20년을 바라보며 하는 수업이라 때로는 막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으로 조금씩 바뀌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물론 수업 한번으로 성평등한 세상을 바라는 건 어림도 없다. 성평등 수업은 마치 언제 싹 틀지 모르는 작은 씨앗을 아이들의 가슴에 심는 일과도 같으니.

수요집회를 여는 노래 ‘바위처럼’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니.” 할머니들을 위한 이 노래 가사가 왠지 내게도 위로가 됐다. 절망에 굴하지 않고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에 주춧돌이 될 바위처럼 살자. 아이들에게는 버팀목이 되어주고, 어른들에게는 함께할 수 있는 서로의 용기가 되어주자.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기에 아웃박스의 수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쭈욱~!

김수진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교사,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공저자

※ ‘초등 교실 속 젠더 이야기’ 연재를 마칩니다. 아웃박스 선생님들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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