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5.23 05:00
수정 : 2019.05.23 08:18
사립대 공공성 강화 위한 국정과제
지난해 812억원 예산 전액 삭감 이어
간신히 확보한 10억원도 ‘수시배정’에 묶여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영형 사립대’ 관련 사업이 올해 10억원 예산을 간신히 받아놓고도, 기획재정부의 ‘수시배정’ 권한에 막혀 전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실에서 받은 자료와 교육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올해 교육부가 추진하는 ‘공영형 사립대학 기획연구’ 사업은 기획재정부에 의해 ‘수시배정’ 사업으로 지정되어 있다. ‘수시배정’은, 국회에서 예산이 확정됐더라도 기획재정부의 판단에 따라 예산배정을 유보하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전체 10억원의 예산 가운데 5%인 5000만원만이 교육부에 배정된 상태다.
‘공영형 사립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정부가 발전가능성이 높은 사립대에 재정과 운영을 지원해 자율성을 보장하면서도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의 사업이다. 사립대 비중이 86.5%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경쟁력을 함께 키우기 위한 대안으로, 교육계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교육부는 2017년, 2018년 두 차례 정책연구를 실시했으며, 지난해에는 올해부터 5곳 정도의 대학을 선정해 시범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담은 ‘공영형 사립대 육성지원’ 사업으로 812억원 예산을 기획재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공영형 사립대’ 사업은 여러 차례 우여곡절을 겪으며 계획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는 교육부가 요구한 관련 예산을 0원으로 전액 삭감했다. 교육·시민단체들이 이에 반발하는 등 비판의 목소리가 높자, 국회가 예산 심의 과정에서 ‘공영형 사립대학 기획연구’ 사업으로 10억원 예산을 증액했다. 연구 사업으로라도 예산을 확보해, ‘공영형 사립대’ 정책의 흐름이 끊기지는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기획재정부 ‘수시배정’ 사업으로 묶이는 바람에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됐다. 교육부는 “정책연구 이후의 사례 연구나 모형 개발 등으로 구체적인 방향성을 세우는 등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 밝혔지만, 나머지 9억5000만원의 예산을 언제 배정받을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기획재정부의 판단에 달려있다. 여영국 정의당 의원은 “‘공영형 사립대’는 대선 공약이자 국정과제인데, 재정 부처에서 ‘푸대접’을 받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전체 예산의 조속한 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5개 교수단체들은 22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 정부와 교육부는 대학 개혁의 적기를 또다시 놓치려 하고 있다”고 비판을 제기했다. 이들은 ‘대학 구조조정’을 비판하며, “정부의 대학 진단은 ‘공영형 사립대’ 또는 ‘정부책임형 사립대’의 구현을 위한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고등교육 재정지원 확대, 총장 선출제 등 대학 민주화, 사학 비리 척결, 학문 정책을 위한 전담기구와 제도 등도 등도 요구했다. 8월 시행될 ‘강사법’ 관련 내용 가운데 산정 기준이 뚜렷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는 강사의 ‘방학 중 임금’에 대해서는, “학기 중 수업시수와 상관없이 모든 강사에게 정액제로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도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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