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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03 20:17 수정 : 2019.06.03 20:20

고1 학생부 디자인하기

입학 뒤 적응기 끝난 1학년
본격 학생부 설계 고민 시기
달라진 기재 요령 알아둬야

전공 이해가 ‘학종’ 합격의 뿌리
‘자동봉진’보다 ‘교과세특’ 중요
선택과목 꼼꼼히 보고 결정해야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한국외국어대에서 열린 서울시교육청의 ‘2019 고1·2학년 진학지도 설명회’에서 학부모·교사들이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올해 고1부터 학생부 기재 요령과 분량 등 바뀐 사항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연합뉴스
3월 입학 뒤 어느덧 1학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3월부터 지금까지 학교생활 적응하느라 바빴고, 각종 모의평가 결과를 보며 좌절하기도 했을 터다.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지만, 여름방학이 되기 전 앞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어떻게 채워 나갈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고1 학생부 기재 방식은 전년도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내용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입시 전문가인 김선욱 서울고 3학년부 교사(대학진학지도지원단 대학3팀장)와 정현호 현대청운고 2학년 부장 교사,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 등과 함께 ‘고1 학생부 설계 꿀팁’을 알아봤다.

고1 학생부 무엇이 달라졌나

현재 고1에 해당하는 2019 학생부의 가장 큰 특징은 글자 수가 확 줄었다는 것이다. 동아리 활동은 30자 이내로 남겨야 한다. ‘자동봉진’이라 불리는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보다는 교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이 더 중요해졌다. 세특은 과목당 500자씩으로 변화가 없다. 세특의 중요도가 워낙 높아져 “학생부에서 자동봉진과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은 보조일 뿐”이라는 말도 나온다.

전년도에 비해 학생부 기재 항목과 분량이 매우 간소화됐다. 우선 인적사항과 학적사항이 통합됐고 부모 정보가 삭제됐다. 창체의 기재 분량이 1700자로 줄었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 기재 분량은 500자로 감소했다. 이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이 꼭 남기고 싶은 내용 중심으로 올해 학생부 세부 항목들을 채워나가야 한다.

일단 출결 상황 항목이 바뀌었다. 합당하지 않은 사유나 고의로 결석한 경우를 ‘무단결석’으로 기재하던 전년도 학생부와는 다르게 올해는 ‘미인정 결석’으로 입력한다.

큰 틀에서 보면 대입에 적용하는 수상경력 수가 학기당 1개 이내로 제한되고,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상황은 대입 전형자료로 반영되지 않는다. ‘진로 희망사항’은 항목 자체가 삭제됐다. 학생부에 진로 관련 상담 내용을 남기고자 할 때는 창체의 ‘진로활동 특기사항’ 난에 쓸 수는 있으나 자격증 항목처럼 대입 전형자료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독서활동과 ‘세특’은 그대로

창체 상황에 자율탐구활동의 소논문 실적(연구주제 및 참여인원, 소요시간)도 기재할 수 없다. 창체 봉사활동 항목에서는 특기사항을 쓰면 안 된다. 봉사활동과 관련해 별도로 기재할 만한 내용이 있다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에 쓰도록 변경됐다.?

학교 교육 계획에 의한 학생의 자율동아리 활동은 학년당 하나만 입력할 수 있다. 동아리 활동 내용을 기록할 때 동아리 이름과 간단한 소개 정도만 작성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예를 들어 현 고1부터는 자율동아리 활동을 해도 ‘로봇 만드는 동아리에서 활동함’ 등 안내 문구 정도만 쓰게 되어 있다. 따라서 올해 고1 학생들은 동아리를 만들 때 그 이름이 동아리 활동 내용을 직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도록 정하는 것이 좋다.

수정·변화된 항목들이 있는 반면 학생부 세부 항목 가운데 전혀 바뀌지 않은 부분도 있다. 독서 활동 상황과 세특은 2018 학생부 기재요령 기준대로 유지된다.

변경 사항 없이 독서 활동 상황에는 학생이 읽은 책의 제목과 저자를 교과 담당 교사 또는 담임교사가 학기 말에 입력한다. 독서기록장, 독서 포트폴리오 등 증빙 자료는 학생 개인이 보관해야 한다.

세특은 각 교과 교사가 아이들을 관찰한 뒤 학습 태도와 과제물, 성취도 등을 과목별로 종합 기록한 자료다. 교사들이 학생의 토론·발표 내용, 탐구과제, 프로젝트 진행사항 등을 ‘세특’ 난에 쓴다. 공인 어학시험(토플, 텝스, 토익 등) 성적, 각종 교내외 인증 사항, 교내외 대회 관련 사항, 논문(학회지), 도서 출간, 발명특허 관련 내용, 모의고사(전국연합학력평가 포함) 관련 원점수·석차·석차등급 등은 세특을 포함해 수상경력 이외 학생부의 어떠한 항목에도 입력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정시 대학입학 정보 박람회에 참석한 학생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11월까지는 선택과목 확정하자

“태풍은 좋겠다. ‘진로’라도 있어서.”

대다수의 고교생이 하는 푸념이다. 그만큼 진로 정하기가 쉽지 않다. 한데 입시 전문가들이 2022학년도 대입을 준비하는 현 고1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건 “최소한 10월까지는 진로를 확정하고, 11월까지는 선택과목을 결정하라”는 것이다. 고1 때 진로를 결정하지 않으면 수험생활 중간에 학습 방향이 틀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런 경우 수시모집 학종 준비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학생이 자신의 진로를 예상할 수 있어야 고2 때 시작하는 선택과목을 제대로 고를 수 있다. 잘 골라야 동기부여가 되고 열심히 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책을 읽고 학생부에 기록해둘지 ‘견적’도 나오게 된다. 진로를 우선 확정해야 남은 기간 학생부 비교과 활동으로는 무엇을 해볼지, 교내 주최 경시대회를 어떻게 대비할지 연결된다는 이야기다. 학교 진로·진학 담당 교사와 상담하거나 각 시·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육연구정보원 누리집을 활용해보자.

선택과목을 지금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공들여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학생의 전공 이해도와 맞물려 있다. 현재 고1이 대학 문을 두드릴 때 대학 쪽에서는 ‘이 학생이 고교에서 어떤 선택과목을 이수하고 왔는지, 정말 이 전공을 원해서 지원한 것인지’를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진로·적성 검사를 통해서도 학과와 희망 직업을 확정하기 어렵다면 자신이 인문사회 계열인지, 사범대 쪽인지, 공대나 의대 계열인지 큰 갈래만이라도 나눠두어야 한다. 생명공학 분야나 정치경제 분야 등 밑그림 정도는 그려놓으라는 이야기다.

‘공부 잘하면 무조건 법대’라고 생각했던 부모세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로를 정해야 한다. 최근 대학들은 융합 전공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기 때문에 옛날처럼 ‘기자=신문방송학과’ 같은 공식이 큰 의미가 없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문과와 이과를 통합해둔 이유이기도 하다. 융합 전공에 대한 고려, 다른 전공에 대한 합격 가능성을 열어놔야 꿈에 다가서기도 쉽다.

전공적합성 보여주는 시간표 짜기

기말고사가 끝난 뒤 고1 상반기를 차분히 정리할 준비가 됐다면, 이제는 각자 재학 중인 학교의 교과와 비교과 개설 현황을 공부하듯 톺아보자. 학부모와 학생들이 많이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언론보도나 유명 입시설명회에서 사례로 든 것을 그대로 본떠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사례가 ‘우리 학교’ 상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재학 중인 학교의 교과·비교과 현황을 펼쳐놓고, 1학년 2학기와 2~3학년의 학생부 ‘빅 픽처’를 진로 희망에 맞춰 그려본 뒤 실행에 옮겨야 한다.

예를 들어 ‘물리2’는 2학년 때 ‘물리1’을 들어야 3학년이 됐을 때 수강할 수 있다. 물리처럼 내신 점수 얻기 힘든 과목을 무조건 시간표에서 빼는 것이 때로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대학 쪽에서는 학생의 선택과목을 보면 이과 계열에 정말 관심이 있는 건지, 내신 등급을 위해 ‘쉬운 길’을 택한 건지 모두 알 수 있다. 지원자가 다닌 학교에서 물리2를 몇 명이 선택했고 평균 점수가 몇 점이었는지 등을 고려해 학생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선택과목을 안전한 길과 힘든 길로 나누기보다는, 자신의 전공적합성을 드러내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의대를 지망하는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수험생활 시간표를 짤 때 학생부 봉사활동 내용을 충실히 채울 필요가 있다. “어떤 학생을 합격시켜야겠다가 아닌, 어떤 학생을 떨어뜨릴 것인지를 보는 게 의대 입시”라는 말이 있는 만큼 지원자들의 내신 성적이 모두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 쪽에서 지원자의 인성을 더욱 중요하게 보고, 학생부 봉사활동 내용의 충실함을 체크한다.

학생의 전공적합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시간표를 짜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과정 설명회에 가서 정보를 얻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진로·진학 담당 교사가 입시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는데, 40~50쪽짜리 선택과목 가이드북을 펴내거나 주요 대학 기준 가산점을 주는 선택과목 등을 상세히 설명해준다. 학생부 밑그림을 그릴 때 학교 밖이 아닌 학교 안에서 해결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도저히 손에 안 잡히는 입시 준비여도 잊지 말아야 할 건 하나다. 사교육 업체의 불안 마케팅이 아닌 학교 교사의 생생한 정보를 믿어야 한다는 것. 학생부는 예나 지금이나 ‘학교 안’에서 진행되고 기록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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