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고사 전형 알아보기
텅 빈 학생부에 좌절하는 중하위권
‘학종’ 아니어도 대학 가는 길 있어
수시 학종·정시 수능 모두 부담 땐
‘적성고사’로 역전 기회 노려볼 만
평균 70점 이상이면 합격 가능성
수능특강 교재로 유형 익히면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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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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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고사 성적은 국어, 영어, 수학이 각각 3, 4, 4등급이고 탐구는 가끔 1등급도 나와요. 근데 제가 내신이 5등급이거든요. 어차피 상위권 아닌 이상 ‘학종’으로는 대학 못 가요. 그래도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서 적성고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저 말고도 각 반 30명 가운데 3~4명씩은 적성고사를 준비해요.”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고3 수험생 최아무개군의 말이다. 최군은 고교 1~2학년 때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관리를 전혀 안 했다. 친구들은 다양한 수상경력, 동아리 활동으로 차곡차곡 학생부를 채워왔지만 최군은 그 시기를 놓쳤다. 당연히 내신 등급도 챙기지 못했다. 그러다 뒤늦게 꿈이 생겼고, 대학에 가고 싶어 올해 초부터 적성고사를 준비하고 있다. 적성고사는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소외된 3~6등급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전형이라 불린다.
■ 3~6등급에게는 ‘역전의 기회’
적성고사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과 비슷하지만 응용문제가 적어 ‘쉬운 수능’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수능과 출제 유형이 비슷하지만 교과 과정 안에서 쉽게 출제된다. 국어·영어·수학 과목으로 이루어져 있고 세 과목 통틀어 40~60개 문제가 나온다. 평균 70점 이상이면 합격 가능성이 큰 편이다.
대학별 고사라도 이비에스(EBS) 수능특강·수능완성 교재와 연계 출제하기 때문에 수험생이 느끼는 부담도 적다. 국어, 영어, 수학 등 교과별 기본 공식과 개념만 다져두면 합격할 수 있다. 중하위권 수험생들에게 ‘역전의 기회’라고 불리는 이유다.
이비에스 연계율이 높기 때문에 수시모집 적성고사와 정시모집 수능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군은 “뒤늦게 대학 입학이라는 목표가 생겼을 때, 정시 준비는 엄두가 안 났다. 공부량이 너무 많다는 생각에 의욕이 떨어졌다”며 “학교 선생님들도 나를 비롯한 내신 3~6등급인 친구들 입시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대입 설명회도 열에 아홉은 1~2등급 학생을 위한 상위권 대학 설명회뿐이라 정보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했다. 전국 수험생 50만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 되는 중하위권 학생 대상 입시 설명회가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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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6일 종로학원 주최로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열린 ‘2019 대입 설명회’에서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다양한 대입 전형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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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적성고사 세 가지 열쇳말은?
2020학년도 수시모집 적성고사는 삼육대, 서경대, 성결대, 수원대, 을지대, 평택대, 한국산업기술대, 한성대, 한신대, 가천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홍익대 세종캠퍼스 등 12개 대학에서 실시한다.
이들 대학에서 적성고사로만 4790명을 선발한다. 선발 인원이 지난해보다 154명 늘어났다. 가천대 1015명(특별전형 제외), 수원대 550명, 고대 세종캠퍼스 430명, 한국산업기술대(산기대) 300명, 한성대 380명, 을지대 354명 등 적성고사라는 단일 전형으로 300명 이상 뽑는 대학들이 꽤 된다. 다만 홍익대 세종캠퍼스는 현재 고2가 대학에 가는 2021학년도 입시부터 적성고사를 폐지한다.
올해 적성고사의 세 가지 열쇳말은 을지대 주관식, 평택대 간호학과, 산기대 문항 수 조정이다. 최승후 경기 대화고 교사(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표강사, 이비에스아이 적성고사 국어 대표강사)는 “올해 적성고사의 독특한 점은 을지대 수학이 20문항에서 15문항으로 줄어들었지만 5개의 주관식 단답형 문항이 생겼다는 것”이라며 “국어와 영어 각 20문항씩, 수학은 주관식 포함 15문항으로 총 55문제를 60분 안에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 교사는 “을지대 수학 주관식 문제를 미리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변별력이 큰 다섯 문항을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학 주관식 문제는 ‘꼼수’로 맞히기 어렵다. 이비에스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을 세심하게 살펴보면서 주관식 단답형에 대한 감을 잡아보길 권한다.”
평택대는 올해부터 적성고사를 통해 간호학과 신입생도 선발한다. 간호학과는 인기 학과라 경쟁률이 높은 만큼 수능 최저학력 기준으로 ‘필터링’한다. 수능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두 과목의 합이 6등급 이내라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그동안 적성고사 실시 대학 중 수능 최저학력 기준 조건은 고려대 세종캠퍼스, 홍익대 세종캠퍼스에만 있었다.
마지막 열쇳말인 산기대 적성고사 문항 수 조정을 살펴보자. 2020학년도 산기대 적성고사는 국어와 수학에서 각각 25문항을 출제한다. 지난해보다 10문항이 줄어들었다. 영어 시험은 없기 때문에 국어와 수학 50문항을 70분 동안 풀면 된다.
적성고사가 제한된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풀어내는 게 요령인 만큼 수험생들의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게 됐다. 지난해 산기대 경영학부와 을지대 스포츠아웃도어학과 적성고사에 동시 합격한 전병선(산기대 1학년)씨는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빨리 풀어야 하는 만큼, 자신 있는 영역부터 처리해야 한다”며 “나는 수학 미적분 문제의 답을 먼저 구한 뒤 남은 시간을 여유 있게 활용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적성고사 입시 결과를 분석한 뒤 전략적으로 접근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10년 동안 적성고사 강의를 해온 이민형 스터디클리닉 원장은 “적성고사 배점은 한 문항에 2점, 3점이다. 5등급 안까지는 적성고사 1~1.5문항과 내신 등급 간 점수 차이가 같다”며 “6등급이 5등급으로 올라가려면 적성고사 2~3문항을 더 맞혀야 한다. 지난해 산기대는 국어와 수학 총 60문항 중 합격생 정답 개수가 49.1개였다”고 설명했다. “산기대 합격생 내신은 평균 4.2등급이었다. 만약 내신 6등급 수험생이 산기대 적성고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올해 50문항 중 44.1개 이상을 맞히면 합격선으로 본다.”
■ 기출·수능특강 반복 학습해야
적성고사는 내신 3~6등급의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능 전 마지막으로 도전해볼 수 있는 수도권 대학 진학 기회다. 시험 문항은 실시 대학이 자체적으로 출제한다.
입학을 원하는 학교의 누리집을 방문해 최소 3개 연도의 기출문제를 내려받아 풀어보는 게 좋다. 해당 학교가 어떤 유형의 문제를 내는지 감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승후 교사는 “적성고사 출제 유형에 맞춰 이비에스 ‘수능특강’ 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기출뿐 아니라 올해 모의 적성고사 역시 주의 깊게 살펴본 뒤 오답 노트에 정리해두자. 자신이 반복적으로 틀리는 유형을 파악해야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적성고사의 장점은 수능 정시까지 함께 대비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을지대와 홍익대 세종캠퍼스는 영어 과목에 변별력을 두기 때문에 인문계열 학생들이 참고할 만하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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