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보는 학교민주시민교육 국제포럼
학교가 민주시민 양성의 구심점
더불어 살아가기에 방점 찍고
자유와 방종 구별하는 능력 키워야
새 지식 구성해내는 ‘현상기반 학습'
배움과 삶 일치하는 핀란드 교육
수동적 학습자에서 능동적 주체로
‘2019 학교 민주시민 교육 국제포럼’(이하 국제포럼)의 주제는 ‘배움을 넘어서―미래를 위한 민주시민 교육’(Beyond Learning―Democratic Education for a Human Future)이다.
국제포럼은 거트 비에스타 교수(아일랜드 국립 메이누스대, 교육철학·교육정책 전공)와 가쓰노 마사아키 교수(일본 도쿄대, 학교운영·학교자치 전공), 류선정 소장(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 이희숙 교장(서울은빛초등학교)이 기조발제와 주제토론을 맡았다. 그 가운데 비에스타 교수와 가쓰노 교수, 류 소장이 다룰 민주시민 교육의 주요 이슈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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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트 비에스타 교수(메이누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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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발제: 거트 비에스타 교수
학교가 민주시민 양성의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민주시민 교육에 실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학교는 어떤 방식으로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가?’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민주주의인 것과 민주주의가 아닌 것의 경계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공교육은 민주 시민성과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명확히 해둘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를 다수에 의한 통치라고 기계적으로 정의하는 것에 의문점을 가져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기’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 서로 다른 관점 긍정하는 힘 길러줘야
민주주의 제도는 ‘모든 사람이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도 된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방종을 구분하지 못할 경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민주주의는 타인의 자유에 대한 인식과 ‘자제력’을 요구한다. 타인의 존재를 인식하고 긍정하는 힘을 길러줘야 하는 이유다.
우리 주변의 아동·청소년들은 민주주의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자신의 ‘욕망’을 성숙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다룰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교육의 책임이자 의무라고 본다.
민주주의(democracy)의 근본적 의미는 ‘모든 사람(demos)을 사회 정치(kratein)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민주시민 교육을 논의하려면 민주주의가 역사적 발명품이라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정치 제도라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는 힘과 노력을 들여 완성해 나가는 ‘정치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의 열쇳말은 다양성이다. 미래세대가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관점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번 국제포럼 주제가 ‘배움을 넘어서―미래를 위한 민주시민 교육’이다. 학교는 아이들에게 ‘집’과 ‘학습’이라는 두 세계를 잇는 디딤돌이다. 학교가 배움을 넘어선 공동체성을 키우는 장소여야 하는 이유다. 다음 세대가 세상을 만나고, 세상과 엮여 있는 자신을 만나는 데 필요한 시간을 주는 공간, 그곳이 바로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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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쓰노 마사아키 교수(도쿄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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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가쓰노 마사아키 교수
일본은 2015년에 투표 연령을 20살에서 18살로 낮췄다. 이 법안의 통과로 2016년 7월에 전국에 있는 18살 고등학생들이 일본 민주주의 역사상 처음으로 투표를 경험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맞춰 문부과학성은 ‘고등학교에서의 정치 교육 및 학생들의 정치 활동’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국의 국공립, 사립학교를 감독하는 모든 기관에 배포했다. 제대로 된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서다.
■ 삼자협의회 통해 민주주의 경험
특히 일본은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학교 관련 다양한 문제를 논의하는 방식으로 ‘삼자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협의회에서는 주로 학교규칙, 학교 건물과 시설, 교육과정, 교수·학습방법론 등을 논의한다.
‘학교는 공공의 공간이며 교장, 교사, 학생 및 학부모 등 모든 이해관계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학생들은 협의회의 당사자로서 참여하는데, 이 과정에서 학교생활의 여러 측면을 접하고 다른 구성원들과의 토론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타인의 관점을 배우는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성찰하고 표현해내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협의회는 학생들이 시민성을 배우고 실천하는 학교 내부의 매개체다. 학생들은 공교육 과정 안에서 자기 이익을 앞세우기보다는 여러 입장을 동시에 존중하는 과정을 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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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선정 소장(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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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발표: 류선정 소장
교육자라면 프로젝트 학습, 메이커 교육, 다학제간 학습 등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이 용어들이 꽤 친숙하게 들릴 것이다. 명칭은 모두 다르지만 이들 교육에서 추구하는 학습법에는 비슷한 점이 꽤 많다.
학습자가 주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Phenomenon)에서 영감을 얻어 학습주제가 정해지고 기존의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과목 구분이 아닌 하나의 주제가 프로젝트가 되어 배움이 이뤄진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여기서 학습자는 기존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나아가 보다 부지런히 자신의 배움과 지식을 만들어 내야 한다.
미래세대는 누군가 던져주는 고기를 받아먹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무슨 고기를 먹을 것인지, 그 고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누구와 협동해 잡아야 하는지, 어떤 지형지물을 이용해 잡을 수 있는지, 고기를 먹고 난 뒤 내가 주변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고려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 미래세대 위한 핀란드의 새 교육과정은?
2016년 8월, 핀란드에서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시작했다. 10년 만의 개정이었으며 전국 초·중학교에 적용되었다. 새 교육과정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새롭게 시도된 것은 바로 ‘현상기반 학습’의 실시이다. 전통적으로 과목을 나누어 수업이 진행되던 모습에서 이제는 하나의 ‘현상’이 주제가 되어 관련 과목을 융합해 수업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학교급식을 주제로 진행된 핀란드 카우하바 지역 7학년 학생들의 수업은 화학, 수학, 종교, 가정, 사회 수업이 하나의 큰 틀에서 이루어졌다. 화학에서는 ‘음식의 신선함은 어떻게 유지될까?’ 수학에서는 ‘식재료의 가격, 급식 가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종교 과목에서는 ‘특정 음식이 제한되는 종교를 가진 학생에 대한 학교급식의 식단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등이다.
위의 사례로 알 수 있는 핀란드 현상기반 학습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학생들이 주위에서 접할 수 있는 현상에서 의미를 찾아 학습주제를 정함으로써 배움의 자발성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학습과 삶의 연관성을 높여준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초임 교사든 20년차 교사든 교육 전문가로 인정받는다. 교사는 교실에서 자신이 맡은 학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을 제공해주는 교육 전문가로 여겨지며, 학교장이나 학부모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는 신뢰 기반의 교권을 갖고 있다. 사회가 교사를 믿어주었으니 교원의 책임 역시 가볍지 않다. 이에 걸맞은 전문성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핀란드는 교사에게 높은 자율성을 보장하는 만큼 꾸준한 자기 계발을 통해 수업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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