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인권 골든벨 도전기
인권위·광주시교육청·광주시 손잡고
지난 20일 제5회 인권 골든벨 열어
학교 안팎 청소년 100명 참가해
‘세계인권선언’ ‘광주학생인권조례’ 등
민주인권동아리서 활동한 실력 펼쳐
국·영·수보다 중요한 게 인권
‘나와 너’의 권리 인지하고 존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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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2시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누리자! 인권, 울리자! 골든벨’ 행사가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주최로 관내 18개 학교 100명의 학생이 참여해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광주/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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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2개입니다!”
나는 인권 퀴즈 대회에 참가한 최윤채(광주 대성여중 2)다. 2인1조 50팀 100명의 학생들 눈앞에 문제가 떴다. 1번 <김군>, 2번 <소년이 온다>, 3번 <박하사탕>, 4번 <공범자들>, 5번 <아이 캔 스피크>. 아, 5번은 확실히 알겠는데 나머지 한개가 헷갈린다. 같은 팀인 어령이와 상의해 3, 5번을 골랐다. 정답은 4, 5번. 우리는 부분 점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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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누리자! 인권, 울리자! 골든벨’ 대회에 참가한 최윤채(광주 대성여중 2, 왼쪽) 학생과 같은 학교 이어령 학생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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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동인권·인종차별 신문 스크랩 하며 공부
지난 20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광주광역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누리자! 인권, 울리자! 골든벨’(이하 인권 골든벨) 행사에 참여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이하 인권위 광주사무소)와 광주시, 광주시교육청이 주최·주관해 여는 청소년 인권 대회인데 벌써 올해 5년째를 맞이했다.
어령이와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를 읽은 뒤 책의 저자와 같은 의문을 나도 품게 됐다. 나는 매일 배불리 먹고 간식까지 챙기는데, 왜 세계 어느 나라에서는 물 한방울조차 구하기 힘든 걸까? 제3세계와 제1세계는 어떤 기준으로 나누어진 걸까?
인권 골든벨 1라운드를 끝낸 뒤 쉬는 시간에 다른 학교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주시 관내 18개 학교에서 2인1조로 100명이 참여했다. 각자 교내 민주인권평화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는데, 광주 학생 인권조례를 ‘통으로’ 외우는 친구부터 사형제, 선거권, 노동권, 인종차별 이슈와 관련해 ‘뭘 좀 아는’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퀴즈 현장에서의 긴장감이 조금은 풀렸다.
친구 어령이와 함께 한달 남짓 열심히 인권을 공부하며 예상 문제를 풀어보고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린 인권 기사도 스크랩해 챙겨 봤다. 어령이와 나는 최근 아동인권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친구 동생들을 비롯해 한참 어린 5~6살 여아나 초등학생 대상의 쇼핑몰 이미지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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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골든벨은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이하 인권위 광주사무소)가 주최하고 광주시교육청, 광주시청이 공동 주관한다. 사진 왼쪽부터 김민아 팀장(인권위 광주사무소 교육협력팀), 고병연 교사(광주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정현지 팀원(인권위 광주사무소 교육협력팀), 박성미 주무관(광주시청 민주인권과). 광주/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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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도 국내 대형마트의 온라인 상점에서 5~6살 여아 수영복 사진을 성인 모델 구도에서 찍은 뒤 ‘심쿵 유발’이라고 써서 올려 사회관계망서비스상에서 큰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도대체 5~6살 여아들의 수영복 차림이 왜 ‘심쿵’을 유발해야 하는지 어른들 스스로 좀 돌아봤으면 좋겠다.
외국 아동복 사이트에 가보면 여아, 남아 할 것 없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편안한 포즈로 옷을 입고 서 있거나 앉아 있다. 여아의 ‘몸매’를 부각하는 방식의 사진은 애초에 ‘소아성애’라 분류돼 올릴 수도 없다고 한다. 안 그래도 요즘 미성년자 성폭력 사건 가해자를 감형해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데…. 우리나라 어른들이 아동인권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면 이런 성적 대상화가 왜 잘못됐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을 텐데 정말 가끔은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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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학생들이 인권 골든벨 1라운드를 마친 뒤 대회장 곳곳에 마련된 ‘인권 부스’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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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도시 광주에서 골든벨 울리기
나는 광주에 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버스 정류장에 오가는 ‘518버스’를 보고 제일 신기해한다. 근현대사 배울 때 잠깐 접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시내버스 번호가 되어 운행 중이라는 게 생소하면서도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는 경험인가 보다. 나 역시 아마도 이런 환경 덕분에 인권에 더욱 관심이 생기게 된 듯하다. 특히 인권위 광주사무소가 개소 10주년을 맞이해 개최하기 시작한 인권 골든벨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더없이 뿌듯했다.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권 골든벨은 인권위 광주인권사무소가 주최하고 광주시교육청(민주시민교육과), 광주시청(민주인권과)이 공동 주관한다고 한다. 특히 이 대회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도 참가 기회가 열려 있어 ‘역시 인권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민주인권평화동아리’를 통해 동아리 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인권 골든벨 출제 예시 문제가 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누리집에 올라와 있어 관련 교과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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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누리자! 인권, 울리자! 골든벨’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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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경쟁 방식보다는 학생 참가자 모두가 인권을 주제로 참여하는 만큼 탈락이 없다. 누적 점수제를 통해 모든 친구가 끝까지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진행하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최종 라운드에 올라 도전에 성공하면 국가인권위원장상(3팀), 광주시교육감상(3팀), 광주시장상(1팀) 등 우리가 원하는 상격을 직접 선택해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참신했다. 인권 골든벨은 다른 대회와는 확실히 뭔가 다르다!
■ “왜 이래야 하나요?” 세상에 당연한 건 없다
인권 골든벨 1라운드를 마친 뒤 40분 동안 다양한 인권 부스를 돌며 참여 도장도 받고 간식도 먹었다. 행사장 안팎에 놓인 포토존에서 ‘보호받고 있습니까? 당신의 인권! 의식하고 있습니까? 상대의 인권!’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제6회 광주광역시 인권작품 공모전’ 아동·청소년부 수상작들도 살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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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광주시청에서 열린 ‘누리자! 인권, 울리자! 골든벨’ 대회에 참가한 학생이 2라운드 첫번째 문제의 답을 적고 있다. 광주/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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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조현진 학생이 쓴 ‘왜 이래야 하나요’라는 시가 눈에 들어왔다. ‘왜 여자는 얌전해야 하나요. 왜 남자는 태어나서 3번 울어야 하나요. 왜 여자는 단정해야 하나요. 왜 남자는 활발해야 하나요. 왜 이래야 하나요? 지금이라도 이 사회를 바꿔 봐요.’
나와 어령이는 이 시를 본 뒤 역시 사회가 나아지려면 ‘왜?’라는 의문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그래야 하나요?’라는 말에 합리적인 대답 대신 ‘늘 그래 왔으니까’라는 말이 돌아온다면 정말 그게 맞는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해볼 것이다.
인권 골든벨의 특징은 탈락자가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풀고 화이트보드에 적어 올릴 때는 ‘정답이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에 굉장히 떨리지만 틀렸다고 해도 탈락, 패배가 아니라 끝까지 기회를 주고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상도 1, 2, 3등을 가리지 않고 국가인권위원장상, 교육감상, 시장상 등 자신이 원하는 상을 고른 뒤 퀴즈에 참여한다. 상을 못 타는 경우도 없다. 골든벨을 못 타면 실버벨을 받을 수 있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최고인 ‘문상’(문화상품권)을 준다. 정말 친인권적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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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후 2시 광주시청 3층 중회의실에서 ‘누리자! 인권, 울리자! 골든벨’ 행사가 열렸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 주최로 관내 18개 학교 100명의 학생이 참여해 인권의 소중함을 되새겼다. 광주/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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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 와서 알게 된 조서영·정유준 학생(운림중 3)은 교내 민주인권 동아리에서 활동 중이란다. 모르고 지낼 수도 있었던 인권의 역사,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권은 누군가의 피와 땀에 기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한다.
어령이와 나는 최종 라운드에 올라 국가인권위원장상을 받았다. 참여 학생들을 격려하고 다독여주신 윤희지 선생님(동아여중)은 “국어·영어·수학 등 학습 과목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의 뿌리를 이루는 인권 수업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이건 인권침해 아니겠지’ 싶은 것들도 따지고 보면 나와 상대방의 권리를 야금야금 침범하고 있는 상황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이겠다.
광주/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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