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덜위치칼리지 서울 영국학교 그레엄 솔트 교장이 지난 6월20일 교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인터뷰 ㅣ 그레엄 솔트 덜위치칼리지 서울 교장
연극연출가가 1619년 런던에 설립
한국, 중국, 싱가포르, 미얀마 진출
시대·학생 요구 따라 끊임없이 변화
공부는 기본, 스포츠·예술 중시
홍콩·영국·미국 등 대학 진학
한국 대학 문호 막혀 아쉬움 커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덜위치칼리지 서울 영국학교 그레엄 솔트 교장이 지난 6월20일 교장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서울 서초구 신반포역에서 한 블록을 돌아가면 ‘덜위치칼리지 서울 영국학교’가 나타난다. 도심에서 보통 볼 수 있는 건물에다 담으로 둘러쳐져 있어 눈여겨보지 않으면 학교란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개교 400년을 맞은 학교란 소식을 듣고 한국에 온 외국인학교는 어떤지 알아보려 지난 6월20일 학교를 찾아갔다. 이 학교에는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650여명의 국내외 학생이 다니고 있다. 먼저 학교를 한바퀴 돌아봤다. 학급당 학생 수는 우리의 학교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공연장, 음악실 등 학생들이 사용하는 크고 작은 공간이 많았고, 악기도 다양했다. 그레엄 솔트 교장은 학교의 현황에 대해 자세하고 길게 설명을 했다.
― 덜위치칼리지가 올해로 개교 400년을 맞았는데, 자랑거리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영국에는 400년, 500년, 600년 역사를 지닌 학교가 많은 편이다. 예전에 공립학교가 보편화하기 전에 자선가나 교회 등에 의해 자선의 목적으로 학교가 많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의 설립자인 에드워드 앨린은 연극 연출을 하는 예술가였는데 셰익스피어와 동시대에 살았고 친분이 있었던 인물이다. 400년 역사를 거치면서 우리 학교는 많은 변화와 진화를 했다.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고, 학생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온 것이다.”
― 한국에 온 지 9년인데 그동안의 성과를 꼽는다면?
“당시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외국인학교 설치를 장려했다. 덜위치는 한국에 오기 이전에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캠퍼스가 있었는데 인접한 한국으로 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개교한 지 9년밖에 되지 않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3개 기수가 졸업해 홍콩,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 세계 각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행히 한국 대학들도 우리 학교에 진학 기회를 주려는 움직임이 있다.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출산율이 줄어들고 있는 한국이나 한국 대학들에도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 서울 캠퍼스 현장학습 등에 유리
― 아시아 다른 지역에 있는 학교들과는 차이점이 있는가?
“중국, 싱가포르, 미얀마에 캠퍼스가 있다. 다른 나라에 있는 캠퍼스는 도시 외곽의 넓은 터에 자리를 잡아 학교 부대 시설과 수영장 등 스포츠 시설이 캠퍼스 안에 모두 갖춰져 있다. 한국 캠퍼스는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한복판에 있다. 따라서 뛰어난 교직원을 채용하는 데 유리하다. 학생들의 교육적 관점에서도 옥외 스포츠 시설, 쇼핑몰, 꽃시장 등 대도시 시설에 접근성이 좋아 현장학습 등에도 유리하다.”
― 덜위치칼리지 서울이 2년 연속 ‘브리티시 인터내셔널스쿨 어워즈’를 받았는데.
“전세계의 국제학교들을 대상으로 영국의 민간기관이 주는 상인데, 우리 학교의 수학교육 시스템으로 상을 받았다. 우리는 교육에서 혁신 실험을 할 때 먼저 소규모 실험을 한 뒤 성공적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학교 전체에 적용한다. 2018년 첫번째 상을 받은 것은 초등학교의 수학교육에 도입한 ‘인터리빙 간격반복 학습법’이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기하, 대수, 도형 등 요일마다 다른 주제로 수업하고, 1주일 뒤에 복습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추가로 가르친다. 이것이 장기적 기억에 효과가 있다.
2019년에는 중등과정 수학교육 반편성 모델로 상을 받았다. 보통 상중하로 분반하는데, 상위권 학생들은 성취도가 높아지지만 하위권은 나빠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6주 단위로 분반을 한다. 하나의 주제가 시작되기 전에 테스트를 해서 세 그룹으로 나누고, 6주 뒤에 다른 주제를 시작하면서 다시 테스트해서 분반을 한다. 6주 만에 분반을 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학생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자신감도 향상됐다. 학생들이 어떤 주제는 잘 못하지만 다른 주제는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기존 분반의 문제가 하위권 학생들에게 낙인을 찍는 것인데 그런 문제도 해소했다.
연구 가운데 나타난 또 다른 흥미롭고 긍정적인 효과는 교사들이 서로 협력하고 소통을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장단점에 대해 서로 정보를 나누게 됐다. 또 교사가 상하위권 학생들을 모두 접하고 가르치게 됐고 서로의 수업 기술을 공유하면서 아이들 교육에 미치는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캠핑·탐험·봉사활동 전교생 참여
― 내년에도 그 상을 계속 탈 수 있을까?
“이번에 검토하고 있는 것은 5살부터 17살까지 모든 아이에게 적용하는 점진적 야외활동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나이에 맞는 단계의 야외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살 아이의 경우는 동네 가게에 가서 물건을 산다든가 실제로 요리를 만들어본다든가 하는 것이다. 교내에서 하는 캠핑도 들어 있다. 중학교 이상이 되면, 중국 남부 사이클링 투어, 말레이시아의 정글 탐험, 캄보디아 봉사활동 등으로 확장된다. 17살 학생들은 필리핀의 가난한 동네를 찾아가 집을 짓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는데, 벌써 4년이 됐다. 신체적으로 강해지고 독립심도 기르고 팀워크도 배울 수 있다. 또한 한국과 아시아의 지형이라든지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직접 체험을 함으로써 넓혀지게 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
학비가 꽤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은 학생 한 명당 교육비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 중 대부분이 학교가 아닌 학원 등 사교육에 쓰인다. 우리 학교의 학비가 비싼 것이 사실이지만 원스톱 서비스라는 장점이 있다. 즉 수업료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것, 스포츠·예술 클럽활동 이런 것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야외활동도 당연히 들어 있다. 우리가 받는 학비의 상당 부분은 교직원 채용에 쓰인다. 우수한 교육을 하려면 뛰어난 교직원이 필요하고 채용하는 데는 비용이 필요하다. 학비는 전부 교육과 학교의 발전에만 쓰인다. 올해에도 드라마센터 등 학교 시설을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 한국에선 공부만 지나치게 강조
― 한국 학교, 또는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교육시스템은 상황을 개선하고 학생의 요구에 맞춰나갈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덜위치는 학생의 요구와 시대에 맞도록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 있다. 우리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있는데 공부뿐만 아니라 학교 밖의 경험을 중시하고 있다. 스포츠 활동을 통해 신체발달을 이루고,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함으로써 정신을 함양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교육시스템은 공부에 틀이 맞춰져 있고, 어떻게 보면 지나치게 이 부분만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등수를 매기는 식으로 평가하게 되면, 물론 그 사람의 지성에 대한 평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다른 측면에서 그룹 활동, 사회 활동, 창의력, 예술성 등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의 고용주 입장에서 보는 능력은 문제 해결 능력이나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 등이다. 교육도 그런 요구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덜위치칼리지 서울 영국학교 초등학교 과정.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