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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6 18:46 수정 : 2019.07.16 22:57

[짬] 동남권 발전협 상임위원장 부산대 전호환 총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사진 김광수 기자
지난 5월 15일 저녁 부산 부산진구의 롯데호텔부산 3층 크리스탈볼룸에 부산·울산·경남의 대학총장들과 상공회의소 회장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3개 지역 대학총장들과 상공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이날 지역분권운동을 목표로 한 동남권발전협의회가 닻을 올렸다. 참석자들은 협의회 출범에 산파 구실을 한 전호환 부산대 총장을 상임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전 총장은 박근혜 정부의 유일한 국·공립대 직선 총장이었다. 정부의 지침을 거스른 대가를 치렀다. 교육부가 이미 확정한 지원금을 회수했고 각종 재정지원 공모사업에서 부산대가 탈락했다. 이에 교수들이 급여 일부를 갹출했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인가요? 서울 주도인가요?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경제지표의 대다수가 수도권에 몰리는 게 정상인가요? 선진국 어디를 봐도 이런 곳은 없어요.”

총장 임기 4년 중 3년을 보낸 전 총장이 지방분권 전도사로 변신했다. 그는 “몸의 기관 가운데 한 개가 작동되지 않으면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우리 국토도 서울과 수도권만 돌아가면 비정상이 되고 아프게 된다”고 했다.

협의회 공동위원장은 18명이다. 부산·울산·경남 상공회의소 회장 3명을 포함해 3개 지역 대표 5명씩과 전호환 상임위원장, 25개 4년제 대학이 가입한 부산·울산·경남지역대학교 총장 협의회 회장, 부산분권혁신운동본부 상임대표다. 협의회 사무실도 부산대 안에 뒀다. 지속적인 분권운동을 위해 법인 전환도 계획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혜택을 누리게 될 부산시와 울산시, 경남도에 민간보조금을 신청하고 상공인단체와 상공인들의 특별후원금을 걷어서 운영할 예정이다.

“총장이 되기 전에도 지역균형발전을 외쳤어요. 제가 정치할 뜻이 없는데 사람들이 저를 오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순수한 취지의 협의회가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부산·울산·경남광역연합이 출범하면 자동 해산할 겁니다.”

지난 5월 열린 동남권발전협 출범식 모습. 부산대 제공
실제 전 총장은 지난해 서울대·부산대·경북대 등 전국 10개 국립대학이 참여하는 거점 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을 지내며 지방 국립대 살리기에 나섰다. 지방 국립대가 살아야 지역인재 유출과 인구 감소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정부에 건의문을 냈다. 전 총장은 “서울 주도 공화국을 바로 잡고 국가다운 발전전략을 찾고자 한다. 순수하게 협의회를 바라봐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그가 생각하는 부산·울산·경남광역연합은 지자체가 독자 행정을 펼치면서 수장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지역간 갈등 해법 등 상생 방안을 찾고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역분권의 목소리도 내자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두 달 전 발족한 협의회는 싱크탱크를 자임한다. 부산·울산·경남의 혁신성장 정책 연구, 공동 브랜드 구축, 관광·문화진흥정책 개발 등 지방분권 실현 과제 발굴과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자치단체가 지방분권운동에 소극적일 때는 비판하고 먼저 정부를 상대로 분권운동의 불도 지필 참이다.

지난 5월 발전협 출범 주도해
상공인 등 18명 공동위원장
“발전협, ‘광역연합’ 가는 싱크탱크
연합은 지방분권의 유효한 방도
분권에 관심 많은 현 정부서 꼭”

MB정부 유일한 직선 국립대 총장

마침 희소식이 들린다. 정부는 지난 3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했다. 광역행정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2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광역연합의 모태가 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게 뼈대다.

실제 일본 오사카 등 일본의 5개 현은 도쿄 중심의 중앙집권체제에 맞서 2010년 간사이광역연합을 출범했다. 현재는 7개 현이 참가해 방재와 관광 등의 업무를 협의해서 실행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6개 카운티는 상호협력체를 만들어 광역교통 등 다양한 광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역연합은 국가주도형과 민간주도형이 있단다. 한국형 광역연합은 어떤 형식이 좋을까. 전 총장은 “우리는 지역간 갈등이 많아 국가주도형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광역연합의 실제 가능성은?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에 적극적이고 부산·울산·경남도 현재 민주당 지사이고 협력도 잘 되니까 광역연합 실현의 호기다. 현 정부에서 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총장은 “싱가포르에 국립대학이 없었다면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을 하려면 지역마다 제대로 된 대학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가 균형발전을 하려면 지방대학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도록 정책을 펴야 하고 국가가 이런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지방대학이 뭉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부산·울산·경남광역연합이 이뤄지면 문학 창작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해 톨스토이 전집을 모두 읽었고 한 달에 한 번 독서모임도 하고 있다고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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