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7.17 19:14
수정 : 2019.07.1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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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성내초등학교 교장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자사고 재평가 결과, 일반고 발전 방안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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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 인터뷰
“공론화 방식 폐지여부 결정하자”
“내년 하반기 국가교육회의에서
국민 토론으로 운명 결론내자”
자사고 취소 논란
“폭탄 안은 군 지휘관 같은 심정…
엄격하고 공정하게 재지정 평가
향후 법적 과정, 당당할 수 있다”
섞임과 교육 강조
“재벌과 운전사 자녀 같이 공부해야...
평준화 속에 잠재력 꽃피우게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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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동구 성내초등학교 교장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자사고 재평가 결과, 일반고 발전 방안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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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자율형사립고)의 운명에 대해 내년 하반기엔 국가교육회의(또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국민적 토론을 통해 결론지어야 합니다. 자사고는 우열반 편성을 학교 수준으로 한 것입니다. 과거 자사고·특목고 수가 적었을 땐 큰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서울에 자사고가 25곳까지 생기면서 고교 교육 생태계가 망가졌습니다. 자사고는 이제 시대적 소명을 다했고, 정책적 유효기간이 끝났습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계기로 고교서열화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자사고·외국어고 등의 존폐를 결정짓자고 처음으로 공개 제안했다. 이 발언은 지난 16일 서울 강동구 성내초등학교에서 진행된 <한겨레>와의 인터뷰에 이어 1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일반고 종합지원 계획’ 기자간담회에서도 나왔다. 자사고 폐지론자인 조 교육감은 그동안 교육부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자사고를 일반고로 일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재지정 평가 국면에서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한 전환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자 차선책으로 이렇게 제안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대입 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하면서 국가교육회의를 통해 공론화를 시도했지만, 그 결과나 과정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많았다. 따라서 자사고 관련 정책도 공론화를 할 경우 비판적 의견도 나오지 않겠냐는 질문에 조 교육감은 “대입 공론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고 공론화 방법론 자체를 불신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수제 민주주의 하에서 선거를 제외하고 국민적 합의를 모으는 방법론 자체가 많지 않고,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숙의적 민주주의적 방법론”이라며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표성을 잘 구성하고 과정 자체가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에서 두발 및 교복에 관해 공론화를 진행해보니 합리적인 결과가 나왔고, 합의 도출 과정으로서도 바람직했다고 그는 평가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조 교육감은 자사고 관련해 서울 지역의 특수성을 설명하면서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재차 설명했다.
김대중 정부 때 처음 생긴 ‘자립형사립고’는 당시만 해도 전국에 6개 학교였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자율형사립고’로 이름을 바꾸고,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라는 명분으로 자사고를 40여곳까지 늘렸다. 이때 서울엔 자사고가 25곳이나 생겼다. 올해 서울 자사고 25곳 가운데 13곳이 평가 대상이었고, 그중 8곳이 재지정 취소 결과가 나왔다. 자사고가 가장 많았던 만큼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고 서울시교육청은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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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이 1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 대한 동반성장 지원 방안을 포함한 일반고 종합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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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엔 자사고들이 평가 거부를 선언하며 교육청과 갈등을 빚었다. 교육청이 평가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하자 결국 평가에 응했다. 이들은 평가 뒤에도 각종 집회와 소송 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수장인 조 교육감이 느낀 압박감은 만만치 않았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평가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사회적 파장이 크고 반대하는 학부모도 수만에 이르렀으니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어요. 폭탄을 안아야만 하는 군 지휘관 같은 심정이었다고 할까요. 서울 시민들의 지지로 교육감 재선을 했는데 정치적 이득이나 반대의 규모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어진 시대의 교육적 과제를 담담하게 수행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특목고에 자녀를 보낸 것을 두고 ‘내로남불’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겸허하게 비판을 받아들인다”면서도 “정책 입안자로서는 자사고 폐지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1기 교육감 임기였던 2014~2018년 자사고 폐지 관련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 시민의 공감대가 넓어졌다는 자평도 했다. 자사고 폐지론자이지만, 자신의 개인적 철학과 별개로 이번 재지정 평가는 매우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됐다고도 강조했다. 조 교육감은 “평가 행정의 공정성과 합리성 자체도 중요하고, 준수해야 할 가치”라며 “일련의 평가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는 “향후 법적 과정에 대해서도 당당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전국형 자사고 하나고의 재지정 결과에 대해선 평가제도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하나고는 입시 부정 사건 등으로 감사 항목에서 최대 감점을 받았는데도 다른 지표에서 고득점을 획득해 통과했다”며 “평가의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는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일반고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교사의 역동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런 환경에서 교육청이 학교별로 1억원이 넘는 재정을 지원해 고교학점제나 개방형 공유캠퍼스 등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면, 미래형 교육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대학, 직업 등에서도 수직 서열화돼 있고, 승자가 과실을 독식하는 지금과 같은 구조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창의적 교육을 할 수 없다는 의견도 밝혔다. 문·이과를 통합하고 교과목 선택폭을 확대한 ‘2015교육과정’이나 2025년에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 같은 제도들도 미래 시대를 대비한 교육 제도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서열화된 대학 체제를 개편하고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는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국민적 지혜를 모아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섞임의 교육이 중요합니다. 재벌의 자녀와 택시 운전사의 자녀가 한 학교에서 만나고 같이 공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한 학급에서 만나서 어울려야 해요. 물론 잘하는 학생이 더 잘할 수 있는 통로는 열어줘야 하지요. 그러나 그것이 자사고·특목고 등으로 서열화된 ‘분리 교육’ 형태여서는 안 됩니다. 평준화 기조 속에서도 아이들 개개인이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는 수월성 교육이 가능합니다. 미래지향적 학교 운영 모델, 교육과정 대안 모델을 많이 만들어내는 데 도전하겠습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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