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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2 20:19 수정 : 2019.07.22 20:25

안전 교육 현장을 가다

여름방학 물놀이 시즌 맞이해
가족·학교 단위 안전교육 필요
화재·태풍·지진 체험하며
자연재해·인적재난 ‘미리보기’

초등 전학년 생존수영 확대 등
공교육 현장에서도 안전이 최우선
“안전교육은 반복이 가장 중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천왕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안전체험관에서는 소화기 사용법, 지하철 긴급 대피 마스크 착용법, 태풍·지진 대피법, 교통사고 등 자연재난 및 인적재난 체험을 모두 해볼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눈앞에서 불이 나면 당황하게 됩니다. 이때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준 뒤 소화기 안전핀을 뽑게 되는데, 절대 안 빠집니다. 침착하게 손잡이를 놓은 뒤 안전핀을 제거해 볼까요?”

지난 17일 오전 10시, 서울 동작구에 있는 보라매 안전체험관(이하 안전체험관)에서 최혜영 소방관이 말했다. 이날 안전체험관을 찾은 천왕중학교 2학년 7반 학생들과 정병석 교사는 최 소방관의 말에 귀 기울이며 ‘작은 소방차’라고 불리는 소화기 안전핀 제거법을 배웠다. 정 교사는 “학교 안전교육 체험 시간을 마련해 이곳을 찾았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안전교육은 단연 1순위다. 특히 물놀이 시즌인 만큼 아이들과 함께 안전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체험 교육 시간을 냈다”고 했다.

■ 집 근처 안전체험관 교육 받아보기

화재나 태풍, 물놀이 등 곳곳에서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건은 해마다 발생한다. 여름철 물놀이하기 전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양육자들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다.

2017년 12월 정부가 생존수영 교육을 2020년까지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뒤 국민의 재난·안전사고 예방 및 대처능력 향상이 공교육 과정에서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는 추세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천왕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안전체험관에서는 소화기 사용법, 지하철 긴급 대피 마스크 착용법, 태풍·지진 대피법, 교통사고 등 자연재난 및 인적재난 체험을 모두 해볼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행정안전부는 5년 안에 100개 시·군·구에서 35만명을 대상으로 어린이 안전체험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화재 및 지진 대비, 전기·가스 안전체험을 비롯해 생존수영(긴급 상황 시 구조대가 올 때까지 견디는 목적의 수영) 등 다양한 상황에 따른 안전교육 프로그램이 열리게 된다.

기자가 이날 찾은 보라매 안전체험관은 1층 자연재난 체험코스(지진·태풍 체험), 2층 인적재난 체험코스(화재·교통사고 체험), 3층 소방안전 체험코스(응급처치 실습실, 어린이 소방안전 체험장) 등 층별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건물에 설치된 완강기 사용법도 소방관이 알려준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실습을 해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 세찬 비바람, ‘실제 상황’ 같은 체험실

이날 안전체험관을 찾아 90분 동안 교육을 받은 이혜민·송승환 학생(천왕중 2)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하철 및 노래방 화재 시 대피 체험, 규모 7.0에 달하는 지진 체험, 직접 우비를 착용한 뒤 초속 30미터의 세찬 비바람을 경험해보는 태풍 등 자연재난 체험을 마친 뒤 두 학생은 “생각보다 비바람이 매우 강해서 놀랐다”며 “태풍 다나스 등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난과 평소 우리가 이용하는 지하철, 노래방에서의 화재 체험이 무척 유용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천왕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안전체험관에서는 소화기 사용법, 지하철 긴급 대피 마스크 착용법, 태풍·지진 대피법, 교통사고 등 자연재난 및 인적재난 체험을 모두 해볼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송승환 학생은 특히 노래방 화재 대피 체험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실제 노래방 기기가 있는 안전체험관에서 친구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자욱한 연기와 함께 모든 불이 꺼진 상황을 접하고 비상벨 소리를 듣고 나니 두려웠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안전체험관에서 이렇게 한번이라도 대피 교육을 받아보니 큰 도움이 됐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혜민 학생은 “소방관이 건물 4~5층이 전부 불에 타는 데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무척 놀랐다”며 “작은 소방차라 불리는 소화기의 안전핀은 손잡이를 놓고 제거해야 한다는 것, 화재 시 수건 등을 물에 적신 뒤 낮은 자세로 벽을 잡고 이동해야 한다는 등 중요한 안전 지식을 얻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불이 나면 ‘알-나-신’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불이야!’라고 알린다, 안전한 곳으로 나간다, 119에 신고한다는 기본 절차도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꼭 반복해서 알려줄 것이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천왕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안전체험관에서는 소화기 사용법, 지하철 긴급 대피 마스크 착용법, 태풍·지진 대피법, 교통사고 등 자연재난 및 인적재난 체험을 모두 해볼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 진도 7.0 체험장에서 대피법 배워보기

한국은 그동안 환태평양 지진대와 조금 떨어져 있어 지진 안전지대로 알려졌지만, 2000년대 들어 연평균 40회 이상의 지진이 관측되는 등 적지 않은 지진 활동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날 기자도 안전체험관 취재 중 학생들과 함께 지진 체험실에 들어가봤다. 식탁과 싱크대, 조명 등으로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진 체험실에 들어선 뒤 강재국 소방관의 교육 내용에 따라 진도 7.0을 직접 경험했다.

진도 7.0은 모든 사람이 밖으로 뛰어나가야 하는 수준의 지진이다. 2016년 9월12일 경상북도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이, 1978년 기상청이 계기지진 관측을 시작한 뒤 한반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지진이다. 안전체험관의 규모 7.0 지진은 당시 경주 지진 피해의 심각성을 충분히 피부에 와닿게 했다.

이날 지진 체험 교육을 맡은 강재국 소방관은 “지진은 예측 불가다. 발생 시 대피 우선순위가 중요한 자연재난”이라며 “먼저 지진을 알린 뒤 식탁 밑으로 들어가 머리를 보호하는 게 1순위”라고 강조했다. “지진 발생 시 출입문을 열어놓고 가스 밸브를 잠그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내 몸을 보호하고 지진이 멈춘 뒤 해야 한다. 여진 역시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무조건 벽을 짚으며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교육하는 등 행동 요령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천왕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보라매 안전체험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안전체험관에서는 소화기 사용법, 지하철 긴급 대피 마스크 착용법, 태풍·지진 대피법, 교통사고 등 자연재난 및 인적재난 체험을 모두 해볼 수 있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 아이들 손잡고 안전 감수성 높이러 가자

재난체험 및 생존수영 교육 등 청소년 수련 지도 전문가들은 “시간을 들여 안전교육을 받아보는 것이 재난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여름방학을 맞이해 ‘안전’을 테마로 한 전국 곳곳의 체험관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강원도 태백시는 365세이프타운(www.365safetown.com)을 운영하고 있다. 산불, 설해, 풍수해, 지진, 대테러 등 각종 재난 및 재해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안전 테마파크다. 이곳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누리집에서 가족, 동아리, 학교 등 단체 예약도 가능하다.

전국 곳곳에 있는 안전체험관에 대한 정보는 포털사이트에서 ‘안전체험관’을 검색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시민안전체험관, 충청남도 안전체험관, 전라북도119안전체험관, 울산안전체험관, 119부산안전체험관, 부평안전체험관 등이 운영 중이다.

전라북도119안전체험관의 경우 재난종합체험 100분 코스, 위기탈출체험 100분 코스, 물놀이 안전체험 150분 코스, 생존수영 체험장 180분 코스 등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안전교육을 받아볼 수 있고 누리집(safe119.sobang.kr)에서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다.

특히 재난종합체험뿐 아니라 물놀이 재난 사고를 대비한 생존수영 실습교육도 인기가 많다. 올바른 구명조끼 착용법과 잎새 뜨기 등을 반복 교육해 실제 응급 상황이 생겨도 당황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교육은 강원 강릉 향호호수, 경북 상주 상주보, 부산 송도해양레포츠센터, 전남 웅천친수공원 등 전국 34곳에서 무료로 실시한다. 생존 수영 교육 신청을 원하는 사람은 해양레저포털 누리집(www.oleports.or.kr)이나 전화(1577-2281)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사진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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