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3 06:46
수정 : 2019.09.03 09:45
<공부의 미래> 저자 구본권 기자 인터뷰
AI·로봇이 많은 인간 영역 대체
옛날 방법 따라가다간 도태 일쑤
창의성·협업능력 등 꼭 갖춰야
현실 세계에 뛰어들어 경험 쌓고
내적 동기 스스로 찾아내야
자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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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미래> 저자인 구본권 <한겨레> 선임기자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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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과 인공지능(AI)이 인간 사회 속으로 들어오면서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많은 부분에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되던 부분까지 기계로 대체가 되면서 가치관의 혼란뿐 아니라, 일자리를 뺏기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학생과 학부모들이 급해졌다. 정부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교육개혁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래의 공부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공부의 미래> 저자인 구본권 <한겨레> 선임기자를 지난달 30일 만나 미래를 진단했다.
―아이티(IT) 관련 저술가로 이름을 알렸는데, 이번에는 공부와 관련된 색다른 주제를 선택했다.
“몇년 전 <로봇 시대, 인간의 일>이란 책을 냈다. 로봇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영역이 좁아지는 문제를 짚어봤다. 이 책을 가지고 독자와 많이 만났다. 대부분 ‘그럼 앞으로 무엇을 배워야 하나’ ‘어떤 직업이 좋은가’ ‘전공은 뭘 해야 하나’ 하는 질문들이었다. 그래서 나도 답을 찾기 시작했다. ‘미래에는 기계가 점점 똑똑해지는데 사람은 뭘 배워야 하나’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왜 창의력이 중요한지, 기계에 밀리지 않는 인간만의 능력이 뭔지 등 정리를 하면서 지면에 소개했다. 2, 3년 정도 이런 작업을 해서 <공부의 미래>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다.
―우리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아날로그 기술과 아날로그 지식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다 바뀌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떤 것은 바뀌고, 어떤 것은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기사를 썼다. 예전엔 인간만의 능력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기계가 더 잘하는 일이 다반사다. 전화번호와 영어 단어 외우기, 맞춤법 검사도 이젠 기계가 인간보다 잘한다. 전에는 걸어 다니는 백과사전, 만물박사가 최고의 지식인으로 대접을 받다시피 했다. 알파고와 이세돌이 바둑을 두었던 2016년 그것은 깨졌다. 그런데 학교는 여전히 예전과 비슷하게 가르친다. 아이들에게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지식을 집어넣게 하는 것은 학습 동기를 불러일으킬 수 없다. 미래에 쓸모가 있다고 확신해야 동기가 되고 공부가 된다.”
―어떤 변화의 실마리는 있는가?
“구글 등 세계적 기업들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지식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기준으로 뽑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잘 배우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으려 애쓴다. 자기들도 10년 뒤에 뭘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때 새로운 걸 잘 배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런 능력을 갖춘 사람을 알아내는 데 투자를 많이 한다. 옛날에는 각광받았던 자격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예가 많다. 웬만한 자격증은 컴퓨터 등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명시적 지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매뉴얼을 만들어 가르치면 누구나 잘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기계가 금방 사람을 능가한다. 이젠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에 집중하고 그것을 교육해야 한다는 점을 고민했다. 앞으론 창의성, 비판적 사고력, 자기 통제력, 협업능력 등을 길러야 한다. 이것은 기계의 기본적 속성이 아니다.”
―10년 뒤의 미래를 전망해달라.
“과연 어떻게 될까? 나도 궁금하다. 모든 걸 인간을 대신해 기계가 할까? 그건 아닐 것 같다. 20년 전,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기계는 점점 더 똑똑해졌고 우리는 기계에 더 의존하게 됐다. 인터넷, 스마트폰. 앞으로 10년 뒤에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기계가 이것까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기계를 잘 쓰는 법을 알아야 한다. 기계와 공존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기계가 잘하는 것은 기계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계가 잘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기계에 위임할 수 없는 것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 미래에도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될 것이다. 기계는 점점 더 많이 쓰게 되는데, 기계가 대체할 가능성이 큰 일에 투자하는 것은 효용이 높은 것은 아니다. 매뉴얼이 있고 명시적 지식은 대부분 그렇게 될 것이다.”
―자동번역 시대에도 외국어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모든 사람이 외국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 번역 앱을 쓰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앱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 언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의 사유에 닿아 있다. 외국어를 배우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고유한 사고방식과 문화방식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사고 체계, 인간 이해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외국어를 상거래나 협상에 써먹지 않더라도 대단히 유용한 일일 것이다. 또 하나, 번역기를 쓰려면 진위를 검증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많은 단어를 다 외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증이 가능하다.”
―미래엔 전문직도 모두 사라질 것인가?
“전문직의 특성이란, 어떤 일을 어디까지 기계가 하고 어디까지 사람이 할 것인가, 기계가 내놓은 결과를 가지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직이 아닌 경우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전문직도 어떤 업무의 최첨단에 이르면, 기계의 판단에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더해 더욱 발전해나갈 수 있다. 예를 들면, 로봇을 다룰 줄 아는 의사나 최첨단 의료장비나 실험결과를 잘 다룰 줄 아는 의사는 최고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부모가 좋은 대학 가라고 하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간다. 그렇지만 명문대가 평생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 외적인 동기보다는 내적인 동기를 찾아야 한다.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대신 무한한 바다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하라’고 한 생텍쥐페리의 말대로 동기가 있으면 만드는 방법은 배울 수 있다. 내적 동기를 발견하는 방법은 현실에 뛰어들어 경험하는 것이다. ‘궁즉변’이란 말이 있다. 한계에 도달해봐야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궁, 즉 한계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학습의 좋은 출발점이 되고, 거기에서부터 내적 동기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한계에 부닥쳐야 그 한계에서 이게 끝인가,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 여러가지 고민을 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과정이 내적 동기를 발견하고 깨닫게 할 수 있다.”
―책에서는 메타인지를 많이 강조했는데.
“내적 동기에 메타인지를 더해야 나머지 역량을 발견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시험을 잘 보고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느냐에 관심을 뒀다면, 공자님 말씀 같은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것이 없다면 진정한 학습 동기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고, 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앎의 본질’이라고 설파했다. 메타인지라는 용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메타인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앎의 본질이다. 우리는 몰라도 아는 체한다. 그래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그런 것을 수용해 더 나은 앎으로 나가기가 어렵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게 앎의 궁극의 목표다.”
김학준 선임기자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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