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04 07:40
수정 : 2019.09.04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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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8월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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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대입제도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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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8월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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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계에선 ‘대학입시제도 재검토’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정시냐 수시냐’를 따지는 해묵은 논쟁에 불을 지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년 전 공론화위원회에서 ‘정시-수시’ 논쟁을 벌여 ‘정시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결론을 내린 바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뒤 국가교육회의에서 공론화를 거쳐 대입제도 전반을 결정하도록 했다. 지난해 4월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에 보낸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보면, “불공정·깜깜이 입시 등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문제점 해소를 위해 공정성·투명성 강화”를 공론화의 주된 배경으로 꼽고 있다. 당시에도 학종 비판 여론이 개편 논의를 이끈 셈이다. 교육부는 ‘이송안’에서 △수능 전형과 학종 간의 적정 비율 △상대평가 유지 여부 등 수능 평가 방법 등을 중점 논의해달라고 했다.
이 때문에 당시 공론화는 정시(수능 중심)와 수시(학생부 중심) 비율을 정하는 게임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공정성’을 요구하는 여론은 ‘정시 확대’로 쏠렸다.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에 대해 시민참여단의 21.2%가 30~40%, 27.2%가 40~50%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국가교육회의는 “수능 위주 전형의 비율을 현행보다 확대한다”는 권고안을 냈고, 교육부 역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안에서 “수능 위주 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애초 교육부 ‘이송안’에는 “학종 공정성 제고(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 폐지 등 전형서류 개선, 대입 평가기준 및 선발결과 공개)” 등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1년6개월 만에 ‘정시냐 수시냐’ 논쟁을 도돌이표처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계는 지적한다. 그보다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자원의 배분’ 논리를 넘어 ‘교육의 가치’를 중심에 놓는 대입제도 개편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에 ‘입시제도의 방향성’을 5점 척도로 물은 결과, “공정하고 투명한 입시제도”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입장(4.62점)과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는 입시제도”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입장(4.42점)이 갈린 바 있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는 “그동안 우리 대입제도는 ‘계층 간 사다리’를 놓는 일에만 치중해왔을 뿐 교육 자체의 가치를 따지는 일은 주변으로 미뤄왔다. 0.1점 차이로 당락을 가르고 말썽 안 나게 생활기록부를 관리하는 등 대입제도를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공정하다는 것을 뜻하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토론 수업이 늘어나고 고교학점제도 시행하는 상황에서 ‘공정성’ 개념은 이제 ‘다양성’으로 풀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은 인구절벽 시대에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의해온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정시냐 수시냐’ 차원이 아니라 교육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중장기적인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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