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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8 20:11 수정 : 2019.10.29 18:24

연재 ㅣ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학부모 상담 주간이 돌아온다. 초등 고학년 담임일 때면 고민이 더 깊다. 상담을 통해 거시적으로는 진로를 제시하고, 미시적으로는 영재성에 관한 이야기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영철이가 중학교 올라가게 되면, 목표를 갖고 준비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영재고(또는 과학고, 외국어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환경을 조성하시지요.”

이런 의견을 받은 학부모의 입장은 대부분 이렇다. “그저 학습 내용을 좀 성실히 따라가는 정도지요. 영재고요? 그러면 사교육도 받아야 하고, 아이가 준비하면서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일반고 가서 내신 관리하고 수능 준비 착실하게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교육자로서 영재교육을 받을 만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은 영특함이 아니다. ‘성실성’이다.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매일 자신이 정한 목표 분량을 성실히 수행한다고 생각해보자. 교사는 그 아이를 영특함을 지닌 아이보다 더 안전하게, 자신이 정한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영재성이 없더라도 성실함으로 꾸준히 목표한 바를 이루어나가는 아이들. 그들이 영재라고 인식된 아이들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 결과로 증명된 지 오래다.

안타까운 건, 보호자들이 영재성의 기준을 천재성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5∼6학년 학부모에게 앞으로 영재고, 혹은 과학고 등을 목표로 준비시키라고 조언하는 경우는 한 학급에 많아야 3명 정도다. 그중 2명의 학부모는 받아들이지 않고 1명 정도는 받아들인다. 그리고 3년 뒤 연락이 온다.

“선생님이 그때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아이에게 말한 뒤 3년 동안 정말 힘들게 준비했는데 이번에 영재고에 입학했습니다. 영철이가 너무 좋아합니다. 자긍심도 높아졌고요.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가 이 정도로 해낼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보통 성취감은 단계적으로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단계의 성취감을 맛보면 같은 수준의 성취감을 맛보는 것에 안주하거나 그보다 약간 더 높은 단계로 하나씩 올라가야 안전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성취감은 한 단계씩 맛보기보다 세 단계씩 맛보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자면 필요한 것이 ‘성실함’이다. 성실한 아이는 조금 더 무게감 있는 과제를 마주해도 끝내 마침표를 찍어낸다. 그렇게 중학교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 영재들은 그 이상의 성과를 얻는다. 그때 맛보는 성취감은 자긍심을 넘어, 내면의 힘과 역동성을 자각하게 만든다. 그 자각이 자존감을 만들어준다. 그때부터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믿는 것이 아니라, 매사 노력하는 자신을 보게 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영재성 혹은 재능이 있으나 성실하지 않다면 오래가지 못한다. 그 아이들은 자신의 노력에 시선을 두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영재라고 바라보는 시선에 중심을 둔다. 타인의 시선에 자신의 ‘존재감’을 묶어놓는 순간부터 자존감은 낮아지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성취감과 더불어 자존감을 키워주는 보호자가 되고 싶다면, 재능에 관심을 주기보다 ‘성실함’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김선호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 <초등 자존감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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