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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4 20:11 수정 : 2019.11.05 02:31

‘대입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 중단 촉구 시국선언’ 서명자들이 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대학 서열 타파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제도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4일 ‘대입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인사 포함 1492명 서명

‘대입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 중단 촉구 시국선언’ 서명자들이 4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대학 서열 타파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제도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정부가 ‘정시 비중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4일 교육·문화·종교계 인사 등 1492명이 정시 확대를 반대하고 대학 서열 타파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대입 공정성 논란 뒤에 숨겨진 학벌에 의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고는 교육의 정상화를 이뤄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는 ‘대입 공정성을 넘어 특권 대물림 교육체제 중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국선언에는 일반 시민과 교육시민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강수돌 고려대 교수, 홍세화 장발장은행 대표,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박상진 장로회신학대 대학원장 등 학계와 문화계·종교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해 왜곡된 교육 현장과 교육이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산 장치, 특권의 대물림 통로가 된 현실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은 “한국 교육은 극단적인 입시 교육에 치우쳐 청소년들에게 성적을 두고 서로 경쟁하는 것을 먼저 배우도록 부추긴다”며 “교실에서부터 시작되는 성적에 의한 유무형의 차별은 소수에게는 근거 없는 우월의식을, 대다수 청소년에게는 불평등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내면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입시 지옥은 더 넓고 깊어져 이제 아이들을 죽이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이는 기성세대가 후속세대에 크나큰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입시 경쟁은 결국 학벌에 의한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들은 “출신 학벌이 사회적 신분을 결정하는 까닭에 모두가 대학 입시에 목을 매고 입시 경쟁의 ‘지옥도’가 그려진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조국 사태로 뜻밖에 불거진 한국 교육의 문제를 단지 수능 비중 확대를 통해 해결하려 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고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입시 공정성’이라는 목표가 가진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이들은 “학벌에 의한 차별을 은폐하기 위해 학벌 기득권자들은 입시의 공정성을 선전하지만 입시가 공정하게 관리된다고 해서 그것이 불평등의 재생산 장치라는 사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며 “정시로 선발하다가 수시를 늘린 것을 이제 와서 조삼모사식으로 다시 정시를 확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이들은 수능 확대 방침에 대해서도 “오지선다 객관식 정답 찾기 교육을 강조하는 것으로서 ‘미래 교육’ 관점에서 매우 부적절한 정책이므로 즉각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서열 타파를 위한 밑그림도 나왔다. 이들은 “지금처럼 뾰족한 삼각형 모양의 대학 서열 체제가 넓적한 사다리꼴로 바뀌기만 해도 입시 경쟁의 압력은 현저히 줄어든다”며 “그런 바탕 위에서 학생들이 굳이 대학에 오지 않아도 좋을 조건을 만들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더 나아가서는 출신 학교나 학교 이력으로 입사와 취업 단계에서 지원자를 차별하는 온갖 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을 모든 민간기업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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