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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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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모두 뇌가 내린 명령과 해석의 결과다. 그렇다면 신체에 명령을 내리듯 뇌의 신호를 이용해 기계나 다른 물건에 명령을 내릴 수는 없을까?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이 기술은 현재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를 통해 점차 구현되고 있다. 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놓을 기술, BCI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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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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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기술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 Computer Interface, 이하 BCI)는 생각만으로 기계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게임을 할 때 조이스틱이나 키보드 등을 통해 기계를 조작하는 것처럼 뇌의 신호를 이용해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BCI를 통해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두피나 뇌에 직접 생체 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기기를 부착하고,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생리신호를 컴퓨터로 전달한다. 컴퓨터는 뉴로 디코딩 알고리즘(뇌에서 발생한 생체신호를 분석해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기계에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것)을 통해 기계에 명령을 내리고, 기계는 이에 따라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한다.
뇌에서 일어나는 신호를 기계에 전달해 사용자의 의도대로 기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생각을 잘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생각은 다층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짚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생체 신호 중 기계에 명령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와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판별하고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내는 데 인공지능, 특히 딥러닝(인간의 인지 체계를 기계에 가르치는 기계 학습의 한 분야) 기술이 필요하다. 딥러닝을 통해 보다 견고하고 정확도 높은 뉴로 디코딩 알고리즘을 만들면 지금보다 빠르고 정확한 속도로 뇌의 신호를 읽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이로써 생각만으로 기계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선천적인 이유나 외상 등의 이유로 신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돕는 BCI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러한 BCI 기술을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생활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꾼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 뇌공학과 교수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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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뇌공학과 김동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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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공학도 사람을 위한 학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고려대학교 뇌공학과 김동주 교수
Q. 뇌공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를 연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영국에서 의공학을 전공하고 신경외과와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면서 뇌 손상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분들을 자주 뵙다 보니 이분들의 고민을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정확한 진단과 예후 예측을 위한 연구에 집중했지만, 치료 이후에 양질의 삶을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부분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BCI라고 판단했습니다. BCI를 통해 인공 신체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면 그분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Q. 뇌공학과 BCI에 관한 국내외 동향은 어떤가요?
해외에서는 테슬라(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뉴럴링크를 설립해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고, 컴퓨터 칩을 뇌에 심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페이스북 또한 BCI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BCI의 높은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에서도 뇌공학 분야의 가치에 공감하고 있으며, 수백억 원 규모의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산업계에서도 뇌파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있습니다.
Q. 현재 학부 과정에는 뇌공학과가 개설돼 있는 곳이 많지 않습니다. 뇌공학 분야로 진출하고 싶다면 어떤 공부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물론 컴퓨터나 공학을 공부한 학생이 뇌인지 연계 전공을 한다면 조금 더 수월하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교육적인 배경보다는 열정이 중요합니다. 학부 과정은 학문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연구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과정이기도 하거든요. 성실히 학부 수업을 수행하고, 뇌공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다른 전공을 한 학생이라도 충분히 이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학부 때 국문학을 전공하고 석사를 심리학으로 전공한 뒤 뇌공학을 공부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Q. 뇌공학 전공자는 어떤 분야로 진출하나요?
뇌와 다양한 분야를 접목한 분야를 연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뇌파를 통해 가전제품을 조작한다거나, 입는 로봇을 제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등 매우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뇌의 어떤 생체 신호를 사용하고, 획득한 생체 신호를 어떤 기기와 장치에 전달하느냐에 따라 진출 분야가 무궁무진하죠. 개척할 수 있는 분야도 많고요.
Q. BCI의 전망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현 상황에서는 뇌의 신호를 측정하는 기계나 컴퓨터, 기계 모두 이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편의성이 떨어지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BCI가 모바일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몸에 쉽게 착용할 수 있는 기계)처럼 편의성을 갖추고, 생체 신호 해석에 높은 신뢰성과 정확성을 갖추게 된다면 엄청난 속도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컴퓨터가 수행하는 뉴로 디코딩 알고리즘을 모바일이 수행할 수도 있고, 뇌와 뇌를 연결해 생각만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거나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거죠.
Q. 뇌의 신호를 해석할 수 있게 되면, 원치 않게 자신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문제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네 맞습니다. 따라서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술을 더 이상 발전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연구원들이 자신이 개발하는 기술에서 어떤 것들이 파생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윤리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겠지요. 또한 BCI를 연구하는 연구원들도 이 기술이 결국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을 위한 학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뇌공학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뇌공학의 매력은 뇌입니다.(웃음) 뇌가 가진 매력은 단어 몇 개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뇌는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뇌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함과 불확실성을 탐구하고 연구하는 것, 그러면서 뇌를 조금씩 더 알아간다는 것이 뇌공학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즐거움이죠.
Q.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문제 해결 능력은 좋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인지하는 역량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주어진 문제만 해결하는 것보다 자신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주변을 관찰하고 문제점을 발굴하는 청소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또, 청소년의 뇌와 어른의 뇌는 다르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어른은 상황을 판단할 때 이성과 관련된 부분을 사용하지만, 청소년은 감정과 연관된 부분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거죠. 하지만 청소년들이 청소년답게, 청소년처럼 생각하는 건 그들의 권리이고, 어른과 차이 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인지함으로써 다른 세대와 좀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김현홍 ● 사진 권지영, 게티이미지뱅크
김현홍 MODU 매거진 기자 khhong124@modu1318.com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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