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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8 19:54 수정 : 2019.11.19 02:37

아미샘의 ‘미디어가 왜요?’

인스타그램은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이탈리아, 일본 등 7개국을 대상으로 ‘좋아요’ 개수를 숨기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여러분은 몇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고 있나요. 언제, 왜, 무엇을 계기로 그 에스엔에스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사용하다 중단한 에스엔에스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어린이·청소년 미디어 이용 문화 연구 관련 면담을 시작할 때 아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지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 속에 공기처럼 녹아 있는 미디어를 드러내고 각 미디어가 어떤 기능을 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기 위해서지요.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에스엔에스는 길게 봐도 15년, 짧게는 2~3년의 역사를 가진 비교적 새로운 환경이라 볼 수 있어요. 다양한 에스엔에스가 등장했다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개별 에스엔에스 안의 기능도 우리가 알게 모르게 지속해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인스타그램(사진·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올해 4월부터 지금까지 이탈리아, 일본 등 7개국을 대상으로 ‘좋아요’ 기능을 조정하는 실험을 진행해왔다고 합니다. 계정을 운영하는 사람만 ‘좋아요’를 받은 구체적인 숫자가 보이고, 공개적으로는 ‘좋아요’ 개수가 드러나지 않는 것이지요.

지난 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와이어드25 콘퍼런스’에서 인스타그램의 시이오(CEO) 애덤 모세리가 말했습니다. 위와 같은 실험은 특히 청소년 이용자들에게 ‘내가 진짜 원하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다고요. 다른 친구들이 ‘좋아요’를 몇개나 받는지, 내가 올린 게시물에는 왜 ‘좋아요’가 덜 눌린 것인지 등에 관한 부담감이나 좌절감 없이 에스엔에스를 이용하게 해준다는 취지의 실험이었습니다. 해당 실험이 애덤 모세리가 이야기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지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보아야 알 수 있겠지요.

제가 인스타그램의 실험을 소개하는 기사를 흥미롭게 본 이유가 또 있습니다. 바로 인스타그램에서 제안하고 있는 개선책이, 면담을 통해 만났던 학생들이 제시한 에스엔에스 개선 방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만난 어린이들은 유튜브가 ‘좋아요’ 개수와 구독자 수를 감추는 방향으로 바뀌면 선정적인 콘텐츠가 증가하는 흐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습니다. 다만 구독자 수나 ‘좋아요’ 개수 등의 정보가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한 크리에이터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니, 크리에이터 당사자에게만 보이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 밖에도 유튜브 관련 수업을 참여·관찰하는 동안 만난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에게 제법 진지하게 제안했습니다. 어른들이 어린이용으로 별도의 ‘키즈 앱’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보다 기존 앱에 있는 동영상 카테고리 자체를 활용하자는 이야기였어요. 처음부터 앱 항목에 어린이·청소년용 추천 동영상이 포함돼 있으면, 그 안에서 안전하고 건전하게 영상을 이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에스엔에스를 경험하고 있는 아이들은 그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서도 주도적으로 고민하고 제안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디어 플랫폼의 구조가 우리의 소통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관한 이해와 성찰,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봐야 한다는 것이지요.

저는 학생들과 면담을 마무리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봅니다. “지금 사용하는 에스엔에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 개선하고 싶은가요? 새로운 에스엔에스를 개발한다면 어떤 기능을 포함하고 싶은가요?”

아이와 에스엔에스 경험에 관해 찬찬히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부모 세대인 우리 자신에게도 이런 질문을 계속 던져보면 어떨까요?

김아미 ㅣ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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