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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8 19:58 수정 : 2019.11.19 02:37

연탄샘의 10대들 마음 읽기

영미(가명)는 중3 학기 초에 전학을 왔다. 낯선 학교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필요한 도움은 없는지 살피기 위해 상담실로 불렀다. 영미는 방과 후 어두운 얼굴로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야기하는 내내 얼굴의 그늘은 가시지 않았다. 반 친구들도 사귀었고 담임 선생님도 마음에 든다고 했다. 학교생활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했다. 한데 표정은 다른 말을 하고 있었다. “요즘 가장 힘든 게 뭐니?”라고 묻자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힘든 일이 있긴 해요…. (뭔지 말해줄 수 있겠니?) 부모님이 이혼하셨는데 너무 힘들어요.” 아이의 눈물은 상담 내내 멈추지 않았다. 그 뒤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날 때마다 아이는 울면서 상담했다.

부모의 이혼을 겪은 아이들은 충격과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상실한 것(한쪽 부모와의 별거, 달라진 생활환경 등)에 대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더구나 영미는 이혼 과정에서 엄마의 일방적인 결정과 태도 때문에 상처가 더 컸다. 어느 날 갑자기 엄마한테서 아빠와의 이혼 사실을 통보받은 뒤, 바로 이사하고 전학하면서 정든 친구들과도 이별해야 했다. 게다가 각별한 사이였던 아빠와 만나는 것은 물론, 전화 통화도 금지였다. 영미는 엄마의 독단적인 결정에 화가 났지만 마음대로 화를 낼 수도 없었다. 가장 힘든 건 엄마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위해 어머니를 만나보기로 했다. 약속한 시각에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어두운 표정과 위축된 모습이 아이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상담하는 동안 어머니는 영미처럼 계속 울고 계셨다. 아이와 어머니의 심리적 상태가 얼마나 닮아 있는지, 보호자의 우울함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어머니는 불행했던 결혼 생활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하셨다. 영미보다 어머니에게 상담이 더 필요한 상태였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상담을 꼭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뒤, 관련 기관을 안내해드렸다. 하지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어머니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다며 상담실을 찾지 않으셨다.

영미 사례뿐 아니라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부모 등 양육자의 상담이 더 시급한 경우가 많다. 부모가 자신의 정서적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한 채 자녀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끼친다. 결국 아이들이 부모와 같은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만든다. 우울증 같은 부정적 정서가 유전될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부모나 보호자의 심리 상태는 양육 방식이나 태도를 통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울한 부모는 우울한 아이를 만들고, 불안한 부모는 불안한 아이를 만든다. 아이들에게 본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전가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가 적극적으로 자기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받는 것을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이가 부모의 ‘닫힌 세상’에 매몰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 #사례는 내담자 보호를 위해 재구성했습니다.

이정희 ㅣ 청소년상담사·전문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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