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고학년 방학생활 알아보기
교과 어려워지는 초등 고학년
겨울방학 잘 보내야 자신감 생겨
방학 2주 전 생활계획표
학습·생활·운동 등 항목별로
마인드맵 그려보며 목표 정해야
모든 공부의 기본은 독서
나만의 국어 단어장 만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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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2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겨울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방학 생활 계획표를 들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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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공부는 별거 아니다. 노는 게 최고다.’ ‘초등 시절부터 제대로 공부해야 나중에 고생 안 한다.’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이 두 가지에 관해 생각 안 해본 사람이 없을 터다. 준비 없이 겨울방학을 맞이하면 다니던 학원에 계속 나가고, 가족여행 한 번 다녀오면 끝난다. 한데 방학을 잘 보내고 온 아이는 ‘독서록만 열편 넘게 썼다’ ‘<교육방송>(EBS) 사회 강의를 다 듣고 왔다’ 등 목표 하나씩은 꼭 이루고 온다. 방학을 통해 자신감을 챙겨 온 아이들이다.
<한겨레>가 이서윤 교사(교육방송 공채 강사), 김민아 교사(<공부가 쉬워지는 초등 독서법> 저자), 김선호 교사(<초등 자존감의 힘> 저자) 등 초등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초등 고학년 겨울방학 제대로 보내기’에 관해 알아봤다.
■ 작심삼일 생활계획표 꼭 짜야 할까?
방학 생활 계획을 세우는 시간 자체가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다. 작심삼일이라 해도 일단 계획을 짠 뒤 실천하려는 노력이 아이를 성장하게 한다. 초등교육 전문가들은 방학 2주 전부터 천천히 생활계획표를 짜볼 것을 추천한다.
먼저 1단계로 ‘보충해야 할 것 생각하기’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학습·건강·예체능적인 면을 골고루 살펴야 한다. 계획표를 만들기 전 자신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A4 용지에 가로 4줄, 세로 3줄의 칸을 그려 넣고 왼쪽에 각각 학습, 건강, 예체능의 항목을 쓴다. 윗줄 칸에는 부족한 점과 실천 방법을 써넣는다. 예를 들어 학습면에서 부족한 점은 ‘수학 계산 실수가 많음’ ‘사회 용어 이해가 잘 안됨’ 등을 쓸 수 있겠다. 이에 관한 실천 방법으로는 ‘계산법 문제집 한 권 풀기’ ‘사회 교과서 노트 정리’ 등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해야 한다.
2단계에서는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균형을 맞춰보자. ‘방학 때 해야 할 일’에는 책 10권 이상 읽기, 수학 8단원 예습하기 등을 써넣고 ‘방학 때 하고 싶은 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영화 관람, 매일 사설 하나씩 읽고 스크랩하기 등을 써넣을 수 있겠다.
3단계에서는 마인드맵 형식의 계획표를 만들어보자. 큰 종이 한가운데 ‘나만의 방학’을 쓴 뒤 여행, 학습, 독서, 생활습관, 운동 등의 주제 가지들을 길게 뻗어 만든다. 그 가지 위에 각각 실천 내용을 적으면 된다. 장소와 시간, 분량,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적는 게 핵심이다. 이 단계에서 보호자의 코칭이 반드시 필요하다. 혼내거나 잔소리하지 말고 “어떤 게 부족하다고 생각해? 시간을 좀 늘려볼까? 대신 이걸 하게 해줄게”와 같이 아이와 합의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자.
이 모든 단계를 끝낸 뒤에는 ‘독서 1시간’ ‘연산 문제집 3장 풀기’ ‘한자 5개 쓰기’ 등 구체적인 목표를 기준 삼아 하루 동안 해야 할 일을 체크리스트로 만든다. 매일 아침 계획표를 확인해보며 게임에서 ‘아웃’시켜 나가듯이 지우도록 하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 예비 4학년, 이제는 고학년이다
학교에서는 중간 학년 정도의 위치이기 때문에 교칙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교사나 부모가 하는 말에 수용적인 태도를 보인다. 한데 그만큼 인정 욕구도 강하다. 이 시기에는 아이의 자존감을 반드시 단단하게 키워줘야 한다.
방학에는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있을 시간이 많다. 방학 때 “옆집 누구는 벌써 여기까지 진도가 나갔다는데!”라는 말로 관계를 망치지 말고, 독려하고 격려해가며 자존감을 쌓아줘야 한다. 초등 시절 부모를 ‘믿을 수 있는 존재, 나를 지지해주는 존재’로 마음속에 새긴 아이들은 사춘기가 아무리 심해도 돌아오게 돼 있다.
4학년에 올라가면 어려운 과목들이 생긴다. 쪽지시험만 못 봐도 자존감이 쉽게 떨어진다. 3학년까지는 그럭저럭 80점만 맞아도 ‘잘한다’ 소리를 들었는데, 겨우 한 해 지났다고 ‘너 이제 큰일 났다’ 소리를 듣게 된다. 초등교육 전문가들은 4학년 때 공부 자신감을 키워주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핵심 과목은 수학이다. 아이들은 수학 문제를 잘 풀 때 자신감이 가장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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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겨울방학을 맞이해 신난 학생들이 손을 잡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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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구단 제대로 외우고 있을까?
3학년까지는 덧셈, 뺄셈, 곱셈 등 단순 연산을 배웠지만 4학년부터는 혼합 계산이 나오면서 수학적으로 어려운 개념을 배우게 된다. 바꿔 말하면 3학년 겨울방학 때까지는 연산 능력을 확실히 다져줘야 한다는 말이다.
‘누구는 4학년 1학기 선행을 다 끝냈고, 누구는 중학교 수학을 풀고 있다더라’ 같은 ‘카더라 통신’은 잠시 꺼두자. 아이가 2학년 때 배운 구구단 외우기, 받아내림 있는 뺄셈 하기 등의 개념을 잘 알고 있는지 체크하자. 아이의 연산 능력을 마지막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복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런 뒤 4학년 수학의 골칫덩이인 분수의 계산, 올림과 버림, 반올림 등 개념을 차근차근 익혀보도록 한다. 특히 ‘소수 셋째 자리 미만을 올림 하시오’라는 문제를 풀 때는 어휘 이해도, 즉 국어 능력도 중요하다.
■ 종이사전으로 어휘력 키우기
모든 과목은 글을 읽은 뒤 이해하는 것을 뿌리로 한다. 국어를 잘하는 아이가 수학, 사회, 과학도 잘하는 이유다. 교과서 지문의 길이가 부쩍 길어지고 그에 대한 자기 생각을 문장으로 써서 표현해야 하는 4학년. 이때부터 수준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3학년 겨울방학과 4학년 시기에 책을 많이 읽도록 지도해야 한다.
특히 이 시기에는 방학 때만이라도 신문을 읽어보는 걸 추천한다. 선거, 민주주의, 소비와 유통 등 4학년 사회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내용이 신문에 담겨 있다. 신문을 읽고 자기 의견을 정리해보거나, 종이사전을 구입해 모르는 어휘를 찾아 예문까지 적어보는 ‘나만의 국어 단어장’ 만들기 등이 배경지식과 어휘력을 탄탄하게 만들어주는 비법이다.
■ 진로교육은 5학년 때부터
현직 초등 교사들은 “5학년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진로 희망 사항이 기록되는 첫 시기”라고 강조한다. 국어, 수학, 사회 등 교과 공부에서 ‘진로교육’까지 염두에 둔 학습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5학년 때부터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콘텐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부모나 교사가 아이에게 블로그 운영을 권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를테면 자신의 관심 분야인 ‘드론’이나 키우는 강아지에 관한 블로그를 운영해본다든지, 문구류를 좋아한다면 그것을 정리해보는 전문 블로그도 괜찮다.
부모라면 흔히 ‘애들이 컴퓨터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것’에 큰 편견이 있지만, 유익한 관점에서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에는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이때 부모는 아이와 △내가 잘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은? △그에 관한 자료 조사해보기 △조사한 자료를 취합·정리해서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기 △컴퓨터를 활용해 진로계획에 관한 글 한 편 써보기 △남들 앞에서 발표·표현 해보기 과정 등을 함께 진행해보며 초등 고학년인 5~6학년 생활을 ‘나의 진로·미래’와 함께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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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1일 오전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겨울방학을 맞이해 신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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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복 입게 될 예비 중1의 방학은?
6학년 겨울방학, 이른바 ‘예비 중학교 1학년’ 시기에는 영어 기초 문법을 한번 정리해두는 게 좋다. 아이 수준에 맞는 영어 원서를 찾아 한 권을 완독해보는 경험, 중학 영어 어휘를 미리 정리해 단어장을 만들어보는 경험 등은 아이에게 막연한 불안감을 없애주고 자신감을 키워준다.
특히 수학 부문에서는 ‘도형’을 완벽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 원의 넓이, 직육면체의 겉넓이와 부피를 배우며 단순하게 공식만 외워서는 중학교 입학 뒤 응용 문제에서 낭패를 보게 된다. 이해가 안 되면 도화지에 전개도를 그려보면서 공식이 어떻게 풀이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직접 써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각뿔, 원기둥과 원뿔 등 입체도형 역시 직접 만들고 그려보며 감각을 키워둬야 중학교에 올라가 응용 문제에 무너지지 않는다.
■ 저절로 책이 좋아지는 아이는 없다
앞서 말했듯 어휘력은 가장 중요한 ‘공부력’이다. 초등교육 전문가들은 “모든 공부의 시작은 책 읽기에서 시작해 책 읽기로 끝난다”고도 말한다.
특히 요즘 긴 문장을 어려워하는, 문해력이 낮은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어 문제다. 물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스마트폰, 티브이, 컴퓨터 등 책보다 재미있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부모가 습관을 만들어줘야 하는 영역이 바로 ‘독서’다.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가장 중요한 건 온 가족이 함께 주기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한 달에 한 권, ‘우리 가족 주제 도서’를 정한 뒤 한 주에 4분의 1 분량씩 읽고, 주말에 둘러앉아 편안한 분위기에서 토론해보는 것이다. 토론이라고 해서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 없다. 가령 ‘주인공 ○○는 그때 왜 문을 두드렸을까?’ ‘아빠는 그 장면에서 이렇게 느꼈어’ 등 가벼운 주제로 운을 떼는 것이 좋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관련 기사] 현직 교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교실 이야기’ 들어봐요
부모들도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알아서 크겠지’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의 차이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커진다.
초등학교 겨울방학을 앞두고 보호자들은 아이의 교우관계, 학습 처방, 생활습관 관리, 진로교육 등에 관심이 많다. 학기 중에 하지 못했던 ‘종합 관리’를 이번 방학 때 꼭 해보겠다는 보호자들도 적지 않다. 초등생 학부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과 매체를 소개한다.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 세계에서도 ‘자존감’은 중요한 이슈다. 십대들의 고민과 긴장감,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어른보다 결코 작지 않다. 몸도 마음도 한 뼘 더 자라기 위해 오늘 하루도 좌충우돌 애쓰는 사이, 아이들은 자기 자신을 긍정하기보다 비하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공부를 못해서, 소심해서, 얼굴도 몸매도 별로인 것 같아서’ 내가 나를 자꾸 평가하고 심사위원처럼 점수를 매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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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돌봅니다>(우리학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의 자아가 새롭게 형성되는 초등 고학년 시기, 보호자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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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돌봅니다>(우리학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아이의 자아가 새롭게 형성되는 초등 고학년 시기, 보호자가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초등 고학년 시기는 또래 집단의 평가와 비교에 민감하고, 가정과 학교 등 주어진 환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나’를 바라보는 시각 역시 주변과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힘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자신을 긍정할 수 없어 힘이 들 때, 조금 더 너 자신에게 친절해도 괜찮다고 가만히 등을 토닥여주는 누군가가 곁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가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보고, 자기에게 친절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진 ‘나’와 만날 수 있다. ‘자기 자비’(self-compassion)로 마음 돌보기를 이야기하는 이 책은 사춘기를 앞둔, 혹은 지나고 있는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적절한 처방을 내려준다.
현직 교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초등 방학 공부법>(글담)을 쓴 이서윤 교사(교육방송 공채 강사)는 ‘이서윤 티브이(TV)’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초등생 학부모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영상 재생 시간도 5~7분 안팎이라 보호자들이 출퇴근하며 보기에도 편하다.
아이의 자존감을 주제로 한 현직 초등교사의 팟캐스트도 있다. <초등 자존감의 힘>(길벗)을 펴낸 김선호 교사의 팟캐스트 ‘김선호의 초등교육 나침반’도 반응이 좋다. 초등 자녀를 둔 학부모가 읽어봐야 할 추천도서 목록 등이 정리돼 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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