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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5 20:09 수정 : 2019.11.26 02:07

우리 아이 마음 키우기

김선호 ㅣ 서울 유석초등학교 교사, <초등 자존감의 힘> 저자

깜짝 놀랐다. ‘국제비교 맥락에서의 한국 아동의 주관적 행복감 연구’(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세이브더칠드런 공동연구) 결과를 언급한 뉴스를 보았을 때였다. 한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뉴스를 들었을 때보다 더 놀랐다.

연구에 참여한 22개국 가운데 한국 초등학생들의 행복감은 19위였다. 이 정도면 행복감이 바닥 수준이다. 특히 ‘시간 사용에 대한 만족도’는 22개국 중 꼴찌였다.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행복감이 낮은 상태로 청소년기에 입문하고 있었다.

그러니 청소년기 우울, 폭력, 자살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소식을 들은 뒤 5학년 우리 반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이튿날 아침,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간단한 설문조사를 했다.

“잠시 눈을 감고 내가 행복한지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10점 만점에 몇 점 정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매우 행복하면 10점, 전혀 행복하지 않으면 1점입니다. 점수를 적은 뒤 그렇게 점수를 준 이유도 적어보세요.”

“22명 가운데 5점 이하 6명, 보통에 해당하는 6~7점이 9명, 행복하다고 느끼는 8점 이상 7명….”

점수만 보았을 때 행복감 보통 이상이 22명 가운데 16명이었기에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 대부분이 그럭저럭 행복감이 중간 이상이라고 생각한 건 적절한 해석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각자 적어낸 이유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10점인 아이 한 명 빼고 자신이 그렇게 행복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학원 가기 싫어서, 학원 숙제가 너무 많아서, 학원 숙제 하느라 충분히 잠을 잘 수 없어서….” 심지어 행복 점수 9점을 적어 낸 학생의 이유에도 학원이 적혀 있었다.

“난, 그나마 학원을 한 개밖에 가지 않아서 9점이다. 거기만 안 가면 10점인데 아쉽다.”

행복감을 7점이라고 적어 낸 아이 가운데 나름 점수를 후하게 준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준 학생이 있었다.

“나는 학원을 많이 다닌다. 그래도 7점을 준다. 이유는 학교에서 쉬는 시간, 중간놀이 시간, 점심시간에 친구와 놀 수 있어서!”

만약 그 아이에게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같이 놀 친구가 없었다면 행복 점수는 훨씬 더 낮았을 것이다.

나는 그동안 많은 시간 아이들의 자존감을 걱정했다. 하지만 그 걱정은 그나마 배부른 고민이었다. 행복감이 낮은 아이들은 당연히 자존감이 낮아진다. 아무리 자존감을 높여주려 이런저런 방법들을 들이밀어도 행복하지 않은 아이에게는 소용이 없다. 좋은 약을 먹여도 소화 흡수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일단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들을 웃게 만들어야 한다. 웃기는 게 먼저다. 행복감이 낮은 아이에게 자존감이 머물 자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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