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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8 21:00 수정 : 2019.11.29 02:41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 평가·전망

‘정시 40% 이상’ 방안 비판 목소리
“특목고와 서울·경기 지역 유리” 전망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와도 ‘엇박자’
비교과 축소에 “학종 퇴색” 지적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발표를 마친 뒤 브리핑룸을 나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 교육계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개선안은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정시 비중 확대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비록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한정해 수능 위주 전형을 40% 이상 늘리도록 권고했다지만, 이 대학들이 입시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그 여파는 교육 현장 전체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교과 대폭 폐지 등으로 인한 학종의 취지 퇴색, 더 나아가 “학종 무력화” 우려까지도 나온다.

먼저 학종 개선안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대학들의 학종 운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두고 대입제도의 공정성이 상당 부분 확보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이날 논평을 내고 △외부 공공사정관의 평가 참여 △서류평가-면접 등 대입 전형 전 과정 고교 정보 블라인드 평가 등의 도입을 환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블라인드 평가 확대, 면접 장면 기록, 전형 기준·결과 공개 등 그동안의 요구를 수용한 학종 개선안을 마련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시 확대’에 대한 우려가 그보다 훨씬 더 크다. 교육부는 “13개 대학의 학종 실태조사를 해본 결과, 고른기회전형을 제외하면 수능이나 학종 가운데 어떤 전형이 어떤 계층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주장한다. 정시를 확대하더라도 교육 불평등의 급격한 확대 등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수능이 학종보다 사교육 효과가 크고, 고소득층, 서울·경기 지역, 특목고·외고·자사고 등에 더 유리하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 결과로 제시됐다.

이 때문에 이번 정시 비중 확대 정책으로 특목고·외고·자사고, 고소득층, 서울·경기 지역 학생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교육업체들 역시 “특목고와 자사고, 강남 지역 일반고” 등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말한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정부는 논술·특기자 전형을 줄여 수능 전형을 늘린다는 복안이지만, 서울대와 고려대는 논술이 없기에 학생부전형을 줄여야 한다. 이 부분에서 강남의 강세가 우려된다”고 짚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중학교 3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아무개씨는 “수능이 확대되면 재수생이나 강남·목동과 같은 ‘교육 특구’에 유리할 것은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사교육 의존도는 전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정시 확대의 실질적인 영향은 40%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개선안에 포함된 정규 교육과정 외 비교과 폐지, 서류 평가에 블라인드 평가 도입 등이 가져올 연쇄효과 때문이다. 변별력을 높이겠다며 대학들이 학종 안에서 면접과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고, 학종 비중을 줄여버리는 등 운영 자체를 재검토할 수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정시 확대’ 신호를 받은 이상, 대학들은 앞으로 학종 운영에 큰 힘을 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시의 영향력은 사실상 절대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시 비중 확대는 2025년 전면 도입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취지와도 ‘역방향’이라 교육부 스스로 모순된 정책을 동시에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본창 사교육걱정 정책국장은 “지난해 공론화 결과의 번복이냐 아니냐의 차원을 넘어서서, 현 정부의 교육철학과 방향이 과거 대선 공약과 국정 과제에서 내놓았던 것과 달라지면서 오는 학교 현장의 혼란이 크다”고 지적했다. 학교 현장은 창의적 사고를 중시하는 2015 교육과정과 학생들의 다양한 수업 선택권을 보장하는 고교학점제 등의 신호를 받으면서 수능 중심의 지식암기형 수업과 평가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는데, 정시 확대는 이러한 흐름과 맞지 않는다.

학종 개선안에서 비교과를 폐지·축소한 것을 두고, 선발의 편의성을 위해 교육적 효과를 내버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독서활동 기록을 대입에 미반영하기로 한 조처가 대표적이다. 여러 교육단체들이 모인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논평을 내 “미래교육을 위한 학생의 자율활동, 자치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소지가 많다. 특히 독서기록 미제공 등은 학교 교육에서 독서·토론 교육의 심각한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발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 고1 학생들은 당장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김진훈 교사(서울 숭의여고)는 “올 초 입학할 때만 해도 학종을 목표로 했던 학생들이 발표 직후 찾아와 ‘정시를 대비해야 하냐’고 상담을 요청했다. 이미 학교에서 다양한 진로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해오던 학생들은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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