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01 18:19 수정 : 2019.12.02 10:53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제출한 수정안 곳곳 독소조항]

명품백 사도 모르는 ‘회계 분리’
국가지원 회계만 정부가 감시
학부모 부담금 등 일반 회계는
자율에 맡기고 형사처벌 조항 없어
작은 유치원은 에듀파인 안 써도 돼

시설사용료도 은근슬쩍 포함
한유총이 주장해온 임대료 개념
‘교육환경개선금’으로 이름만 바꿔
정부감시 안받는 일반회계에 넣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이 제출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수정안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임대료 개념의 ‘시설사용료’뿐만 아니라, 사립유치원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애초 취지를 무력화하는 ‘독소조항’이 곳곳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립유치원 회계를 정부가 주는 돈을 관리하는 국가지원회계와 학부모 부담금 등을 관리하는 일반회계로 구분하는 ‘회계 분리’ 조항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학부모 부담금은 공적인 감시망을 벗어난 사실상 ‘눈먼 돈’으로 전락하게 돼 “합법적 착복을 가능하게 하는 독소조항으로 시설사용료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유한국당의 수정안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 11월30일 김한표 의원이 대표발의했던 자유한국당 자체 ‘유치원 3법’ 내용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이다. 달라진 거라곤 시설부담금이라는 표현을 교육환경개선금(시설사용료)으로 바꾼 것밖에 없다.

수정안의 핵심은 ‘회계 분리’다. 먼저 국가지원회계는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을 통해 정부의 감시를 받도록 하고 교육 목적 외로 사용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기게 했다. 하지만 학부모 부담금 등을 관리하는 일반회계의 경우, 에듀파인을 이용한다고는 되어 있지만 관할청이 운영과 편성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또 일반회계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유치원 운영위원회에 보고하고 학부모가 스스로 감시하도록 했다. 국가지원회계와 달리 교육 목적 외 사용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도 없다. 이런 일반회계 세출 항목 가운데 하나가 교육환경개선금이다.

수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법인유치원의 경우 교비 회계와 법인 회계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해 법인 운영비를 교비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필요한 경우 일반회계를 교비회계와 통합 운영할 수 있는 길도 열어둬 감시의 사각지대가 훨씬 넓어질 우려가 있다.

이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유치원은 에듀파인 사용을 제외한다는 조항도 독조소항으로 꼽힌다. 이런 독소조항들 때문에 지난해 자유한국당 자체 ‘유치원 3법’이 나왔을 때 시민사회에서는 “교비가 반반 치킨이냐”며 거세게 반발했다. 회계 지식이 없는 학부모들이 유치원 일반회계를 제대로 감시할 수 없고 ‘관할청이 일반회계의 운영과 편성에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관할청 감사에 유치원이 반발할 여지도 남겨뒀다는 게 이유였다. 이런 독조소항들이 현실화하면, 유치원 교비 ‘눈먼 돈’ 논란이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자유한국당이 1년 만에 자체 ‘유치원 3법’과 똑같은 수정안을 제출한 것을 두고 “학부모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한 채 한유총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위원은 “회계 분리는 사립학교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초유의 일”이라며 “자유한국당에 교육 공공성 강화라는 대의나 사회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유치원 3법’(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중재안)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며, 교비회계에 속하는 모든 수입이나 재산은 교육 목적 외로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를 어길 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수정안 기준)을 매기게 했다. 시설사용료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