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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5 18:11 수정 : 2019.12.05 18:14

전국유치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학부모들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3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해 12월 열린 교육위 법안심사소위 회의록 보니
“별도의 회계 설치는 특별한 사유 없는 한 지양해야”
“학부모 부담금 교육 외 지출 가능성 우려” 검토 의견

전국유치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학부모들이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3법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자유한국당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수정안은 사립유치원의 투명한 운영을 통해 아이들이 최상의 교육환경에서 생활을 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 수정안 어디에도 사립유치원 배불려주기를 하는 조항은 없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는 지난 3일 원내대표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수정안 내용이 ‘호도’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런데 이미 1년 전 수정안과 똑같은 내용의 자유한국당 자체 유치원 3법(김한표 의원 대표발의)에 대해 정재룡 당시 국회 교육위 수석전문위원이 핵심 조항인 ‘회계 분리’를 두고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3일 열린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심사소위) 회의록을 보면, 정 전 수석전문위원은 자유한국당 자체 ‘유치원3법’이 사립유치원 회계를 정부가 주는 돈을 관리하는 국가지원회계와 학부모 부담금 등을 관리하는 일반회계로 구분하려하자 “사회의 공공기관인 사립유치원의 재정·교육활동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회계 설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지양해야 한다“면서 “정부 지원금이나 학부모부담금은 비용부담 주체만 다를 뿐 교육 목적으로 사립유치원에 이전되는 포괄적 금원이라는 점에서 별도 회계로 구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은 일반회계의 경우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하고 형사처벌 조항을 없애기도 했다.

정 전 수석전문위원은 일반회계와 법인회계를 통합운영할 수 있도록 한 규정에 대해 “학교 경영와 교육의 분리라는 교육법제의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고, 학부모 부담금이 교육 목적 외로 사용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인회계를 교비회계와 통합 운영할 수 있도록 한 규정 역시 교육 목적 외 지출 가능성을 들어 유아교육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국회 밖 학부모,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국회 수석전문위원까지도 이같은 규정들로 인해 유치원 교비 ‘눈먼 돈’ 논란이 재현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정 전 수석전문위원은 일반회계의 세출 항목 가운데 하나인 ‘시설부담금’(수정안에서는 ‘교육환경개선금’으로 용어 변경)은 “그 의미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항목은 그때나 지금이나 유치원 설립자들이 사유재산권을 주장하며 투자분 보장 차원에서 요구하고 있는 임대료 성격의 시설사용료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위원은 상임위별로 배치돼 입법을 돕는 공무원으로, 법률안을 사전에 분석해 검토보고서를 낸다. 국회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는 비전문가인 의원들에게는 핵심 참고자료”라며 “구속력은 없지만 특히 수석전문위원의 검토 의견은 의원들의 판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정치색을 떠나 정책적·법적으로 타당한 내용을 제시하는 게 전문위원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수석위원의 의견은 정식 검토보고서가 아닌 회의록 기록으로만 남아있다. 지난해 11월30일 발의된 자유한국당 자체 ‘유치원3법’은 위원회에 상정되지 않고 직접 법안심사소위로 회부됐는데, 이런 경우 전문위원은 약식으로 검토 의견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비록 형식은 약식 보고지만, 내용적으로는 정식 검토보고서나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자유한국당은 유치원 3법(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 중재안·수정안)의 본회의 표결을 무차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막아섰던 지난달 29일, ‘회계 분리’ 내용이 그대로 담긴 수정안을 다시 제출했다. 유치원 3법이 여야 찬반 대립이 심한 ‘쟁정법안’임을 고려해도 국회 수석전문위원의 강력한 우려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재훈 의원은 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유치원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3법은 지극히 상식적인 민생법안”이라며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김한메 비대위 위원장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와 이들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은 극소수의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을 위해 후안무치한 시설사용료 포함 요구를 하고 있다”며 “(자유한국당 수정안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과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수정안과 달리 본회의 표결을 앞둔 유치원 3법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며, 교비회계에 속하는 모든 수입이나 재산은 교육 목적 외로 쓰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를 어길 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수정안 기준)을 매기게 했다. 시설사용료도 인정하지 않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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