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17 16:32
수정 : 2019.12.17 16:44
|
17일 오후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교육부 제공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7회 연속토론회 열어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안’
‘정시 확대’ 중심의 문재인 정부 ‘교육개혁’ 뒤
고교서열화 해소, 고교학점제 안착 등 논의 활발
|
17일 오후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교육부 제공
|
최근 ‘대입제도 공공성 강화 방안’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교육개혁’의 큰 틀이 한 차례 마무리된 뒤로, 교육시민단체들 역시 고교서열화 해소, 고교학점제 도입 등 후속 과제들을 점검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대입제도 공공성 강화 방안’에 따라 내후년까지 서울 지역 대학들이 40% 이상 ‘정시 확대’를 할 예정이므로, 교육시민단체들은 그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데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은 17일 ‘정부의 고교체제 정책 평가 및 고교학점제 개선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사교육걱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제고·외고·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발제를 맡은 홍민정 사교육걱정 상임 변호사는 자사고·외고·국제고 등이 시행령 개정에 법적인 대응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시행령 개정은 바로 그 개정의 시행으로 어떠한 처분의 필요없이 바로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시행령이라는 법령 개정으로 사학 운영의 자유에 제한을 받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교육제도 법정주의’의 원칙, 헌법 상에 명시된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 등에 따라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날 ‘전국자사고외고국제고교장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 정책에 따라 수십년 동안 운영해온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괄 폐지가 과연 적법한 것인지 헌법소원을 제기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12월17일 시작한 7회 연속 교육정책 관련 토론회 일정
|
홍 변호사의 발제 가운데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은, “적어도 고등학교 제도, 종류 및 운영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직접 법률로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 ‘교육제도 법정주의’에 보다 부합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에 따라 시행령으로 고교체제를 맘대로 주무르게 둘 것이 아니라, 아예 법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 등도 이에 공감을 나타냈다.
홍 변호사는 일반고의 역량을 강화하고 학생 중심의 고교체제를 설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정부가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으로 도입하겠다는 고교학점제를 두고 그는 “학점제 시행을 위해서는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우선되어야 하는데, 내신은 대입의 중요한 평가이기 때문에 대입 선발 방식의 변화에도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또 “이상적인 학점제를 설계했다 하더라도 현재의 고교 교육 인프라로 실현할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사교육걱정은 내년 2월까지 7차례 연속 토론회를 연다. 28일 오후 열리는 2회 토론회는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영재·과학고 개선 방안’이 주제다. 내년 1월8일 3회 토론회부터는 고교학점제의 필요성과 핵심 요소, 평가 방법과 대입제도 등 고교학점제를 중심 주제로 삼는다.
한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김승환)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도 이날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장기 대입개편 연구 결과(2차)를 발표하고,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한 대입 제도 방안 모색 포럼을 열었다.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공론화를 거쳐 ‘정시 30% 이상 확대’로 대입제도 개편안이 확정된 뒤 협의회는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을 꾸려 중장기 과제들을 연구해온 바 있다.
활동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이날 포럼에서, 연구단은 2028학년도부터 적용할 대입제도 개편안의 대략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그 내용은 △정시·수시를 통합해 전형 시기를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끝나는 12월로 정하는 한편, 학생부·교과·수능·실기 등 4가지로 전형 단순화 △전 과목 5단계 성적의 절대평가 적용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의 전면 개편 △전 과목 절대평가 기반 6단계 성취평가제 적용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중심이 된 대입정책 거버넌스 구축 등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구단은 “정부가 발표한 서울 주요 대학들의 정시 확대 방침은 순항 중인 교육현장의 긍정적인 변화 방향을 거꾸로 돌리지 않을까 염려된다. 특히 미래교육의 기반으로 고교학점제 연구(시범)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전국의 학교들에게 예측 못한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고등학교와 대학이 함께 하는 연구단을 구성해 대입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며, 교육부에 이런 거버넌스 지원에 최선에 다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협의회 관계자는 “앞으로 연구단이 낸 결론을 협의회 차원에서 논의하고 확정하는 단계가 남았다”고 전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