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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8 21:29 수정 : 2019.12.19 11:35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둘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사학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임 사학혁신위원회 위원장, 유 부총리, 김승환 전북교육감. 연합뉴스

정부, 사학혁신 추진안 발표
비리토양 ‘사학족벌 가계도’ 공개
회계부정 기준도 강화키로

책무성 강화·공공성 확대 등
5가지 분야 세부적 과제 제시
비리임원은 퇴임토록 법개정 추진
내부고발자 신변보호 조처도

교육단체 “부족하나 의미있는 조처”
사학기관들은 “사적영역 침해” 반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둘째)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교육 신뢰 회복을 위한 사학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임 사학혁신위원회 위원장, 유 부총리, 김승환 전북교육감. 연합뉴스
앞으로 사립학교법인 설립자·이사장의 친족 등은 개방이사(학교법인 이사 가운데 외부 인사 몫)로 선임할 수 없게 된다. 1천만원 이상의 횡령·배임을 저지른 사립학교법인 임원은 곧바로 임원 자격이 박탈된다. 친족 관계인 임원들이 있을 경우 학교법인은 그 사실을 알려야 하며, 임원·설립자와 친족 관계인 교직원 수도 집계해 공시해야 한다.

교육부는 18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사학 혁신 추진 방안’을 내놓고,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법령 정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학 설립자 등이 그 친인척을 중심으로 구축하는 지배구조를 더 견제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회계 투명성 제고 △법인 책무성 강화 △운영의 공공성 확대 △사립교원 권리 보호 지원 △교육부 자체 혁신 등 5가지 분야에서 26개 세부적인 과제를 제시했다.

‘비리 토양’ 안 되게 법인 책임 강화 설립자·이사장 등의 친족이 대학과 법인을 장악하는 ‘족벌사학’ 구조는 사학 비리의 토양으로 꼽혀왔다. 무엇보다 개방이사 제도는 외부 임원을 선임해 학교 운영의 건전성을 높이자는 뜻으로 시작됐지만, 많은 사립대에서 설립자와 기존 임원 등이 개방이사로 선임되는 등 원래 뜻과 정반대로 운영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정부는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설립자 및 설립자의 친족, 당해 법인이 설립한 학교의 장 역임자 등을 선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넣어, 이들이 개방이사를 맡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기존에는 개방이사추천위원회의 조직과 운영·구성 등을 정관으로 정해왔는데, 이를 시행령에 담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한다.

법인 임원에게 교원과 마찬가지로 국가공무원법 수준의 결격사유(금고 이상의 형 확정, 횡령·배임으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 확정,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적용하고, 이에 해당할 경우 ‘당연 퇴임’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역시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법 개정은 국회에서 이뤄지는 일이라, 여야가 대립할 경우엔 정부의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정부는 또, 임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면서 ‘임원 간 친족 관계’도 함께 공개하고, 임원·설립자와 친족 관계인 교직원 수를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간도 기존 3달에서 1년으로 늘린다.

회계, 기본부터 투명하게 기존 사립학교법 시행령에도 “학교법인의 재산을 횡령”한 경우엔 시정 요구 없이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어 실제로 임원에게 적용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시행령에 “1천만원 이상의 재산을 배임·횡령”하는 경우로 기준을 명시하겠다고 밝혔다. 임원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는 ‘회계 부정’의 기준도, 기존 “수익용 기본재산의 30%”(고등학교 이하는 50%)에서 “10%”(고등학교 이하는 20%)로 강화했다. 업무추진비를 대학 누리집에 공개하는 대상도 지금까지는 대학 총장뿐이었는데, 이를 법인 이사장과 상임이사까지로 더 확대하기로 했다.

‘셀프 감사’를 막기 위해, 회계 부정이 확인된 학교법인에는 교육부 장관이 최대 2년 동안 외부 회계감사기관을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립대학이 쌓아두는 적립금은 실제 교육 여건 개선에 쓰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교직원·학생이 대학 기금운용심의회 운영에 의무적으로 참여하고 사용 계획 등도 주기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두 가지 역시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공공성·사립교원 권리도 함께 높여 내부고발자에게 사학이 징계·해임 등을 남발하거나 재임용을 하지 않아도 이를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것도 큰 문제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을 미이행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학 비리 신고자도 신변보호 조처 등을 받을 수 있게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도 추진한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부패방지권익위법’에는 “공공부문(사립학교 포함)의 부패 행위 신고자에게 파면·해임 등 불이익을 준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학 혁신을 요구해온 교육시민단체 등은 이번 방안을 “아쉬운 대목도 있지만 의미 있는 조처”라고 평가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임원 친인척의 총장 선출 금지, 이사회 친인척 비율 하향 조정 등 조처가 없는 것은 아쉽지만, 실행력을 갖춘 안을 내놓고 이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바꿔나가자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사학기관들은 반발했다.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는 성명을 내어 “임원 간 친족 관계 공시, 개방이사 선임 대상 제외, 결격사유 발생 임원 당연 퇴임 등 사적 영역을 과도하게 침해했다”며 추진 방안 철회를 요구했다.

“시행령으로 할 수 있는 일 먼저…” 고질적 비리 끊는다

‘사립유치원 사태’ 등 거치며

높아진 ‘교육공공성’ 요구 힘입어

‘눈높이 낮추되 실행력 확보’에 중점

사립학교 비중이 유독 높은 한국에서 사학 비리는 고질적인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지만, 그동안 이를 바로잡으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은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다가 당시 한나라당의 거센 반대로 무산된 뒤로는 그 행보가 더욱 더뎠다.

이 때문에 18일 나온 ‘사학 혁신 추진 방안’은 정부가 실질적인 정책적 과제를 제시해 사학 혁신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사학 혁신 의지를 밝혔는데, 지난해 ‘사립유치원 사태’를 겪으며 교육기관의 공공성을 높이라는 국민적 요구 또한 부쩍 커진 상태다.

이날 발표한 사학 혁신 추진 방안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신뢰회복추진단 등 여러 단위에서 논의한 내용을 모아 정책 과제로 다듬은 것이다. 특히 지난 7월 사학혁신위원회는 1년5개월 동안의 활동을 종료하며 교육부에 10가지 제도 개선 권고를 했는데, 해당 권고 내용은 이번 발표에 모두 담겼다. 무엇보다 ‘눈높이는 낮추되 실행력을 확보’하려는 방향성이 강하게 읽힌다. 사립학교법 등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과거처럼 국회에서 진통을 겪어 실행이 더딜 수 있지만, 시행령을 고쳐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국회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곧바로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우선 해나가고, 그에 대한 국민적 호응을 바탕으로 법 개정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사립대 외부 회계감사 강화’ ‘비리임원 복귀 제한 및 당연퇴임 근거 마련’ 등의 방안은 이미 국회에 의원 발의가 되어 있는 상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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