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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23 22:08 수정 : 2019.12.24 02:35

비영리 사단법인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에서 제공하는 용돈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아이들이 용돈기입장 쓰는 법을 포함한 용돈 관리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제공

커버스토리 우리 아이 경제교육 어떻게 시작할까

경제 계획 세우기 좋은 세밑 새해
세뱃돈 관리로 시작하는 경제교육
용돈기입장으로 ‘돈 흐름’ 개념 잡고
스스로 종잣돈 모아보면 성취감 커

십대부터 경제·금융 관심 가져야
스무살 이후 돈 문제에 실패 안 해
“나만의 경제용어사전 만들어봐요”

비영리 사단법인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에서 제공하는 용돈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한 아이들이 용돈기입장 쓰는 법을 포함한 용돈 관리법에 대해 배우고 있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제공

“연말연시에 할머니, 할아버지, 친척들로부터 받는 용돈이 적지 않지요. 일단 잘 모아두라고 말은 해줄 수 있는데, 이걸 제대로 된 경제교육으로도 확장해보고 싶어요. 요즘은 금수저를 물려주는 게 아니라, 만드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노원구에 사는 학부모 이세라씨의 말이다. 성탄절과 새해를 앞두고 자녀들 경제교육에 관심 갖는 양육자들이 많다. 마음 같아서는 가족, 이모, 고모, 삼촌들이 준 아이들 세뱃돈 관리부터 잘해주고 싶다. 한데 한창 일하고 있는 젊은 학부모들도 ‘경제’라면 뒷걸음질부터 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 경제교육은 자연스레 뒤로 미루게 된다.

이씨는 “고등학교 졸업 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돈 개념을 잘 모르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라며 “돈 모으는 법, 불리는 법, 신용등급 관리하는 법 등을 공교육에서 배우고 나왔다면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생기면 쓰고, 없으면 못 쓰고. 무계획적으로 사는 방식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경제와 금융 생활에 관한 개념을 꼭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 수학만큼 중요한 ‘머니 센스’

대부분의 사람이 유아기, 청소년기를 거쳐 소득이 끊기는 노년기까지 비슷한 생애주기를 가진다. 공교육 12년 과정에서 아이들 졸업 뒤 50년을 전망할 수 있는 ‘경제 읽는 법’을 가르쳐줘야 할 이유다.

<17살, 돈의 가치를 알아야 할 나이>를 펴낸 한진수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경제학 박사)는 “머니 센스가 없으면 대학 입학 뒤 광고에 나오는 대부업체를 이용하거나 신용카드를 무절제하게 쓰는 등 사회 초년생 때부터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 머니 센스를 갖출 수 있는 실전형 경제수업이 중요하다.”

양육자가 아이들 경제교육을 시작할 때 가장 당황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경제용어다. 환율, 신용등급, 금리, 주식투자, 채권, 화폐 등 매일 뉴스에서 듣는 단어지만 막상 그 뜻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금융교육 프로그램 ‘씽크머니’를 담당하는 홍현정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부장은 경제기사 스크랩을 권한다. 신문에 나온 짧은 경제기사 한두 개를 오린 뒤 노트에 붙여 용어 개념부터 차근차근 알아보는 것이다. 홍 부장은 “기사 내용에서 모르는 경제용어에 밑줄 친 뒤 아이와 함께 뜻을 알아보는 과정을 6개월만 해봐도 ‘경제 뉴스’라는 지도에서 길을 잃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교육에 관심 있는 양육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나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주지?’이다. 잘 모르니까 ‘무섭다’고 생각한다. 연말에 ‘우리 가족 경제노트’ 한 권을 준비한 뒤 새해가 시작되면 경제용어 사전부터 만들어보면 어떨까.

지난 4월27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주말 어린이 금융교실에서 학생들이 ’금융회사의 종류와 하는 일’이라는 주제로 보드게임 활동을 하고 있다.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제공

■ 딱딱한 경제용어에 익숙해지자

이때 참고할 수 있는 누리집을 소개한다. 기획재정부 경제배움이(www.econedu.go.kr)에 접속하면 동영상, 웹툰 등으로 구성된 자료와 시사 경제용어 사전, 나에게 맞는 경제교육 등이 올라와 있어 양육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경제배움이 누리집에서는 전국 15곳에 있는 경제교육센터 일정을 알 수 있고, 특히 ‘경제 체험하기’ 항목에서 주택 구입하기, 자동차 구매 플랜 등은 양육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쉽게 구성돼 있다.

아이들은 기획재정부 어린이 경제교실 누리집(kids.moef.go.kr)을 활용해보자. 우리 집에도 경제가 있어요, 금융과 신용은 친구예요, 경제 핵심 개념을 알아보아요 등 항목을 둘러보면 아이가 자신만의 경제노트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 누리집(www.bok.or.kr)에 접속한 뒤 오른쪽 상단의 ‘경제교육’ 항목을 클릭해보자. ‘온라인 학습’ 범주에서 ‘청소년’을 선택하면 10분 안팎의 동영상이 경제 주제별로 나뉘어 있어 집에서도 쉽게 공부할 수 있다. 신용회복위원회 신용교육원(www.educredit.or.kr)에서는 어린이~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신용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어린이 국세청(www.nts.go.kr/kids),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교육포털(edu.kinfa.or.kr)에도 청소년 대상 경제·금융 프로그램이 제대로 마련돼 있다. 위 누리집에서 신용관리의 중요성과 불법대출의 위험성, 세금의 개념 등을 함께 배울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 용돈기입장은 필수다

경제교육 전문가들은 아이들 새해맞이 경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용돈기입장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가계부 앱, 자산관리 앱이 있는 세상이지만, 들어온 돈과 나간 돈의 흐름을 아이가 직접 손으로 써보는 것만큼 확실한 경제교육이 없다는 이야기다. 아날로그 방식이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소비와 지출 패턴을 한눈에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소비·지출을 기록하는 기본 교육을 뿌리 삼아, 단기 저축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다. 이를테면 ‘한 달에 용돈을 얼마씩 모아 새로 나온 스마트폰을 사고 싶다’ ‘이번에 받은 세뱃돈의 80%는 내 통장에 저축한다’ 등의 목표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중학교 이상의 자녀에게는 물건을 산 뒤 영수증을 챙겨 오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영수증에는 아이가 산 품목, 시간, 날짜, 장소 등이 적혀 있다. ‘내가 가진 돈이 언제, 누구에게 갔는지’ 상세히 톺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경제교육법이다.

■ 돈 관리 실수는 청소년기에 해야 한다

한진수 교수는 “초·중·고교 시절 충분히 돈 관리에 실수해봐야 성인이 된 뒤 실패하지 않는다”며 “양육자가 세뱃돈을 관리해줄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그 결정권을 줘보는 것도 추천한다”고 했다. “십대 때 소비 영역에서 실수도 좀 해봐야 사회에 나가 제대로 경제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6개월 단위로 종잣돈 만드는 법, 돈을 왜 모으는지 그 목적을 아이가 직접 정해보게 하는 것 등이 우리 아이 경제교육의 첫걸음이지요.”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관련 기사] 경제 공부? 책으로 기본기를 다져보자

경제·금융 개념 이해를 돕는 청소년 책

한국에서는 ‘돈 밝힌다’는 말을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에게 사용하는데, ‘돈에 밝은 것’은 나쁜 게 아니다. 우리 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는 도구, 수단, 뿌리의 본질에 밝다는 뜻이다. 우리 아이 내신 관리만큼 중요한 게 용돈 관리, 나아가 돈 관리다. 경제와 금융에 관한 기본 상식과 원리를 재미있게 설명한 책 세 권을 추천한다.

<청소년 돈 스터디>(금융 문맹 탈출을 위한 경제 이야기, 책담)는 청소년을 위한 경제 입문서다. 생존에 필수가 된 돈에 관한 모든 것을 쉽게 풀어 썼고, 양육자들도 아이들과 함께 가볍게 읽기 좋다.

돈에 관한 상식, 돈의 역사부터 세계 속에서 돈의 역할까지 금융과 경제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며 십대를 위한 용돈관리법, 저축하는 법, 주식투자법 등도 알려준다. 사회·경제면 이슈를 바탕으로 돈과 관련한 궁금증을 설명해 청소년들의 금융 문맹 탈출을 돕는다.

<10대와 통하는 자본주의 이야기>(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는 어떤 사회인가요?, 철수와영희)은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나 자라면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에게 자본주의란 무엇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 걱정부터 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실업자는 왜 이렇게 많고, 직장 구하는 일은 어째서 이렇게 힘들까요? 어떤 사람은 쉬지 않고 일을 하는데 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등 일상에서 한 번쯤은 가졌을 법한 경제 궁금증에 관해 쉽게 풀이해준다.

노동의 탄생, 자본주의의 시작과 발전, 돈과 은행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시장경제와 소비는 나의 삶과 어떤 연관 관계가 있는지, 노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인간의 존엄을 지켜주는 바람직한 복지란 어떤 것인지 등 다양한 주제와 사례를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와 구조,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며 청소년들과 함께 바람직한 삶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시장과 가격 쫌 아는 10대>(드디어 만난 보이지 않는 손, 풀빛)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 중 경제 분야에 나오는 시장과 가격 이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주요하게 다룬다. 교과서보다 쉽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음식, 전기요금, 유명 상표 물건은 물론 한시라도 떨어지면 불안한 휴대전화,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상품을 가지고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고 왜 변동하는지, 그에 따라 사려는 수요와 만드는 공급은 또 어떻게 변하며 다시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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